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선에서 부정개표가 있었나
​제18대 대선에서 부정개표가 있었나
  • 정지은 기자
  • 승인 2017.05.18 05:36
  • 호수 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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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플랜>이 던진 질문
 ​ 제19대 대선 사전 투표가 끝난 뒤 시민단체‘시민의 눈’이 지역 선관위 앞에서 텐트를 치고 24시간 사전투표함을 감시하는 일이 발생했다. 제19대 대선을 앞둔 지난달 14일 한겨레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공개된 제18대 대선 개표 부정 의혹을 담은 영화의 여파이다. 제19대 대선이 끝난 지 딱 일주일이 지났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은 때, 이 기사를 통해 부정개표 의혹을 담은 영화 <더 플랜>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당선자 박근혜가 환하게 웃고있다. "희망의새역사를만들어갑시다!"그런데 바로 다음 컷에서 역사학자 한홍구(성공회대 교수)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무겁게 입을 뗀다. "투표에서 이기고 선거에서 졌다는 말이 있죠." 영화 <더 플랜>은 개표 과정에서의 부정으로 인해 제18대 대선에서 대통령이 뒤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제18대 대선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은 그리 낯설지 않다. 시민들이 나서서 대선 무효소송을 냈다는 사실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상 위에 펼쳐진 다음과 같은 장면은 그러한 의혹을 시각화하고 있다.

 개표소 안이다. 짙은 초록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투표지분류기를 물 흐르듯 빠져나간 투표용지는 기표된 후보의 칸에 분류된다. ‘박근혜’의 이름이 붙은 칸도 마찬가지다. 올바르게 분류되는 투표용지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쌓인다. 그런데 경쾌한 소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철판을 두드리는 듯한 난폭한 소음으로 변한다. 그리고 테이프가 거꾸로 감기는 소리와 함께, 박근혜를 찍지 않은 수많은 표가 박근혜 후보의 칸으로 넘치게 들어오며 개표가 더러워지고 만다.

 투표가 끝난 뒤 진행되는 개표 과정은 다음과 같다. 투표함이 개표소로 이동하면 개함부에서 개함하고 투표용지를 정리한다. 정리된 투표용지는 투표지분류운영부에서 투표지분류기에 넣고 분류한다. 이어 심사ㆍ집계부에서는 분류된 투표지의 심사ㆍ확인과 미투표분류지의 구분과 심사를 진행하고 개표상황표를 작성한다. 개표상황표는 개표상황표확인석으로 넘어가고, 문제가 없으면 위원검열석에서 날인한다. 마지막으로 위원장이 득표수를 공표하고 개표상황표첩부판에 개표상황표를 붙여 공개한다.

 <더 플랜>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개표상황표를 분석하면서 세 가지 의혹을 제기한다. 첫째, '시간 역전'이다. 개표상황표와 개표방송에 공식적으로 기록된 시간이 개표 순서와 일치하지 않는다. 전체 선거구의 약 16% 선거구에서 개표 결과가 공표되기 이전 방송에 집계되었다. 개표 자체가 시작되기도 전에 방송된 사례도 있다. 투표함이 도착하기도 전에 벌써 투표지 분류기가 작동되었다는 기록도 나타난다.

 둘째, '역누적'이다. 역누적그래프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득표수를 개표 마감 시각부터 거꾸로 누적한 그래프를 말한다. 역누적 그래프는 대구시를 제외한 모든 광역시∙도에서 문재인 후보가 개표 마감 전에 역전하는 양상을 보인다.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투표용지가 전국적으로 개표 후반에 더 많이 개표되었다는 것이다.

 셋째, '미분류표'이다. 미분류표란 투표지분류기가 인식하지 못한 투표지이다. 두 번 이상 기표된 투표지, 후보자 간 구분선에 기표된 투표지, 잉크가 번진 투표지 등과 무효표, 명확히 기표한 투표지까지 포함된다. 제18대 대선 결과 투표지분류기에서 3.6%의 미분류표가 발생했다. 무효표가 약 0.3%였으니 미분류표는 무효표의 열 배나되는 셈이다. '미사현상'(미분류표의 일방적인 박근혜 사랑. <더 플랜> 제작자 김어준의 조어.)도 나타난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미분류표 득표율의 차이를 비교하자, 박근혜 후보의 미분류표 득표율은 대부분 문재인 후보의 미분류표 득표율을 상회한다는 것이다.

