“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 장한새 기자
  • 승인 2017.03.15 17:58
  • 호수 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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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학생의 생각을 묻다

3월 10일 11시 22분 헌법재판소는 박근혜대통령을 파면하였다. 박근혜 씨는 대통령으로서 적폐 청산을 공언하였고,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이야말로 적폐 청산의 시작이며, 비정상적인 대한민국을 정상의 반석 위에 올곧게 세우는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한 획을 긋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진 직후 이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한 문장으로 보는 탄핵

조돈문(사회) 교수

“국민이 승리했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우리는 그동안 권력들이 국민여론을 무시해오는 것을 봐왔다. 결국 국민이 분노하니,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었고 그것을 증명한 것이 바로 80%가 넘은 국회의 탄핵 찬성표이다.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상당히 보수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지만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했다. 헌법은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해석의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지만 그 해석이 정당한가는 결국 국민의 뜻에 따라야만 한다. 만일 이러한 국민의 뜻을 어겼다면 국민들이 헌법재판소를 단죄했을 것이다. 국민의 뜻을 이해 못하는 헌법도 잘못되었고 헌법에서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면 그런헌법기관은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승환(철학) 교수

“우리의 외침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취다.
이 성과는 결코 국회의 탄핵 의결이나 헌법재판소의 최종 인용 판결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이 성취는 전적으로 지난 몇 달 사이 20여 차례에 걸쳐 촛불을 들고 전국에서 연인원 1600만 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와 함께 정치와 법이, 우리 사회가 이런 요구와 외침을 듣고 그 목소리에 순응할 만큼 성숙했기 때문이었음도 분명사실이다.”

권혁빈 (사회∙4)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다.
헌법 제일의 가치는 국민주권이고 국민이 바라는 정의를 헌재가 공식적으로 지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병훈 (사회∙4)

“진부한 표현이지만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매주 광화문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 있는 시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탄핵인용이라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방법을 통해 이루어 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우빈 (국제∙2)

“탄핵선고는 당연한 심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그 가치의 본질을 흐린 것이 잘못되었고,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지 못했기에 이번 탄핵선고는 당연한 심판이라고 생각한다.”

이원진 (국어국문∙4)

“반복된 실패와 불안한 미래에 절망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진실은 승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탄핵이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주겠지만, 그 중에 가장 의미 있는 것은‘할 수있다는 희망’을 확인 시켜 준 것이기 때문이다.”

 

차기정권, 꼭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조돈문 교수

“첫 번째는 특검이 완벽히 하지 못한 것, 진실규명을 해야 한다. 특히 세월호 7시간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어떤 정권이 되든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국가의 무능으로, 자본의 사익추구로 인해 일어난 세월호 사건관련 책임자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정부는 가장 중요한 생명보호를 실패한 것이다. 만약 이 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진실규명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사고는 또 다시 발생할것이고 재발하여도 수습을 못하고 세월호와 같은 사건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는‘과연 청와대의 주인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사회가 얼마나 바뀔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다. 우리 사회에 최고의 권력은 그 사람들에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5년 임기 동안 그 권력을 관리할 뿐이다. 임기가 끝나면 다른사람들이 차지하는데, 관리자가 바뀌어도 사회는 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사회의 최고 권력이 시장에 있고 그 꼭대기에 삼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때도 비자금, 정경유착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사했었다. 당시 SK 회장을 구속했으나 삼성은 봐 줬다. 경제적으로 부정적 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며 봐준 것이다. 이 차별을 보면 삼성이 그만큼 지배력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차기정권에서 해야 할 것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려 하는 재벌체제를 개혁하는 것이고 그 재벌체제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을 위해 노동기본권을 살려내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이것들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탄핵 이후 우리

신승환 교수

“탄핵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촛불을 들었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는 정치와 사회이다. 우리는 이 시간이 다시는 퇴행하지 않기를 원한다. 촛불을 든 우리는 불의와 사익에 점철된 잘못된 사회와 체제가 바뀌기를 원한다. 우리는 대통령이 박근혜에서 다른 그 누구로 바뀌기를 원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는 대선주자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개헌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그런 체제를 원한다.

우리는 법이 그들만의 특별한 권리와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보호하고 공동선을 지켜가는 것이기를 원한다. 우리는 대통령과 정치권의 검은 이해관계를 감추는 관변 언론이 아니라, 그 어두움을 밝히는 언론을 원한다. 정유라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우리아이가 존중받는 인간을 위한 교육을 원 한다.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사드를 배치하여 전쟁 공포를 드높이는 정치가 사라지기를, 종북몰이로 시민을 편가르고 억압하는 정치가 바뀌기를 원한다. 촛불을 들었던 우리는 기업이 재벌이 되어 수많은 검은 돈을 그들끼리 불의하게 나눠 갖는 그런 사회와 경제가 바뀌기를 원한다.

이런 사회를 원했던 것이 촛불임에도언론과 정치권은 촛불을 그들끼리의 권력놀이에 악용하려 한다. 그들은 이 외침을 대선놀이로, 이명박, 박근혜의 선의니 그들과 대연정하느니 따위의 헛소리로 듣는다. 우리가 촛불 아래 모인 까닭은 우리를“개돼지”로 보면서 통치하려드는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삶과 존엄성을 지켜내는 그런 정치와 사회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 촛불의 요구가 배반당해 다시금 촛불 아래 모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다시는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그들만의 어두움 속에서 우리를 지배하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지켜보고, 살펴보고,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다. 촛불이후의 일상은 그렇게 이어가는 삶의 시간일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조돈문 교수

“대학생들이 탄핵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리라 생각 못했다. 그것은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펼치는지가 자신의 삶에 그만큼 중요하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대학생이 깨달은 것이다.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에서 물질적, 정치적 이해관계에 덜 얽혀있는 집단이다. 그래서 시대적인 양심과 정의감에 따라서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회집단이다. 지금까지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우리학교 총학생회를 보면 예산을 사용하는 것을 보아 가장 역점을 두 고 있는 것이 축제 때 가수를 부르는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파견업체 같다. 축제는 우리가 모여서 직접 하는 것이다. 그것이 대동제 정신에 부합한다.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대중가요와 가수들보 다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억압당하던 문화를 들여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다양한 지혜를 얻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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