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all strangers somewhere] 공항 구금, 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민낯
[We are all strangers somewhere] 공항 구금, 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민낯
  • 전수연 변호사
  • 승인 2017.03.15 22:55
  • 호수 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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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11월 말쯤이었습니다. 시리아에서 난민신청을 하러 들어온 사람 몇 명이‘송환대기실’이란 곳에 갇혀(?) 입국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며칠 간격으로 다른 시리아 사람들에게서 똑같은 내용의 전화가 오기 시작하더니, 11월 말부터 12월까지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난민신청을 한 시리아 국적의 남성들 30명이 차곡차곡 송환대기실에 구금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송환대기실은 뭐고, 난민신청한 사람들은 왜 다짜고짜 구금이 되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왜 대기실 뒤에 붙는 동사는 ‘대기’가 아닌‘구금’일까요?

 아시다시피, 시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이후 내전이 발발한지 5년여가 지났습니다. 지난 5년간 정부군과 반군, 여기에 극단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IS까지 합세하였고, 여러 가지 이권문제로 미국 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개입하여, 내전 뿐 아니라 대리전의 양상까지 띠며 ‘죽어가는 땅’이 되어갔습니다. 한국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시리아 사람들의 대다수는 눈앞에서 집이 불타고, 학교가 폭격당하는 것을 보았거나, 사랑하는 가족 혹은 친구를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해진 모국을 뒤로 하고, 한국땅에 도착한 것이지요. 그나마 이들은 운 좋게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었습니다. 비행기 삯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인원이 한참 초과된 보트를 탄 채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다, 배 위에서 생을 마감하기도 합니다.

 인천공항에 있는 ‘송환대기실’은 외부에서 볼 수 없는 격리된 공간이며, 여권을 미소지하였거나 혹은 소지한 여권이 위조된 경우, 입국목적이 불분명한 경우 등에 입국을 제한하고 본국으로 출국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머물게 하는 말 그대로 ‘송환’을 위한 ‘대기’실입니다. 이곳은 창문도 없으며, 잠잘 공간은 나무 평상이 다입니다. 수용정원은 50명가량이나 사람들이 몰리는 경우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 잠 잘 공간이 부족하여 상자를 펴서 깔고 자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환경이 열악한 대기실에 시리아 난민신청자들은 6~7개월 동안이나 갇혀있어야 했습니다. 이유인즉슨, 이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신청을 하기 위한 2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하나는 입국 후 출입국사무소에 가서 신청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신청하는 것입니다. 위 시리아인들은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하였구요. 법무부 출입국은 이들이 한국에 오기 전, 터키나 중국 등을 경유했는데, 터키나 중국은 ‘안전한 국가’이며(터 키는 몰려오는 시리아 난민들의 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에 담을 쌓아 돌려보내고 있으며, 중국은 탈북자들도 강제송환 시키는 국가 아니었던가요?), 그곳에서 별탈없이 잘 체류하였음에도 한국까지 와서 난민신청을 한 의도가 불순(?)하며, 이들은 오로지 경제적인 목적으로 입국한 자들이라는 이유를 들어‘난민인정심사불회부 처분’을 내린 것입니다. 즉, 난민인정사유가 없다고 임의적으로 판단한 후, 정식으로 난민심사 받을 기회 자체를 박탈해 버린 것이지요. 이에 어필은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취지로 소송을 시작하였고, 재판결과가 나오기까지 송환대기실에 꼼짝없이 갇혀있었던 것입니다. 하루 세끼 치킨버거와 콜라가 제공되긴 하였지만, 이 분들의 종교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식단이어서, 버거 안에 든 치킨은 빼고 빵과 야채만 드셨다는 분도 계셨구요.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여러 사람이 함께 있으니, 피부병과 호흡기 질병이 돌았지만, 약국이나 병원을 맘대로 갈 수도 없었습니다. 아직 이분들은 형식적으로 한국에 적법하게 입국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갇힌 계절은 겨울이었고, 공항 밖은 봄을 지나 여름이 왔습니다. 다행히 초여름의 끝에 승소라는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소송 과정 중 접견했던 시리아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우리는 범죄자가 아닌데 왜 한국정부는 마치 우리를 사슬로 묶인 동물과 같이 취급하느냐고 슬픈 억울함을 토로하시며, 어서 시리아의 내전이 끝나, 시리아로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시리아에서의 일상이 그립다고 말입니다. 서로의 서로에 대한 파괴가 일상이 된 사회. 죽음에 내몰려 말도 통하지 않는 땅에 온 난민신청자를 ‘가장난민’으로 내모는 한국정부, 오히려 한국정부야말로 생존을 위해 한국 땅의 문을 두드린 이방인을 오로지 경제적인 목적과 수단으로만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리아 난민에게 ‘가장난민’이란 수식어를 붙인 한국정부의 난민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낯 뜨겁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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