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곳에 오셨습니다] 일흔 살의 새로움, 자유시장
[참 좋은 곳에 오셨습니다] 일흔 살의 새로움, 자유시장
  • 박지연 수습기자
  • 승인 2017.04.11 20:44
  • 호수 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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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었지만 새로운 전통시장 나들이
▲ 시장 입구에서 사람들을 반기는 왈순아지매 동상

 아득한 과거부터 시장은 우리의 삶에 밀접했다. 사람이 모인 곳에 시장이 있고 시장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곳이면 모두 시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오늘날 시장은 홈쇼핑, 인터넷 쇼핑, 대형마트, 백화점, 전문시장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이로 인해 자연히 전통시장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현실을 감지하고 전통시장 살리기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전통시장의 침체를 우려할까. 그 해답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전통시장에 대한 경험과 감정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시장만이 주는 활력, 정감이 넘치는 분위기가 있으며 그 안에서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낀다. 근대화를 거치면서 피할 수 없었던 인간 소외는 어느새 사회 곳곳 침투해 있고 사람들은 무의식 중 서로 부대끼며 살기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 사실은 전통시장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특색을 찾아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결코 사라지지는 않을 이유다. 그 현장에 문화부 기자들이 직접 들어가 전통시장의 생생함과 변모를 담아왔다. - 편집자 주 -

 부천역 2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자유시장이 있다. 입구에는 ‘왈순아지매’동상이 순박한 웃음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반긴다. 전통시장이 가지고 있는 보통의 이미지, 어수선하고 어질러진 모습이 아니다. 예상보다 넓고 쾌적해 시끌벅적한 시장바닥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1947년에 처음 열려 1970년대까지 부천에서 유일한 시장이었던 자유시장은 2015년 6월 ‘자유시장 현대화’사업에 선정되었다. 그 덕에 2016년엔 낙후된 천장과 바닥 공사 그리고 상점들을 정비했다. 시장의 총 길이는 730m로 점포 수가 300개를 훌쩍 넘는다. 내부로 들어가면 찾아가기 쉽도록 A구역과 B구역으 로 나뉜다. 대형마트로 인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전통시장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반찬, 간식거리, 과일, 횟집에서부터 옷, 고기, 화장품 등 없는 게 없다. 심지어 다이소도 있다. 생선과 조개를 파는 수산시장이 보인다. 눈을 동그랗게 뜬 갈 치가 쳐다보는 시선을 뒤로하니, 주황색 장갑을 끼고 남색 장화를 신은 상인이 손님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한다. 상인들이 손님을 유치하기도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손님들이 알아서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상점도 있다. 어떤 곳은 상점 내부가 이미 손님들로 차 있어 발걸음을 돌리는 풍경도 연출된다. 전체 적으로 여느 시장과는 달리 손님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 물씬난다. "다른시장에 비해 넓고 깨끗한 것같아 자주 와. 물건이 싱싱하고 다양하기도 하고. 군 것질거리도 많아, 한가할 때는 놀러 온 기분으로 먹으면서 돌아다녀.” 지나가는 50대 여성이 그 이유에 대해 답해준다.

 어릴 때 엄마랑 손잡고 온 이후로 참 오랜만에 방문하는 시장인지라 더 새롭다. 정감 있는 분위기가 좋아 저녁에 한번, 다음날 아침에 재방문했다. 저녁보 다는 아침에 사람이 더 많다. 이유를 물어보니 저녁에 방문한 시간은 대부분 상점의 마감 시간 즈음이라고 했다. 오후 7~8시라는 생각보다 빠른 마감시간에 한번 놀라고, 마감 시간이었음에도 손님이 많다는 부분에서 두번 놀랐다. “에이, 요즈음같은 봄에는 8시쯤 개장하지만 겨울에는 그보다 더 일찍 열어요.” 두 리번대며 중얼거리던 내 혼잣말에, 가까이 있던 상점의 상인이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시장은 느리지만 빠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벌써 시장의 끝이 보인다.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다시 한 번 이곳 저곳 둘러본다. 그렇게 시장의 아늑함을, 한 아름 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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