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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대표자를 자처한 사람들이 귀와 입을 닫았다.
2017학년도 보궐선거 학생대표 후보자들이 범한 불법선거유세를 취재했다. 사실 확인과 함께 해명의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각 후보자들에게 질문했다. 돌아온 대답은 ‘이제 후보자가 아니니 답변하지 않겠다.’였다.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학생 대표를 자처했던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제 후보자가 아니니 못 들은 걸로 치고 입을 닫으면 과거는 없었던 일이 되나. 학생 대표자는 주변으로부터 칭찬과 위로를 받기 위해 존재하는 자리가 아니다. 심리적 부담감을 이해 받고
싶다면 그냥 수업 듣고 집에 가면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다를 바 없었다. 실시간으로 투표율을 공개하지 않은 것, 니콜스 4층 투표장에서 무효표가 5%를 넘은 것, 세칙의 불명확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했는가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이 없었다. 선관위가 일회적 기구인 점을 잘 이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에게 공명정대를 요구하는 것이 더 웃긴 꼴이 되었다.
학내에 비판적 기능을 담당하고, 학생 대표자들을 견제하는 기관으로서 학보사는 존재한다. 일반 학생들을 대신하여 질문하고 추궁하고 답변을 얻어내는 것이 우리의 자격이고 의무이다. 그런데 대표자들이 이러한 사실에 무지하다. 그저 신문이나 만드는 동아리쯤으로 여기고 귀찮게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날선 질문들을 쏟아내고 별 것 아닌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기자들이 너무하다고 느낀다면 한 번 쯤 반대로 학보사가 어떤 원동력으로 굴러가는지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한 달이 됐다. 수감되어 있는 지금까지도 그녀는 자신의 죄를 부정하고 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 갇혀 여전히 자신은 누명을 뒤집어 쓴 무고한 자인 것이다. 한 국가의 수장이었던 자가 듣고 싶은 소리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았다. 옹호자들의 그늘에 숨어 어떤 비판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 씁쓸한 현실이 우리가 마주한 대학 사회의 자화상이다.
우리는 귀와 입을 닫은 사람들에게 기삿거리를 구걸하지 않는다. 학교 안 작은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모두의 이상은 같은 곳을 향해 있다. 기성세대의 실수를 똑같이 범하지 않는 것, 우리세대는 좀 달랐으면 하는 것. 결국 우리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자조하기 전에, 학생 대표자들은 비판의 소리를 듣고 수용하며 입이 닳도록 해명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학생 대표자들과 후보자들이 소통을 강조해왔다. 소통은 귀와 입을 열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들이 바친 시
간과 노력은 가치가 있다. 다만 그 노력이 핵심이 아닌 것에 낭비되거나, 가치가 고작 장학금으로 평가절하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