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새로배움터 기획] 악습은 사라졌지만 관습은 남아 있어
[새내기새로배움터 기획] 악습은 사라졌지만 관습은 남아 있어
  • 김동한 기자
  • 승인 2017.03.15 22:16
  • 호수 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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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과학예능대 학생들이 막대풍선으로 물개박수를 치고 있다.

<우리 새터의 현주소는?>

 올해도 어김없이 터졌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대학교 신입생들의 새내기새로배움터(이하 새터)나 오리엔테이션에서 생긴 불미스런 일이 언론을 통해 비춰진다. 올해 포항공과대학교 신입생∙재학생 수련회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 두 명을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경북 포항북부경찰서는 혐의를 받고 있는 남학생이 지난 2월 26일 숙소에서 자고 있던 여학생 한 명을 성추행하고, 다른 여학생 한 명을 성폭행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북부경찰서는 2월 27일“해당 학생을 강간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자마자 누리꾼들은“명문대생이라고 다를 거 없다“, 매년이럴거면 MT나 오리엔테이션를 없애자”며 댓글을 남겼다.

 다른 학교에서 벌어진 사고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월 17일, 건국대 상경대에서는 남학생이 같이 새터를 준비하던 여학생의 가슴을 만지는 등 의 성추행을 했다. 피해 학생은 페이스북 건국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자신이 당한 일을 게시해 전체 학생에게 알리려 했지만, 상경대 학생회장은“너한테 2 차 피해가 갈 수 있다. 작년에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게시물을 올렸던 학생은 자퇴했다. 우리 학교도 새터가 없어질 수 있다.”라며 피해자 학생에게 글을 올리 지 말라고 회유했다. 후에 피해자 학생의 가족이 이런 일들을 건국대 학생들이 사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 큰 파장이 일었다. 파장은 더욱 커져 모든 건국대 학부의 새터가 전면 취소되는 사태를 야기했다.

 이외에도 한양대학교 에리카캠퍼스 해양융합공학과 재학생들이 오리엔테이션에서 신입생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 로 퍼졌다. 해당 학과 재학생들은 새벽부터 신입생들을 깨워 구보와 PT체조 등을 시켰다. 신입생들을 향해“전통적으로 받는 기합이며, 내가 잘못하면 내 동 기가 힘들어진다는 생각으로 똑바로 하라”는 등의 발언도 일삼았다. 다른 투숙객들이 항의해도 재학생들은 오히려 욕설로 대응했다. 이 같은 내용이 SNS 를 통해 퍼지면서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반만 즐거운 새터?

 본교에서는 위에 언급했던 것만큼 비극적인 사고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새터 이전까지(2월21일) 페이스북 가톨릭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이하 대숲)에서는 새터 문화에 대한 논쟁이 크게 벌어졌다. 주된 논지는 새터 문화를 둘러싸고 ‘악습이다, 아니다’‘, 부조리다, 아니다’였다. 올해 1월 4일부터 2017년 3월 10일까지‘새터’를 키워드로 갖고 있는 제보는 총 130개였다. 새터 이전까지 제보된 글은 총 105개로, 그 중 예전에 새터를 다녀왔던 재학생으로서 새터에 참가하며 겪었던 불편과 새터에 대한 불만을 표한 글은 23개였다. 반면 2017학년도 새터를 준비하는 새터 기획단(이하 새기단)과 자신이 다녀왔던 새터에 좋은 기억을 가졌던재학생들이 새터에 대해 해명하거나 옹호하며 올린 글은 19개였다. 또한 이런 논쟁을 지켜보며 새터에 대해 걱정한 신입생이 쓴 글은 17개였다. 방학 중이었음에도 대숲은 새터에 관한 논쟁으로 학기 중 못지않게 활발했다.

