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브리핑] 기사 작성의 특권과 기자의 책임
[편집국장 브리핑] 기사 작성의 특권과 기자의 책임
  • 정희정 기자
  • 승인 2017.03.29 07:44
  • 호수 2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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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보사 편집국이 기자들로 북적인다. 열일곱장의 시간표가 붙어 있는 한 쪽 벽면을 바라보니, 네 명이서 신문을 만들던 때가 떠올랐다. 수습기자로 한 학기를 겨우 보내고 당장 두 면 이상을 책임져야 했던 그 때. 나의 편집국장 선배는 언제나 책상을 쾅쾅 치며‘투쟁’을 외쳤다. 그리고“기자는 기사로 말하는 거야.”라고 했다. 후배 기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그 외침이 부담스러웠다. 선배는 뭘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 조그만 학교에서. 하지만 그 대를 이어 편집국장이 된 나는, 스스로의 모순을 증명하듯 후배들에게“기자는 기사로 말한다.”고 말하며 등을 두드리고 있다.

 마리아관 317호의 한 식구가 되려하는 수습기자들에게 왜 학보사 기자가 되려는지 물으면, 대개 글을 쓰고 싶다고 대답한다.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글이 쓰고 싶다는 건,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것이라고. 짧은 경험으로나마 확신하는 한 가지. 기자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야 한다. 편집국장이 기사 쓰라고 하니까 기계적으로 쓰는 태도는 죽은 글들을 뱉어내게 한다. 그리고 아무나의 손을 거쳐 난도질당해도 그 죽은 글 에서는 비명조차 새어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기사로써 외치고자 할 때, 비로소 기자들끼리 언쟁하고 자존심도 상하고 벌건 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298호에서는 편집국장이기 전에 기자인 나도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펜을 들었다. 코어사업에 대해서 다뤘지만‘과연 대학이 정부에 좌지우지되며 운영되는 게 옳은지’모두에게 묻고 싶었다. 주간 교수님께서 대학은‘자유정신을 길러내는 곳’이라고 하셨다. 그 말이 옳다 생각했고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유정신 또한 메마른 단어에 불과한 것이라며 글을 써 내렸다. 1, 2면에는 학생대표자들의 공약에 대한 질의응답 기사를 배치하면서 독자들과 함께‘우리에게 필요한 총학생회란’무엇인지 고민하고 싶었다. 학교의 대변인이나 연예인이 아닌 우리들의 대표자. 5면 사회기획과 8면 문화기행 또한 그 기자의 외침이 독자들께 다양한 자극으로 전달이 될 것이라 믿는다.

 298호를 마감하면서 동시에 다음 호를 구상하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기자들이 과연 어떤 기획을 가지고 회의에 참석할지 기대가 된다. 그 하고픈 말이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그런 말들이었으면 좋겠다. 또, 한낱 아우성이 아닌 학교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글이었으면좋겠다‘. 기사로써말하기’는 우리가 기자일 수 있을 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또 책임이다. 가톨릭대학보의 기자이기를 자처한 우리들의 하고픈 말들이 치열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고 맺어지는 모든 기사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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