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특성 살린 언론으로
대학 특성 살린 언론으로
  • 정희정 기자
  • 승인 2017.05.18 04:36
  • 호수 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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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판대에 학보가 금방 줄어들면 ‘이번 호, 잘 팔렸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홈페이지 조회수를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가시적으로 확인 할 수 있다. 사실 학보를 제작하는 중에 이미 독자들에게 얼마나 파급력 있을지 예측할 수있다. 그 기준은 내용의 성실성이다. 지면의 배치부터 기사의 제목, 그리고 그 내용이 얼마나 독자들에게 ‘시기적절한가, 밀접한가, 유익한가, 중요한가?’등을 따져보았을 때 자체적으로 신문의 질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질 좋은 기사를 작성, 발행했다고 해도 독자들이 읽지 않으면 무가치하다. 독자층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오늘 날 학보의 주 독자층인 학생들은 종이 신문과 멀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서 얻는다. 독자층의 생활양식과 특성이 변화함에 따라 기사도 지면에서 인터넷 판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각성은 오래전부터 대내외적으로 언급되었다. 2012년 3월 13일자(232호)에서도 일찍이 ‘뉴미디어시대 언론의 자구책과 대학언론의 방향’에 관한 기사를 다뤘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가톨릭대학보는 얼마나 변화했는가. 유감스럽게도 아직 지면에 갇혀 있다. 지면발행 후 페이스북 페이지에 홈페이지 기사의 링크를 걸어서 업로드하거나, 속보의 경우 타임라인에 가끔 게재한다고 하지만 격주로 발행하는 학보는 정보 전달이 늦다.

 본사는 인력부족과 교육 시스템 부재의 어려움을 오랜 시간 겪어왔다.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16명의 기자들이 있지만 1년 전까지만 해도 8면을 3~4명이서 발행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알아서 잘 크자는 식으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수습기자로 들어와서 일단 취재하면서 경험으로 부딪힌다. 제대로 된 교육 없이 양질의 기사를 요구받는다. 실수는 잦고 읽을 만한 기사를 작성하기까지 다방면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리고 몇 기자들이 완성도 높은 학보를 몇 번 발행하고 나면 퇴임을 한다. 다시 원점이다.

 그래서 학보는 피동적일 수밖에 없다. 당장 학보사 내부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구독을 열망하며 누군가 집어가주길 기다릴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숙명적 선택이 코앞까지 닥쳐왔다. 적극적인 매체가 되지 않으면 5년 뒤에는 외면 받는 종이쪼가리로 전락할지 모른다. 실질적인 방안과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성언론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이로 인해 최근 들어 중앙일보에서 ‘디지털 혁신’을 외치며 새로운 시스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일보 홍정도 사장이 ‘디지털 혁신 설명회’에서 “가만히 있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발언에서도 위기감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신문은 기성신문과 다르게 경제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독자들의 외면이 두려운 것은 동일하다.

 ‘대학’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 아마추어임을 변명삼아 언제까지고 느리고 피동적이고 부족한 상태에 머무를 수는 없다. 대학이기 때문에, 대학이라서, 대학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존재해야만 한다. 지면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본보의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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