 새터에 관한 불편과 불만을 올린 재학생들은 새터때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강압적이고 가학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새터 때 진행하는 응원전, 장기자랑, 게 임, FM(Field Manual. 야전교범이라는 뜻으로 군사교육 및 작전에 관한 지시, 첩보 및 원칙 사항과 참고자료가 기술되어 있는 교리 문헌이다. 1988년까지 교련(군사훈련) 과목이 필수였던 대학엔 군사문화가 침투해 지금까지가 이어져 자기소개 형식으로 남아있다.-편집자 주), X맨, 연애 중심적 기획 등이 구시 대적이며 불편하다는 게 요지였다. 응원전을 준비하느라 잠도 못자고 새벽까지 연습을 했던 일,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장기자랑을 했던 일,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을 강제로 먹이는 게임을 했던 일 등이 올라왔다. 게임에서 지거나 벌칙을 받을 일이 생기면 시키는 FM과 새터 내내 선배들이 신입생 인 척 활동하며 신입생들을 속이는 X맨도 많이 불편하다고 제보됐다.

 새터 때 연애 중심적인 기획을 의도적으로 구성하는 것도 지적받았다. 동성애자인 익명의 학생은“‘입에서 입으로’라는 게임을 할 때 이성친구와 입을 맞 닿은 적이 있어서 불편했다.”라고 제보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버스 안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안전 상 문제가 된다는 것과 잠도 못 자게하며 응원 연습을시킨다는 이유였다. 이외에도 통제로 인해 화장실에 제때 못가는 일이 불편하다는 제보도 게재됐다.

 새터에 대한 불편과 불만에 대해 2017학년도 새터를 준비하고 있던 새기단은“한 학부의 사례를 가지고 한 일반화에 불과”라고 주장했다. “우리 학부는 그렇지 않다.”라며 댓글을 달았다. 대숲 논쟁을 보고 새터에 대해 걱정하는 신입생들이 있을까 봐 직접 새기단임을 밝히며“악습과 부조리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고 최소화하고 있다. 신입생들을 위해 새기단들은 밤낮으로 열심히 회의하고 준비하고 있으니 새터에 참가해주면 좋겠다.”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대숲의 익명성으로 인해 불편과 불만 글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이 어느 학부인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새기단들도 자신의 학부가 아닌 다른 학부는 자세히 모르는 터라 제대로 답변해줄 수 없었다. 결국 두 달여 간의 대숲 논쟁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끝이 났다.

 올해는 얼마나 바뀌었나?

 새터가 끝나고 대숲에는 새터 프로그램에 대해 만족하고 즐거웠다는 신입생들의 제보가 많이 올라왔다. 2월 24일부터 3월 10일까지 총 21건의 제보가 호 감을 표하는 글이었다. “우려했던 악습과 부조리는없었다.”“, 새기단들이 신입생들을 신경을 많이 써주는 게 고마웠다.”,“ 신입생들을 위한 새기단들의 노 력이 눈에 보였다.”“,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등의 제보였다.

 그러면 올해 새터는 무엇이 바뀌었고 과연 얼마나 개선됐을까? 중앙새터기획단(이하 중새기)측은 지난 9일(목) 본보와의 인터뷰에서“이번 새터는‘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밝혔고“, 안전과 관련한 규칙을 어겨 패널티를 받는 학부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중새기는 이번 새터 때 학부에서 규칙을 어길 시 부여하는 패널티 부분을 강화했다. 다른 사람에게 음주를 강요할 경우, 성적인 발언 또는 성희롱을 할 경우, 술자리에서 지나친 스킨십 벌칙의 경 우 등 작년에 비해 패널티 항목이 더 구체적으로 추가된 것이다. 중새기 측은 이런 모든 사항에 대해서 모든 학부와 협의했다고 전했다.

 중새기를 비롯한 모든 학부의 기획단들이 안전교육 또한 작년보다 더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헌내기미리배움터 때는 전체 기획단이 소방안전교육과 성교육을 들었다. 중새기와 각 학부 새기단 주체는 소방서에서 실시한 심폐소생술 교육도 받았다. 중새기의 같은 경우 이후 직접 부천보건소에 가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한 번 더 받았다. 또한 사건 사고 발생률이 가장 높은 새터 2일 차 밤에는 숙소 각 층마다 중새기 서너 명이 더 배치됐다. 이외에도 안전을 위해 숙소 사전 답사를 작년보다 더 많이 진행했다.

