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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all strangers somewhere] “엄마 우리 여기서 언제 나가요? 우리는 왜 여기에 갇혀있는 거예요?”
[300호] 2017년 05월 18일 (목) 04:49:15 전수연 .
   
전수연 변호사

현재 ‘공익법센터 어필(APIL,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필에서는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의 인권을 옹호하고 감시하는 일을 합니다. 우리 안의 가장 취약한 지위에 있는 ‘이방인(strangers)’들이죠. 그러나 우리 또한 어디에선가는 이미 이방인이며, 혹은 이 땅에서 언젠가는 이방인이 될 것임을 기억하려 합니다.
 한국에는‘외국인보호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국내에서의 적법한 체류자격이 없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에서 머물 수 없는 사람들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머물게 하는 장소입니다.

 작년 3월 초였습니다. 겨우내 꽉 들어 차있던 차가움 속에 봄의 기운이 녹아들고 있을 때쯤, 외국인보호소에 1살(아론)과 3살(에머슨)의 아이 두 명과 아이 엄마가 갇혀있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세 가족이 구금되었던 날은, 아이들의 건강에 문제가 있어 함께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이 넘는 거리에 있는 병원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당시 1살 아론을 태운 유모차가 있었고, 유모차는 개찰구를 통과할 수 없기에 개찰구 옆 게이트로 먼저 들어간 후, 교통카드를 찍으려는 생각으로 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는데, 이를 본 역무원은 “안돼!”라고 소리지르며 다짜고짜 벌금을 내라고 하였습니다. 엄마는 교통카드가 있어서 돈을 낼 수 있고, 평소에도 유모차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지하철을 타왔다고 설명하였으나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역무원은 다른 여직원을 데려왔고, 그 여직원은 1인 당 51,000원의 벌금을 지금 당장 내라고 말하였습니다. 사실 에머슨의 가족은 난민인정사유가 있었음에도, 소송비용은 커녕 생활비도 빠듯하여 아이들의 아빠만 난민지위인정과 관련한 소송을 진행하던 와중이었는데, 갑자기 1인당 5만원이 넘는 벌금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실랑이가 벌어졌고, 경찰이 왔으며, 난민소송을 못하고 있는 아이의 엄마에게는 적법한 체류자격이 없었기 때문에 아가 두 명과 함께 외국인보호소에 바로 구금되었습니다.

 보호소는 일반 교도소와 다를 바가 없는 구금시설입니다. 다만 출입국 측에서는 외국인들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그 시설에서 먹고 잘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보호’시설이라는 입장인 것이지요. 그러나 보호소 안의 사람들은 철창 안에 갇혀있어야 하며, 이동의 자유도 없습니다. 1살인 아론에게는 모유를 먹여야하는데, 구금된 이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엄마는 모유가 나오지 않았고, 보호소에서는 아가를 위한 분유나 미음 등 그 어떤 것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있는 사무실과 연락이 된 것이 구금된 지 일주일이 된 시점이었는데, 거의 한 주 동안 아론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폐렴까지 걸린 채 그 조그만 몸으로 살아내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에머슨은 3살입니다. 3살이면 어느 정도의 사리분별이 가능한 나이죠. 에머슨은 죄를 지은 것이 없는데 철창 안에 갇혀있는 상황 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에 30분동안 보호소 내에 있는 운동장에 나갈수 있었지만, 다시 들어와야 할 시간이 되면 철창 문을 붙잡고 들어가기 싫어 비명을 지르며 울었습니다. 다행히도 공익법센터‘어필’의 조력으로 법원에 ‘일시보호해제’신청을 한 것이 받아들여져 3주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엄마와 아가들은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보호소에서 나온 이후였습니다. 1살 아론은 너무 추웠던 보호소 안(밤에 20분 정도를 틀어주는 게다였다고 합니다.)에서 폐렴이 걸려 생활비도 제대로 없는 집안 살림에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한창 질문도 많고 수다스러울 나이인 3살 에머슨은 부쩍 말수가 줄고 조용해졌습니다. 밤 에는 악몽을 꾸며 계속 허공에 주먹질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깨는 횟수가 늘었습니다. 특히 대소변을 가릴 줄 아는 에머슨이었지만, 구금된 이후로는 다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주아동에 대한 구금은 아무리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진다 하더라도, 아동들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글로 배워왔습니다. 그런데, 글이 현실 속에서 살아났습니다. 3주 간의 구금이후 아이들의 육체적 건강에도 이상이 왔지만, 구금된 시간동안 얻었던 마음의 병이 말과 행동과 몸으로 표출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이후 마음 한 구석이 저려왔습니다. 아동들은 어른보다 예민하고, 직관적이기 때문에 부모가 구금시설 안에서 겪는 공포와 불안을 함께 혹은 더 크게 느낀다고 합니다.

 구금은 신체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므로 적법한 절차 하에서 제한적으로만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서 형사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수사를 위해 구금하는 경우에도 구금이 위법하진 않은지 법원에 의해 판단을 받으며, 구금기간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게는 위와 같이 구금을 제한할 수 있는 절차적 보호 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는 사람들은 체류자격과 관련한 행정규범을 위반한 것이므로, 상식상 형벌이 중한 형사사건으로 인한 구속보다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 같지만, 현실은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아동을 동반하였거나, 난민사유가 있는지 등에 대한 고려도 전혀 없이, 출입국관리법 위반사유만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구금되는 것이지요. 에머슨과 아론은 이주민이고 동시에 아동이고 체류자격이 없으며 게다가 난민사유까지 있는, 사회적 취약성의 측면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합니다. 가장 약한 사람을 더 취약한 위치에 처하게 하는 사회에서 ‘나’는 안전할 수 있을까요. 보호라는 단어는 위선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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