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요한 15, 5)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요한 15, 5)
  • 김현준(신학∙4)
  • 승인 2009.08.25 20:14
  • 호수 1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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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이야기
예수님의 말씀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렴 당신이 안 계신다고 우리가‘아무것도’못할 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한번은 신자들에게 이러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 빼기 그리스도 하면 무엇이 남을까요? 남는 것은 작고 나약한 노인뿐입니다.” 우리는 몇 달 전 명동을 그득 메우고 끝없이 이어지던 사람들의 행렬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한국 사회에 큰 존재감을 남기신 어른이 그리스도를 빼면 아무것도 아니라니 놀라운 일입니다. 아니, 어쩌면 자기를 낮추고 비우셨기에 그리스도께서 그 분 안에 머무르시고 그 분을 큰 사람으로 만드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비우고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를 채울 때 우리는 진정 그 분 안에 머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거의 매 순간 자기 자신을 위해 삽니다. 먹고 마시며 돈을 벌고 공부를 하는 것 모두 나를 위한 것입니다.
그 뿐입니까? 신앙생활 역시 어쩌면 나를 위해 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내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신앙이 깊어지려면, 또한 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먼저 나를 버려야 합니다.나를 버리는 삶은 십자가의 삶이며, 나아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삶입니다. 예수님 당신 자신이 한없이 자신을 낮추시어 인간이 되시고 십자가에 못 박히기까지 당신을 비우심으로써 그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하지만 이는 비단 그리스도교만의 가르침은 아닐 것입니다. 불교에서도 무아(􂬽􃌬)를 말하며 나에 대한 집착을 끊어야 한다고 설법합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은 나만을 위하는 행동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것인지 말해줍니다. 우리는 모두 한 포도나무에 연결된 가지라는 점을 잊지 않고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은 보다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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