 사회대 응원전인 사대열전에도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중새기 측은“올해는 사회대 새기단 주체들과 협의해 응원 연습 시간을 90분으로 제한했다. 응원 연습을 가장 많이 하는 새터 1일 차 밤에는 자정이 넘어가면 90분이 되지 않아도 숙소에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정했다.”라고도 전했다.

 각 학부도 새터 개선을 위해 신경을 많이 기울였던것으로 보인다. 사회과학부는 술자리 개선과 강압적인 분위기를 없애려고 노력했다. 사회과학부 주체 김형찬(사회∙3) 학생은“기획단들에게 수차례 건전한 술자리에 대해 강조하며 술자리에서의 강압적인 행위, 성희롱 등과 같은 행동은 일체 금지했다. 신입생들이 혹시라도 부담스러워할만한 미션은 기획단 내회의를 통해 최대한 없애고, 기획단이 신입생들에게 귓속말로 미리 의사를 확인한 다음 미션을 진행했다. 사회대 응원전 연습도 3~40분 사이로 줄였다. 신입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새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생활과학부는 미스생과라고 하는 프로그램을 없앴다. 미스생과는 생활과학부의 오랜 전통으로 남학생들을 여장시키는 프로그램으로, 생활과학부 학생들의 불만이 항상 많았었다. 생명∙환경학부는 사발식 문화를 없앴다.

▲ 생명∙환경학부 새기단 도시락 만찬을 즐기고 있다.
▲ “멋있다”(중앙무대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신입생들)
 

<모두가 즐겁기 위해서는>

 강요 아닌 강요

 이번 새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터 프로그램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X맨과 사발식, 장기 자랑, 사대열전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새기단이 X맨을 하는 이유는 △신입생들과의 관계 돈독 △새터에 적응 못하는 신입생들을 도와주기 위한 배려 등이다. 하지만 신입생들은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제보도 있었다. 작년에 새터를 다녀온 익명의 국제학부 학생 A는 “새터 때 응원문화가 너무 싫어서 잠을 잘때 응원이 너무 싫다고 말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자리에 X맨 선배가 있었다. 알고 나서도 처음 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X맨 선배가 혹시 새기단에게 말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자 겁이 났다.”라고 말했다. 또한“X맨이란 것을 알고 난 후 친했던 관계가 오히려 서먹해졌다.”라고도 덧붙였다.

 사발식을 하는 학부가 거의 없어졌지만, 여전히 진행하는 학부들이 있다. 사발식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학부들은“술과 음료수를 섞어 맛있고, 술을 먹지 못 하는 신입생에겐 물을 따라준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대부분의 신입생들이 이제 막 음주를 할 수 있는 성인이 된 터라, 자신의 주 량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술 조절을 잘 못한다는 제보가 있었다. 더불어 술과 물을 선택할 때 새기단 선배가 서있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 물을 택할 수 없다는 제보도 올라왔다. 새기단이 의도하지 않아도 강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장기자랑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새기단은 신입생들의 친목도모를 위한다고 하지만, 강압적인 부분이 있다고 하는 제보가 있었다. 학부 별 행사 중 게임에 서 지면 새기단이 벌칙으로 FM이나 장기자랑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때“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라고 신입생들을 말리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싫 다.”라고 답할 신입생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사회대 학생들은 사대열전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사대열전은 여러 단대들 중 사회대만 있는 응원전으로, 사회대에 속한 학부는 총 7분에서 10분짜리의 고유 응원을 행정오리엔테이션부터 사대열전을 하는 새터 2일 차까지 약 2박3일간 틈틈이 준비한다. 학부 별 고유 응원을 준비하면서 일부 신입생들은 소속감과 단합심을 느끼며 오랜 학부 전통에 감명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일부 신입생들은 영문도 모른채 응원전 준비를 해야 하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작년에 새터를 다녀온 익명의 국제학부 학생 B는 “응원전이 강압적인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 응원을 외웠냐는 질문이 당황스 러웠다. 내가 응원을 잘 외우지 못하자 새기단 선배가 나보고 제대로 안 하면 주변 사람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라고 전하며“사대열전 중 다른 학부 응원이 끝나자 박수를 쳐줬는데, 심사위원 가운데 한 사람이 당시 신입생들에게 이건 경쟁인데 누가 박수를 치냐고 말했다.”라고 자신이 겪은 일화를 덧붙였다.

