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향기를 맡는 시간
봄향기를 맡는 시간
  • 박혜영 기자, 박지연 수습기자
  • 승인 2017.03.15 23:27
  • 호수 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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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시 신례리에 핀 왕벚꽃(사진_제주관광공사 블로그 제공)

 왜 봄을 기다리시나요?

 2012년 발매한 장범준의‘벚꽃 엔딩’이 또다시 음원 차트에 등장했다. (멜론 실시간차트 2017년 03월 11일 21:00시 기준 55위) SNS상에서는 벚꽃 개화시기를 알리는 글에 서로를 호명하며 함께 꽃놀이에 갈 것을 약속한다. 설렘을 대표하는 계절인 만큼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당신은 왜 봄이 오길 바라는가? 봄은 하얗게 덮인 눈을 따스하게 녹이며 새싹을 틔운다. 겨울 내내 헐벗은 채로 떨던 나무는 초록빛 옷을 입는다. 번데기 속에 숨어 있던 나비도 곧 잠을 깨고 꽃들 사이를 누빌 것이다. 이들을 보고 있자면 지난날의 후회, 잘못 등은 잊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학기가 시작되면 우리의 옷은 점점 얇아지고 마음에도 살랑바람이 분다. 이렇게 좋은 날에 가만히 앉아 수업만 들을 수는 없지 않는가? 봄을 더욱 즐길 수 있도록 벚꽃 이야기와 함께 개나리와 벚꽃을 보러 가기 좋은 장소 각 한 곳을 선정했다. 또한 집에서도 향긋한 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제철나물인 달래로 넣은 비빔밥 레시피도 준비했다. 이 제 모든 게 준비되었으니, 즐기기만 하면 된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그냥, 봄이니까.

 벚꽃을 바로 알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이 끝나갈 무렵, 길을 걷다보면 거리에는 바람에 맞춰 벚꽃이 흩날리곤 한다. 역곡역에서 내려 학교까지 걸어오는 길에도 벚꽃이 수 북하다. 복사골의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딱 그 때쯤이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전국적으로 벚꽃 축제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술과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꽃을 감상하며 연회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꽃놀이를 즐긴다. 낮밤 할 것 없이 나무 밑에서 돗자리를 펴고 유희를 즐기는 규모가 크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대개 벚꽃을 일본의 국화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국화를 정해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일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벚꽃의 원산지는 바로 우리나라 제주도이다. 제주도 한라산에서 자생한 것으로 발견된 왕벚나무는 기원에 대해 다양한 설이 있었지만 1933년 4월 교토 제국대학 일본의 고이즈미 겐이치 박사가 한라산 남쪽 수림에서 왕벚나무를 찾아내면서 엄연한 자생지로 인정받았다. 제주도가 왕벚나무의 자생지임이 분명한데도 그 자생지와 기원에 대하여 서로 상반되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어 온 것은 한라산에 분포하는 왕벚나무에 대한 조사가 종 합적으로 이루어진 바가 없이 주로 외국인들에 의하여 단편적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벚꽃은 한국인보다 일본인들이 더 사랑하는 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지만, 적어도 벚꽃이 일본의 꽃이라는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일본 못지않게 벚꽃에 애정을 지니는 민족임을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봄노래로 유명한 장범준의 ‘벚꽃엔딩’이 발매 된지 5년이 지났음에도 벚꽃이 필 때쯤이면 여전히 음악 차트의 순위권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왕벚나무의 개화 시기는 3월 말부터 4월 초까 지이다. '당신에게 미소를' 꽃말과같이, 벚꽃이 만개한 4월 초 쯤 이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띠어지길 마련이다. 그 순간을 즐기는 데서 그치지 않고 벚 꽃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꽃놀이 하러 가요

 봄꽃 소식이 하나 둘 들려온다. 봄소식이 반가워 몸이 벌써부터 들썩거린다면 벚꽃보다 조금 더 빨리 피는 개나리를 먼저 맞이할 것을 추천한다. 그 장소로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응봉산이 제격이다. 지하철로 응봉역에서 내려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응봉산은 해발 94m로 산보다는 큰 언덕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완만한 경사이기 때문에 누구나 가볍게 팔각정이 있는 정상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꽃이 만개해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꽃이 핀 개나리를 감상하다보면 힘든 것은 금방 잊게 된다. 다른 나무와 꽃들은 찾기 힘들 정도로 개나리가 온 산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다. 서울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도심 같지 않아 쌓인 피로를 풀기에 좋다. 밤에 한강에 위치한 대교가 뿜는 불빛을 감상할 수 있어 팔각정은 야경 명소로도 유명하다. 아직 개나리축제가 열리는 날짜는 공지되지 않았으나, 매년 4월 초쯤 열린다. 개나리는 오랜 기간 볼 수 없는 꽃이므로 개화시기를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겠다.

 응봉산 나들이로는 만족하지 못했다면 중랑천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서울숲공원의 벚꽃을 보러 가는 것을 추천한다. 꽃이 다 피지도 않았는데도 연인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여의도와는 달리 서울숲의 면적은 대략 35만 평으로 벚꽃을 비교적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는 장소이다. 벚나무 아래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 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것이다. 서울숲은 벚꽃 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도 많기 때문에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들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벚나무와 함께 이름 모를 연둣빛의 싱그러운 나무들과 함께 섞여 있는 모양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바람이 꽤 부는 곳이기에 타 지역의 벚꽃에 비해 빨리 지지만 꽃잎이 쉴 새 없이 흩날리는 풍경을 볼 수 있어 낭만적이다. 공원 내부에 곤충식물원, 체험학습원, 습지생태원 등의 여러 특색 있는 공간이 있어 따로 축제가 열리지 않음에도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굳이 먼 곳까지 가서 꽃을 즐길 필요는 없다. 본교 스머프 동산에서도 성인키의 몇 배나 되는 크기의 벚나무를 볼 수 있다. 수가 많지는 않지만 왕성하게 뻗은 가지 덕분에 나무 근처만 가도 꽃잎이 날리는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역시 푸른 나무들과 어울려진 배경이 아름다워 매년 봄마다 동아리 부원들이 단체사진을 찍는 포토존으로 인기있는 장소다. 본교에서 원미산으로 가는 길목의 양 옆으로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긴 산책길도 아니니 강의가 끝난 후 잠시 둘러보며 쌓인 피곤을 풀어보는 게 어떨까.
▲ 응봉산의 개나리(사진_피터팬(shinheh)님 블로그 제공)
▲ 서울숲의 벚꽃(사진_러블리쏘(dlthdus11111님 블로그) 제공)
▲ 서울숲의 벚꽃(사진_러블리쏘(dlthdus11111님 블로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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