 투표지분류기에 대한 신뢰를 무너트린 'K값'이라는 개념이 바로 이 대목에서 등장한다. K값이란 상대적 득표율을 나타내는 값이다. 이는 박근혜의 미분류표를 문재인의 미분류표로 나누고, 이 것을 박근혜 후보의 분류표를 문재인 후보의 분류표로 나눈 값으로 또다시 나눠서 설정한 숫자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라면, 박근혜와 문재인의 득표율은 투표지분류기가 분류한 분류표와 미분류표에서 같은 비율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이럴 경우 K값은 1이 된다. 선관위에 남아 있는 제16대, 제17대 대선에서의 3개 선거구 K값은 1에 가까웠다. K값 개념을 설정한 통계학자 현화신 교수(퀸즈대학 통계학과 겸임교수)는 K값이 1에 가까워야 정상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제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득표한 미분류표 비율이 문재인 후보가 득표한 미분류표 비율보다 훨씬 컸고, 전국적으로 집계한 K값은 1.5에 수렴했다. 현화신 교수는 K값=1.5는 통계적으로 디자인된 수치이며, 플랜에 다른 의도가 있었으리라 지적한다. "범인은 투표지분류기이다." 이것이 현화신 교수의 의견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차율 3.3.%는 높은 수치라는 것이 해외컴퓨터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미국 개표조작프로그램을 만든 프로그래머 클린트 커티스까지도 생각을 한데 모은다. "투표지분류기를 믿지 마십시오."독일의 헌법재판소는 2009년 전자투표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더 플랜>에서 제기하는 제18대 대선에서의 개표 조작 플랜은 이러하다. 해커가 선관위의 중앙 시스템에 침투한다. 투표지분류기에 해킹 프로그램을 덮어씌운다. 투표지분류기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를 찍은 투표지를 1.5대 1의 비율로 미분류표로 보낸다. 미분류표로 보낸 만큼의 표를 두 후보의 표에 무효표 혹은 타 후보를 찍은 투표지로 채워 혼표를 만든다. <더 플랜>은 개표참관인 단체와 함께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실제 실험하기도 했다. 프로그래머의 의도대로 분류되는 투표지를 보고 사람들은 경악했는데, 투표지분류기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으니 사람의 수작업으로 개표하자는 것이 <더 플랜>의 주제이다.

 지난 4월 14일 <더 플랜>은 유튜브에 먼저 공개되었고, 20일 개봉하였다. 제19대 대선 일정(5월 4ㆍ5일 사전투표, 9일 선거)을 염두에 둔 의도적인 공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선관위에서는 4월 19일 제18대 대통령선거 개표부정 의혹 영화(<더 플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선관위의 입장 요지에는 다음 글귀 아래 밑줄이 그어져있다. "제19대대선종료후더플랜제작팀의요구가있다면 조작 여부 검증에 필요한 범위에서 제3의 기관을 통해 공개 검증에 응할 것임." 그리고 <더 플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반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세가지 의혹에 대한답변. '시간역전' 현상은 개표상황표에 시간이 잘못 출력되는 사례다. '역누적'현상은 노년층 유권자가 많은 농촌지역에서 박근혜 후보가 표를 더 많이 얻었고, 대도시보다 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이 빨리 개표되면서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미분류표' 현상은 청년층에 비해 불명확한 기표를 하는 노년층이 박근혜 후보의 예상득표율에서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다음 투표지분류기의 조작에 대한 답변. 투표지분류기는 해킹 등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수(􃆠) 개표 주장에 대해서는 유ㆍ무효가 불분명한 투표지를 분류한 후 다시 투표지분류기에 투입할 경우 해당 투표지는 미분류로 처리되어 이를 또다시 수작업으로 재분류해야 하므로, 개표순서를 바꾸는 것은 절차상 모순이다. 또한 외국의 제도가 우리나라와 달라 오류율과 미분류율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왜곡이다. 미분류표 비율 2~3%는 전혀 높지 않다. 전체 투표지 중 3.6%에 불과한 미분류표로는 개표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다. 또한 당선인은 모든 투표지에 대한 개표가 완료된 다음 후보자 별 득표수를 확정하고 결정하는 것이므로 개표 초반과 후반에 누가 더 득표를 하였는가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선관위의 반박 전문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c.go.kr/)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재반박문은 '프로젝트 부(􂵾)'홈페이지(http://www.projectboo.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 플랜>은 음모론에 해당한다. 지난 제18대 대선의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 및 비밀단체가 개입해 있으리라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음모론은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힘든 혼란한 상황에서 유포되는 경향을 띤다. 돌이켜 보면 지난 대선에서는 국정원ㆍ기무사의 언론 조작이 있었고, NLL대화록 유출을 둘러싼 정체불명의 공세가 벌어졌다. 상식 수준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었다. 불통과 추문으로 온통 얼룩졌던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그 과정에서 언론이 제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였으니 음모론이 활개를 쳤던 것은 당연하달 수도 있겠다.

  시민들이 냈던 제18대 대선 무효 확인소송은 4월 27일 한 번의 심리도 없는 상태에서 각하 판결되었다. 대법원에서는 그 까닭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으로 파면돼 원고들이 더 이상 18대 대선의 무효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그러나 <더 플랜>이 제기했던 의혹은 선관위에 의한 검증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와는 상관없이 지난 5월 9일 문재인 후보가 커다란 표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문재인 정권의 행보는 <더 플랜>과 같은 음모론이 출몰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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