 어쩔 수 없는 문제들?

 위에 언급했던 문제들이 새터 프로그램에 관한 것이었다면, 새터 자체의‘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본교의 새터는 대다수 학교들과는 달리 모든 학부의 학생이 참여한다. 올해는 총 1650명이 새터에 갔다. 신입생은 1,113명, 중새기를 비롯한 학부 새기단, 동아리 재학생은 537명이 참여했다. 많은 수의 학생이 참 여하는 행사이기에 시간이 많이 지연되고, 인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

 특히 동아리 공연이 있는 중앙무대 때는 화장실을 마음대로 못 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제때 맞추지 못할 경우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까지 기다리기도 한 다. 중새기 측은“이번 새터 중앙무대 때 화장실 통제를 했다. 처음엔 생리현상이라 막지 않으려 했지만, 무대에 사람이 공연하는 도중에 다 나가버리고 화장 실에서도 꽤 길게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하자 중간에 단대별 순서를 정해 화장실에 가기로 협의했다. 구조적인 문제라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버스 지연도 매년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이다. 중새기 측은“새터 이동을 각기 다른 버스 회사 세 곳이맡았다. 소통이 제대로 되질 않아 통제가 힘들었다.” 라고 밝혔다. 또한 총 50대의 버스가 이동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지연되는 시간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버스 지연은 고스란히 일정 차질로 이어진다. 2017학년도 정보통신전자공학부 주체 곽기용(정보통신전자공학부∙3) 학생은“새터 내내 두 개의 버스회사의 연락이 제대로 되질 않아 계획이 틀어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새터 첫날에 계획한 행사들은 모두 시간이 맞지 않아 힘들었다. 내려야 할 곳에 내리지 못하여 자기 학부 버스 찾느라 정신이 없었고, 버스 기사들은 험한 말을 하며 빨리 움직이라고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들로 불편을 겪자 새터를 단대별로 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제보도 올라왔다. 익명의 국제학부 학생 B는“다른 대학교는 단대끼리 새터에 간다 고 들었다. 그게 더 효율적인 것 같다. 지금처럼 일정도 빡빡하게 세우질 않아도 되고 지연도 덜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새터를 구조적으로 완전히 바꿀 수 없다는 지적도 매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새터를 옹호하는 입장은 이렇다. 오랜 전통을 가진 본교만의 문화이며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응원을 해보겠냐는 게 주요 논지였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문제는 새터를 기획하는 새기단에 지원하는 재학생들은 새터에 좋은 기억을 가 진 학생들이 대다수라는 것이었다. 반면 새터에 불편을 느낀 재학생은 다시는 새터에 발도 담기 싫어한다. 새기단도 물론 부조리를 많이 없앴고 앞으로도 없애려 노력한다지만, 새터에서 직접적으로 불편을 느껴보지 않은 학생들이 많기에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모두가 불편하지 않는 새터를 만들 수 있을까?

 새터에서 누군가는 배제된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 성소수자, 선천적으로 성격이 내향적인 사람, 군대문화나 집단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 등은 새터 에 불편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새터에 가는 건 개인의‘선택’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누구도 새터에 가는 걸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것 역시‘강요 아닌 강요’로 볼 수가 있다. 신입생이 처음 입학금과 등록금을 내려고 할 때 등록금 고 지서 옆에는 ‘새내기인성캠프’라는 명목으로 8만원 이 찍혀 나온다. 대다수 신입생들은 영문도 모른 채 8만원을 내야 입학이 되는 줄 알고 등록금과 같이 내 게 된다. 나중에 환불을 하려고 본교 VOS팀에 연락하면 절반인 4만원만 돌려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가게 된다는 제보가 많았다.

 혹시라도‘대학교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으로 무조건 새터에 참여하고 본다는 제보도 있었다. 동기들 사이에서‘나만 소외되지 않을까?’라는 고민도 같은 맥락에서 따라온다. 더불어 새기단들도 신입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신입생 모두가 기억에 오래 남기를 바라 며 새터를 기획한다. 이처럼 새터는 신입생 모두가 참여하고 신입생 모두를 위한 행사로 보인다.

