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22년, 세 교정은 따로따로
통합 22년, 세 교정은 따로따로
  • 김동한 기자
  • 승인 2017.05.18 03:50
  • 호수 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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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교는 분교가 아닌 교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 다른 대학이라 칭하기보다는 하나의 대학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교정마다 배우는 학문은 다르지만, 근간이 되는 뿌리는 동일하다. 각 교정의 학생은 모두 건학이념인 인간존중과 교육이념인 진리∙사랑∙봉사에 따라 가르침을 받고 본교의 정신을 이어나간다. 또한 학생들은 모두 '2020PLAN'으로 만들어진 '윤리적 리더'가 되기 위해 전진한다. 즉 '가톨릭'이라는 이름 아래 본교의 학생들은 모두 같은 목표와 인재상을 지향하고 있다.

 

교정 간의 차이

 

​ 하지만 같은 소속과 지향점을 가진 것과 달리 세 교정은 학사일정이나 제도 면에서 다른 점이 꽤 있다. 개교기념주년, 동문회, 학보, 축제 등이 그러하다. 개교기념 주년 경우엔 성의교정의 주년은 의학부 증설 인가를 받은 1954년부터이다. 성심교정은 전신인 성심여자대학이 설립된 1964년부터, 성신교정은 성 요셉 신학교가 설립된 1855년부터 주년을세고 있다. 이처럼 개교기념주년을 다르게 기념하는 이유는 각 교정이 설립된 연도가 다른기 때문이다. ​

 

 동문회도 1995년에 통합 '가톨릭대학교'가 출범한 이후로도 아직까지 따로 운영하고 있다. 성의교정에는 의대동창회와 간호대동창회, 성심교정에는성심동문회로 나눠져 있는 것이다. 본보 2014년 5월 27일에 나온 262호 <우리는 정말 하나의 학교일까?>기사에서 당시 김경희(국어국문∙76) 성심동문회장은 "총 동문회 구성을 추진해볼 계획이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최근 본보가 취재한 결과 성심동문회 측은 "당시 말은 나왔지만 이루어진 사안은 없다."고 전했다. 3년 간 통합의 행보는 제자리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학보도 마찬가지다. 현재 학보는 성신교정과 성심교정에 각각 따로 발간하고 있다. 성신교정 학보사는 종교적 내용으로 학보를 구성한다. 성심교정 학보사는 통합 학보라고 하지만 주로 성심교정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들을 다룬다. 성신교정과 성의교정의 내용은 선거기간 때 후보의 공약이나 당선 보도 정도를 다루는 실정이다.

 

 세 교정 학생들의 교류 행사도 오는 6월 3일에 있을 '세 교정 한마음 친교 등반대회' 밖에 없는 상태다. 2015년까지는 세 교정 학생들이 성심교정에 모여 체육대회를 하는 '세 교정 친교대회'도 진행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세 교정 친교대회는 학사일정에서 사라졌다. 학생들의 낮은 참여도가 원인이었다. 담당자였던 학생지원팀 지영철 차장은 "참여율이 너무 저조해서 중단하게 됐다. 예산도 많이 소요되는 행사였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나됨이 필요한 이유

 

 ​이처럼 낮은 유대감과 교류는 다른 교정 학생들간의 오해도 불러일으킨다. 가톨릭대학교 대나무숲페이지(이하 대숲)에서는 성의교정 의과대학 학생들의 혜택에 관한 오해 글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성의교정 미셸의 식비가 성심교정 미셸보다 2천 원 가량 저렴한 점과 성의교정 '60주년 기념관'의 신축 비용의 출처에 대한 것이었다. 성의교정 미셸의 가격 차이 경우, 사건의 발단은 대숲을 통해 익명의 제보자가 성의교정과 성심교정 미셸의 가격이 다른 점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사실은 서울성모병원에서 2천 원을 지원하여 성의교정 학생들에게만 2천 원 정도 저렴하게 운영되는 것이었다.

 

 60주년 기념관의 신축비용이 성심교정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지출되었다는 제보도 올라왔다. 하지만사실은 의대동창회와 재학생들의 기부가 기념관 설립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5월 21일 메디컬타임즈보도에 따르면, "의대동창회가 큰 도움을 주었고 의과대학 재학생들도 '111 모교사랑 나눔운동'을 통해 전원이 자발적으로 매 학기 1만원씩 기부했다. 각지에서도 기부의 손길이 이어졌다."고 나와 있다.

 

 또한 세 교정 학생회는 작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시국선언과 시위에서 따로 움직였다. 작년 10월 28일 당시 마주보기 총학생회는 성심교정 김수환추기경국제관(IH)에서 가톨릭대학교를 대표해 시국선언을 하였다. 그러나 시국선언 당시 성의교정과 성신교정 학생회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시국선언 명단에도 빠져있었다.

 

 시위도 마찬가지였다. 성심교정은 당시 마주보기 총학생회 주도로 11월 12일 민중총궐기 3차 집회에 참여했다. 하지만 성의교정, 성신교정과 연대하진 않았다. 성의교정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강민곤(의학∙3) 학생회장은 "작년 촛불시위에 성의교정내 의대학생회가 주축이 되어 의대 학생들과 함께 참여했다."고만 전했다. 성심교정에서 투표로 선출되는 총학생회가 세 교정을 대표함에도 불구하고, 각 교정은 하나의 총학생회 아래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은 형편이다.

 

암울한 현 상황

 

 현재 세 교정의 상황은 딱히 하나의 학교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된 세 교정끼리의 오해, 그로 인해 생겨가는 괴리감을 타개하려면 결국 교류와 연대밖에 없다.

 

 하지만 세 교정 교류와 연대 증진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학교 당국 차원에서는 교류와 연대를 증진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전략기획팀 장세훈 팀장은 "현재 기획처 내에서는 특별히 계획하고 있지 않다. 사실 세 교정끼리 특색과 위치가 달라 어려움이 있다. 재정적으로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학생들이 교류하고 뭉쳐야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학생 차원에서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

 

 하지만 학생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교류와 연대증진은 힘들어 보인다. 현재 세 교정을 대표하는 총학생회가 부재한다. 세 교정 학생들 사이의 유대의식이 낮은 탓에 세 교정 교류 행사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율도 매우 낮다. 학생회 차원에서의 교류와 연대가 제일 효율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현실은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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