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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의 정체성과 기초교양 과목의 현 주소
열린 정신으로 다양성 포용해야 - 기초학문 배제되면 대학 정체성 약화될지도
[300호] 2017년 05월 18일 (목) 02:34:06 김동한 기자 kdh9544@catholic.ac.kr
​ 우리 학교의 정체성은 건학이념인인간존중과 교육이념인 진리∙사랑∙봉사에 입각하여 구축된다. 따라서 이러한 정체성은 설립 당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 학교가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을 교육해 왔고, 어떤방향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거울을 들여다보듯 정체성에 입각하여 끊임없이 성찰해 나가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는 그동안 우리 나름의 정체성에 얼마나 부합하며 발전해 왔을까? 그리고 학생들은 우리학교의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있을까? 본보는 300회 발간을 맞이하여 그러한 상황을 점검하고자 했다.

받아들이기 힘든 학생들

 본교의 모든 기초교양과목과 전공 과목은 교육이념에 근거하여 수업이 진행된다. 특히 기초교양과목의 경우 본교의 이념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초교양과목을 담당하는 학부대학에서는 ‘윤리적 리더’를 인재상으로 정해 교육이념에 따라 교육하고 있다. 윤리적 인재는 인성∙지성∙영성 능력을 고루 갖춘 존재이다.인성 측면에서는 윤리성이 강조되고, 지성 요소에는 창의성∙전문성∙국제성이 포함되며, 봉사성에서는 영성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하지만 기초교양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불만은 주로 인간학과 영성 과목을 향하고 있다. 인성을 갈고 닦기 위해 배우는 인간학과 영성을 쌓기 위해 배우는 영성에 왜 불만이 나타나는가. 문성준(국제학부∙2) 학생의 답변이 학생들의 일반적인 생각을 보여준다. "인간학과 영성에서 배우는 내용은 관념적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교수님마다 다르겠지만, 현재는 정해진 답만 원하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다." 학생들의 주도적 학습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강의 방식이 확립되어야 하리라는 지적인 셈이다.

 영성 과목의 평가방식은 가톨릭대학교 대나무숲(이하 대숲)에서 매 학기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기말고사 문제가 개인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대로 쓰라고 나왔다. 사람이 가지고있는 생각을 어떻게 성적으로(수치로)판단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44242,이하 대숲 제보번호) 이러한 문제를 이유로 2016년 총학생회장단 선거에 출마했던 선본에서는‘영성 P/F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기도했다". 영성이라고 이름을 정해 다른 종교와 같이 배운다고 했는데, 정작 신부님∙수녀님들이 천주교 교리 강론하는 데 몇 시간 쓰는 강의를 왜 모든 학생이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44405)

 봉사성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불만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베풂∙나눔∙생명’(이하베나생) 시스템이 봉사의 순수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나생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졸업을 빌미로 학생들을 강제로 파견시켜 평가하는 게 봉사인가? 내가 듣고 싶은 과목을 포기하고 봉사기관 사정까지 맞추다 보니 막상 나의 사정은 무시되는 것 같다.”(#45708) 베나생 봉사가 결국 자기 돈 내고 봉사해서 2학점 따라는 것 아니냐는 냉소도 있다. “봉사를 돈 내고 한다는 점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본다. 2학점씩이나 하며 등록금 중 일부가 봉사 하는 데에 빠져나간다 생각하면 웃기다.”(#40035)

잠식되는 기초학문

 한편 본교의 발전은 시대와 사회의 요구와 함께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어떠한 변화가 진행되더라도 본교의 정체성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교의 존립 근거와 가치가 바로 이 지점에서 확보되기 때문이다. 현재 본교는 국책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학 가운데 하나다. 프라임(PRIME) 이외의 정부 모든 대학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을 정도이다. 재정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정책 방향에 일견 수긍가기도 한다. 본교는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9년간 등록금을 동결해 왔다. 또한 매해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어서 전년 대비 입학생이 줄어드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를 전제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현재 본교 재정은 등록금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을 터이다. 그러니 학교 입장에서는 국책사업에 참여하여 재정을 끌어와야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책사업의 참여 조건이 기초학문의 위축을 불러일으키리라는 측면도 충분히 판단해야 한다. 기초학문은 대학의 출현과 함께 할 만큼 유구한 역사를 이어왔는데, 이는 기초학문이 대학의 정신을 드러내는 버팀목이 될수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인문학 분야는 다른 응용 학문 영역보다 본교 기초교양과목과의 연 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본교의 정체성을 깊고 넓게 추구하는 데 유용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점을 간과한 채 국책사업 참여를 향해서 마냥 앞으로만 내달리는 정책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국책사업을 수행할 대학 선정에서 ‘대학구조개혁 평가’항목을 포함시키고 있다. 예컨대 의 신청 배제 대학기준에 따르면,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은 사업에 참여할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또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점수는 모든 국책사업계획서의 평가지표에서 가산점 항목으로 들어가 있다. 그러니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 각 대학들은‘개혁’이란 이름 아래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조를 조정하는 데 첫 번째 대상으로 떠오르곤 하는 분야가 기초학문 단위이다. 취업률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이다. 본교의 경우에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에 충실히 따랐으며, 각 전공의 학생수 조정은 대체로 일률적인 비율로 적용되었다.

 국책사업에 선정된 후에는 융복합전공과 트랙을 개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본교에서는 ACE사업과 LINC사업, CORE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가 기초학문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16년 교수협의회장을 역임한 한혜경(중어중문) 교수는 “융복합학전공의 취지는 좋다. 학생들에게 적재적소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학문의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후 융복합을 전공해야 맞으리라 생각한다. 학생들이 부전공으로 융복합전공을 선택하고 있다. 나중에 기초학문보다는 융복합전공을 더 많이 전공하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기초학문은 자연스럽게 통폐합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융복합전공을 개설하면 융복합전공에 맞는 교수를 확보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는 기초학문과 본교의 교육이념에 맞는 교수보다는 사회와 산업체에 관계되는 교수들만 충원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현재의 국책사업이 지속가능한 사업인가도 의문이다. 사업 종료 후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포용력, 본연의 정신

 현재 우리 사회에는 물신화 풍조가 만연해있다. 물질의 가치가 팽창하여 급기야 영혼과 영성의 근거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14년 여름 우리나라에 다녀가신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암시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당시 교황은 어떠한 종교와 이념, 계층을 망라하고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전해 주었다. 가톨릭 특유의 포용력 위에서 교황자신의 여유를 유지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사례라 할 수 있다. 인간존중의 건학이념과 진리∙사랑∙봉사의 교육이념을 정체성으로 삼는 본교 역시 교황께서 보여주신 그 길을 좇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톨릭대학교가 나아갈 방향의 설정뿐만 아니라 각 교정의 공유점 모색도, 지역과의 연계 방안도 바로 이 지점에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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