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학생과 학교본부 사이, 실효성 있는 소통창구 마련 시급해
멀고 먼 학생과 학교본부 사이, 실효성 있는 소통창구 마련 시급해
  • 김동주 기자
  • 승인 2017.09.13 01:52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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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페이지 가톨릭대학교 대나무숲(이하 대숲)이 뜨겁다. 최근 본교 행정에 대한 학생들의 의문과 비판이 꼬리를 물며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는 것이다. 제2국제학사 신설, 바오로관 환경개선 공사, 나무 심기를 비롯한 교내 조경, 밤 시간 외등 소등, 기숙사·강의실 에어컨 냉난방 등 주제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학생들 사이에서만 머무를 뿐 본부측의 해명 및 답변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 학생들은 신분 노출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두려움을 느껴 소통창구를 통한 건의에 주저하고 있으며,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여 본부에 건의해야 할 학생대표기구인 총학생회는 구성되지 못한 까닭이다.

 대숲에 게시된 비판 내용에는 추측에 근거했거나 오해 소지를 안고 있는 글들도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본부 측 해명이 없다보니 대숲 내에서의 의혹은 더욱 크게 부풀려지는 양상이다. 이에 본보는 대숲에 올라온 학생들의 비판 및 의문을 취재하였고, 해당 사안에 대한 본부 측 입장도 들어봤다.


 제2국제학사, 과연 우선인가?

 지난 7월 18일 본교 홈페이지 입찰공고에‘(가칭) 제2국제학사 계획 설계 현상공모’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진석추기경약학관(NP) 이후 4년 만에 새로운 건축물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뜨거운 반응은 비판적인 입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기숙사를 짓는 게 어째서 우선순위가 될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강의실, 교수연구실, 학생자치 공간, 동아리방 등 현재 본교는 공간 부족 문제를 앓고 있다. 대숲에서 지적하는 바도 이 지점이다 “강의실, 연구실, 학생자치시설 등 부족한 시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왜 기숙사만 추가로 만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47829번째 제보) 또한 국제학사는 매해 2학기가 될 때마다 추가 모집을 많이 해왔다. 2017학년도 2학기에도 현재까지 4차 추가 모집을 받고 있으며, 이번 학기부터는 GEO기숙사가 폐지되었다. 기숙사 공간이 부족하다면 이러한 현상은 발생할 리 없는 것 아닌가.학생들이 기숙사 증축을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이를 배경으로 하여 이공대 건물 신축이 우선순위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도 있다. 이공대 학생들이 더 많은 등록금을 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본부는 학생들의 제기하는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여타 공간 확충보다는 기숙사 증축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시설관재팀 관계자는“일부 학생들은 기숙사보다 다른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수용률을 따져보면 기숙사도 타 학교에 비해 부족한 상태이다. 그리고 기숙사가 부족한 까닭에 하지 못하는 사업이 몇 가지 있다.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하지 못하는 점 등이 그렇다. 또한 기숙사와 게스트하우스 이용률을 높여 수익구조를 만드는 것도 목적 중 하나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직 설계공모 중이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제2국제학사를 기숙사 전용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공간은 강의실로 만들자는 논의도 있다”고 덧붙였다.


 돈 없다면서 바오로관은 리모델링?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본부는 새벽 2시 이후 외등을 껐던 적이 있다. 이에 지난 4월, 대숲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새벽 1시가 지나서 집에 가는데, 그 시간에 학교 내 가로등이 다 꺼져 있어서 너무 깜깜하다. 안전사고와 치안문제가 걱정된다.”(#46225번째 제보) 또한 냉방과 관련한 학생들의 불만도 있었다. 전종현(사회과학부·1) 학생은“기숙사내 냉방장치가 원활히 작동되지 않을 때가 있다. 갑작스레 더위가 찾아오면 너무나도 힘들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적과 함께 학생들이 문제를 많이 제기한 사안은‘바오로관 대나무숲 조성’이었다. 다음과 같은 글은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학교에 돈 없다면서 지금 사제관에 청소차와 리모델링 관련 업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싹 갈아엎었다. 학교 형광등 빼고 폭염주의보 때 에어컨도 안 틀어주던데 여유금액이 얼마나 많으면 저런 걸 다 하고 있나?”(#47448번째 제보) 원종철 총장이 과거 기획처장 시절 학교 조경에 힘 쏟았던 사실을 염두에 둔 듯,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나무만 심다가 임기를 끝낼 것 같다는 비판도 있었다.

 본부는 대숲에 올라온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일부 사실도 있지만 학생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시설관재팀은 “실제 외등을 소등한 적이 있지만, 학생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와 일부 외등은 다시 켜기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또한 냉방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대상이 1순위가 기숙사, 2순위가 강의실, 3순위가 행정부서다. 금전적인 문제가 따르는 만큼 학생들의 이해를 구한다. 학생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오면 반영하여 수정하겠다. 민원을 구체적으로 제보하면 그 내용을 현장에 더 빨리 반영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조경과 관련해서는 학생들의 의혹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총장님께서 기획처장에 재임하셨을 때 나무에 많은 관심을 쏟으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조경비 비용을 작년의 50, 60퍼센트 가까이로 대폭 낮추었다.”바오로관 환경개선 공사에 대해서도 시설관재팀은 학생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공사비를 학교 교비에서 사용한 것이 아니다. 전액 기부금으로 공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시설이 노후한 데 따라 진행한 공사였다.”


   ▲환경개선 공사가 끝난 바오로관 전경


 소통을 통해 편견 해소해야

 처음에는 하나의 물음으로 시작한다.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 학생들이 이와 반대되는 듯 느껴지는 상황을 목도하면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건 이런데, 어째서 저건 저러한 거지?”납득할 만한 설명이 뒤따르지 못할 때 의문은 오해로 나아간다. “그것은 이러저러한 것 아니야?” 이후 여러 개의 의문과 오해들은 서로 뒤엉켜 자가발전하면서 마치 하나의 정설처럼 떠오르게 된다. 편견이 굳어지는 것이다. 그리고는 마침내 학교의 전반적인 행정에 대한 냉소가 폭넓게 확산되기에 이른다. “학교가 그렇지 뭐.”지금 대숲에서 전개되는 논의의 양상은 이러한 경로를 충실히 밟아나가고 있다.

 현재 학생과 본부 사이를 매개할 공식통로가 없다. 총학생회가 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하여 누군가가 불이익을 무릅쓰고 총대 메고 나서기를 바라기도 요원하다. 학생지원팀이 학생들과의 소통을 담당한다고는 하나 이러한 사안인 경우엔 한계가 있을 터이며, 행정신문고는 처리 방식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 학생 측과 본부 측은 서로 머리를 맞대어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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