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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all strangers somewhere
[301호] 2017년 05월 30일 (화) 19:06:12 전수연 변호사 .
   
​ ​전수연 변호사​

​ 현재 '공익법센터 어필(APIL, 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어필에서는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의 인권을 옹호하고 감시하는 일을 합니다. 우리 안의 가장 취약한 지위에 있는 '이방인(strangers)'들이죠. 그러나 우리 또한 어디에선가는 이미 이방인이며, 혹은이 땅에서 언젠가는 이방인이 될 것임을 기억하려 합니다.
 사무실로 난민 신청자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이집트 국적의 남성 두 분이 찾아오셔서는, 쭈뼛쭈뼛...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영어를 하실 줄 아는 한 분이 설명을 시작합니다. 출입국에 난민지위신청을 하였지만 불인정되었고, 난민 불인정 처분에 대하여 이의신청도 기각되어, 소송도 3심까지 다다퉜지만 패소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여 면담을 시작하였습니다.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인 이집트에서, Y씨는 선조 대대로 기독교신앙을 가져온 집안에서 태어나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살아오면서 어린시절부터 종교적인 이유로 차별과 박해를 받아왔습니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본격적인 공격을 받았던 것은, Y씨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일한 재산인 얼마간의 부지를 본인이 다니는 교회에 헌납한 후였습니다. 이후 주변에 거주하던 ¹무슬림형제단 사람들은 교회의 세력이 커지는 데에 Y씨가 일조하고 있다고 여겨 Y씨가 일하는 인쇄소에 찾아와 교회에 헌납한 땅을 내놓으라며 협박하고, 백지계약서를 가져와 Y씨에게 서명을 하라고 윽박지르며 폭행하고, 인쇄소의 모든 기계와 창문 등을 부수며 영업 방해 행위까지 하여 경찰에 신고도 해보았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아무런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수차례 있은 후에도 집주소로 계속 배달되는 '살해협박편지'로 인해 Y씨는 집에 머물 수 없었고, 십여 차례 거처를 옮겨 다녔습니다. 이사를 다닐때마다 가해자들이 어떻게 집주소를 알아냈는지 계속해서 협박편지가 왔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른 나라에 난민신청해볼 것을 목사님으로부터 권유받아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난민신청 이후, 출입국에서 행해지는 ²난민면접조사 과정에서 신청인의 통역인으로 들어온 사람이 '무슬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간 Y씨는 본국에서 여전히 살해협박편지를 받고, Y씨가 있는 곳을 숨긴다며 폭행까지 당하곤 했던 가족들이 생각나서 더 이상 본인이 무슬림형제단으로부터 받은 박해사유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본인이 난민 면접 과정에서 진술하는 정보들이 새어 나가, 이집트에 있는 가족들의 신변이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본국에서의박해 사유를 충분히 말하지 못했던 Y씨는 난민 지위 불인정이 되었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 재판 과정 중 통역인으로 나온 사람은 이전 출입국 면접 조사 때 통역하였던 '그 무슬림인과 동일인'이었습니다. 이에 Y씨는 통역인이 본인의 말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으며, 본인은 기독교 사유로 난민 신청한 자여서 무슬림인 앞에서는 박해 사유를 말하는 것이 아직 두렵고 어려우니 통역인을 바꿔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판사는 "우리 법원의 통역인 중에는 무슬림이 아닌 아랍어 통역인이 없다."며, 통역인이 없는 상태에서 재판이 이뤄지고 말았고,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패소하였습니다. 무슬림국가에서 온 기독교 개종 난민신청자에게 무슬림 신자를 통역인으로 제공하는 것부터 이해가지 않은 처사였고, 관할 출입국에 다양한 통역의 풀이가 없다면 다른 관할로 넘겼어야 할 사안이었지만, Y씨는 본인의 목소리를 낼수 있는 기회도 시스템도 갖춰있지 않았던 악연의 연속 가운데에 난민지위는 불인정이 되었고, 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혹자는 '약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약자는 달리 약자가 아니다. 자기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지 못할 때 누구나 약자다. 노동자의 심정을자본가가, 장애인의 입장을 비장애인이, 동성애자의 아픔을 이성애자가 대신 말할 수 없고, 말한다고 해도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고착시킬 뿐이다.(...) 피해자의 언어가 필요하다. ³자기언어가없으면 삶의 지분도 줄어든다." 작년 한해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⁴ 1.54%에 불과하였습니다. 통계만 봐도 난민들은 한국이란 땅에서 '자기 목소리'를 가진자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공익법센터 어필을 비롯한 몇몇의 난민관련 시민단체들이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고는 있지만, 이주민과 난민을 이야기할 때에 되돌아 메아리는 종종 섬뜩하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또한, 언젠가는, 반드시, 어디에선가 '이방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¹ 이집트를 중심으로 하는 범 아랍권의 이슬람 극단주의 정치 조직, 정당 단체. 무려 500만~1000만 명에 이르는 회원 수를 가진, 세계 최대이자 가장 역사가 오래된 이슬람주의 단체입니다. 또한, 사우디 아라비아의 와하브파와 함께 모든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들의 모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나무위키 일부발췌)

 ² 난민신청 이후에는, 출입국의 조사관이 해당 신청인에게 난민사유가 있는지를 심사하는 '난민면접조사'과정이 있습니다. 조사관과의 인터뷰는 난민인정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본인의 난민사유를 잘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통역인의 자질이나 조사관의 고압적인 태도 등으로 인하여 난민신청자가 본인의 박해사유 등을 잘 진술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³ 은유작가, '글쓰기의최전선' p66-68

 ⁴ http://nancen.org/1598 (난민인권센터, '간단히 보는 2016년 난민통계') 해당연도 심사결정자 수 대비 인정자를 계산한 값으로써 1차 심사, 이의신청 심사, 가족결합, 재정착, 행정소송승소건을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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