 모두를 위한 새터를 만들기 위해 각 대학들은 노력하고 있다.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매뉴얼을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본보 와의 인터뷰에서 연세대 총여학생회 측은 메뉴얼을 만든 계기에 대해“매년 새터와 오리엔테이션에서 문제가 일어나지만 잘 바뀌지 않았다. 학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학생회가 모든 행사를 주관하는 단체임에도 예방에서부터 실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에서 만들게 됐다.”라고 전하며 “실제로 매뉴얼이 새터와 오티에서의 폭력적인 기존 기획을 바꾸었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혹은 성폭력 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제 더 확실하게 알게 되어서 안심이 된다는 얘기도 들었다.”라고도 말하며 매뉴얼 이후 긍정적인 상황을 언 급했다

 본교 성의교정 간호대학도 새터와 비슷한 새내기오랜내기배움터(이하 새오터)를 신입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바꿨다. 간호대학 22대 학생회 또 바기 측은“기존에 진행되던 잔드리기와 장기자랑을 없앴다. 잔드리기와 장기자랑이 신입생들에게 너무 힘들다는 재학생들의 의견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바꾸게된계기를묻자,“ 이런 술문화가 신입생들에 게 위축이 많이 됐다. 또한 새오터 특성상 선배들이 참여를 많이 하기에 잔드리기하는 시간도 많이 걸리 고 그만큼 잠도 늦게 잤다. 신입생들이 많이 힘들어한 것이 계기였다”라고 답했다.

 잔드리기란“, 가톨릭대학교간호대학간호학과00학번 000입니다”를 틀리지 않고 말한 뒤, 선배한테 “선배님 잔 드려도 될까요?”를 말하고 선배가“음 줘 봐”하면 드리는 술 문화다. -편집자주-

 이어“학생회 측에서도 바꾸려했지만, 4학년 재학생들이 먼저 바꾸자는 말을 했다. 잔드리기가 4학년위주로 진행이 되는데 먼저 바꾸자고 한 것이다. 4학 년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없애자는 찬반투표를 했고 전원 찬성이 나와 없애게 됐다.”라며 과정을 설명했다. “신입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새 터 목적에 맞는 것 같다. 새터 문화를 바꾸기 위해선 학생회 측에서만 바꾸어 나아가야 하는 게 아니라 전체 학생 차원에서도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 각한다.”라고도 덧붙였다.
▲ 이번 새터에서 각 학부마다 세 프로그램 중 어떤 것을 실시했는지 인터뷰를 요청했다. 각 학부 새터 주체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신입생들에게 질문했으며, 가톨릭대 2017 새내기새로배움터 싸이월드 클럽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획서를 토대로 표를 만들었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

 본교 성심교정도 해마다 나아지는 새터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많이 개선됐고 신입생들의 만족또한 높았다. 하지만 아직 남은 문제들이 있다. 모두 가 즐길 수 있는 새터 문화,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새터 문화 등을 지향해야 한다. 동시에 은연중에 내재되어 있는 군대 문화,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문화 등 이 개선되어야 한다.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만 참여하여 이끄는 새터는 반쪽짜리다. 신입생들에게는 좋은 기억을 가진 선배는 물론, 불편한 기억을 가진 선배도 필요하다. 따 라서 재학생들이 정말 본교 안에서의 새터 문화, 나아가 학내 분위기를 개선시키기 원한다면 현재의 의사표출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변화의 바탕은 인터넷 상 에서의 소극적인 논의에서 전체 학생 차원의 ‘실용적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학부나 학과 차원에서 자신이 겪은 불편을 공적인 자리에서 공론화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과연 이 장이 마련될지는 결국 재학생의 관심과 비판, 참여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상으로만 남겨두기에는 우리의 발전 가능성이 너무나 무한하다.
▲ 꿀떡 옷을 입은 생활과학부 학생들이 즐겁게 걸어가고 있다.
▲ 국제학부 학생들이 목청을 뽐내고 있다.
▲ 가수 매드클라운(본명 조동림)씨가 중앙무대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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