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를 향한 엇갈리는 시선, 공론화 통한 합의 필요
길고양이를 향한 엇갈리는 시선, 공론화 통한 합의 필요
  • 김신규 기자
  • 승인 2017.09.13 18:28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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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본교 내 길고양이 개체 수는 대략 42마리. 예전과 비교하면 개체 수가 상당히 늘어난 상황이다. 예전에도 길고양이들은 원미산과 가까운 약학관과 성심관 쪽에서 자주 발견되었으나 지금처럼 개체 수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길고양이들이 본교 내에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자 개체 수는 급증했다.

 42마리의 개체 수까지 이르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 작년 10월부터 길고양이들은 학생들이 자주 다니는 니콜스관과 기슨관 쪽에서 보이기 시작하였다. 특히 기슨관 쪽 잔디에 살았던 길고양이들은 많은 학생들의 관심을 받았고 자연스레 학생들과의 접촉도 잦아지게 되었다. 일부 학생들은 직접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쉼터를 제공해 고양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이로 인해 길고양이들은 꾸준히 교내에 들어왔다. 동시에 번식 활동도 일어나 새끼들도 태어났다. 예전과 달리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길고양이와의 공존 위하는 ‘캣홀릭’

 하지만 길고양이들의 돌봄과 보호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활동이 필요했다. 작년 11월 ‘캣홀릭’(현 페이스북 페이지‘가톨릭대 고양이들’의 전신)이라는 1인 페이스북 페이지가 첫 시작이었다. 캣홀릭은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 한 명이 운영하였으며, 본교 길고양이들의 사료 배식과 치료, 입양 활동을 주로 진행했다. 개인 활동에다가 새로 생긴 페이지였음에도 후원자들의 후원도 받았다. 그러나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이 워낙 컸던 탓에 사비와 후원금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전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는 “길고양이들을 병원에 한 번 데려갈 때마다 10만원 단위의 돈이 들어갔다. 사료비도 만만치 않았다. 사비와 후원금을 동원해도 모든 활동을 충당하기엔 부족했다”라고 밝혔다.

 이후 재정적으로 많은 부담과 관리자의 개인적인 진로 문제로 인하여 더 이상 활동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쯤 현 가톨릭대 길고양이 돌봄 소모임 ‘캣홀릭’(이하 캣홀릭)이 등장했다. 캣홀릭은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부원들을 모집했다. 또한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물보호시민단체인 ‘카라’(KARA)와 연합했다. ‘카라’는 외부단체이지만 대학 내의 동물 보호 명목을 가진 소모임 이상의 단체에게 사료비와 치료비 지원 및 중성화 수술 보조 등의 금전·비금전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러한 카라의 도움으로 현재 캣홀릭은 사료 배식과 다친 길고양이 및 유기동물의 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TNR(Trap-Neuter-Return)이라 불리는 중성화 수술도 지원받게 되었다. 중성화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개체 수를 조절이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캣홀릭은 교내에 머무르고 있는 유기견 한 마리에 대해 배식과 건강관리를 해주고있다.


 평행선 달리는 구성원들의 입장

 하지만 캣홀릭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가진 구성원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우선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을 무서워하는 학생들이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가톨릭대학교 대나무숲에서는 “나는 고양이를 너무 무서워한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고양이가있으면몇분더걸리더라도 다른 길로 우회하거나 도망갔는데, 요즘 본교에 고양이가 많아져서 니콜스관이나 마리아관 건물을 지나갈 때는 긴장하면서 다닌다”(#41888번째 제보)고 올라온 적이 있다.

 또한 캣홀릭의 활동이 지속적이지 않게 될 경우에 대한 우려도 있다. 활동이 지속적이지 않거나 학생 차원에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면 사후에 대처가 어렵다는 것이다. “후에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학생 수준에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지금 고양이 밥 주는 학생들이 졸업하고도 매일 와서 밥 챙겨 줄지 의문이다”(#42055번째 제보)라는 제보도 있었다. 이외에도 길고양이가 학교 건물에 출입하는 일도 빈번하며 전산실에 출입해 정전이 된 적도 있었다.

 이처럼 교내 구성원들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를 위해서 공론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캣홀릭 소모임은 아직까지 본교 당국이나 학생 대표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와 아무런 접촉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본래 본교 동아리는 설립할 때 학교 당국에 활동 목적과 사항을 알리기 마련이지만, 소모임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기에 알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 캣홀릭 소모임 회장은 “소모임이 출범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은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이르다고 생각한다. 활동을 더 잘 이어나간 후에 생각해보고 싶다”고 알렸다.


 타 학교는 어떻게 해결했나

 이 같은 합의점을 잘 도출해내고 학내 구성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다. 국민대학교 준동아리인 ‘추어오’이다. 추어오는 국민대에서 길고양이 돌봄 및 보호를 위해 2015년 12월 페이스북 페이지로 시작된 단체다. 추어오는 작년 8월 후원계좌를 통해 천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후원받았고, 현재는 만여 명이 팔로우하는 페이지로 발전했으며 150명의 부원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런 성공의 동력은 다름 아닌 길고양이 보호 문제에 대한 꾸준한 공론화다.

 추어오 회장은 “활동 시작부터 온·오프라인을 통해 보호를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길고양이 문제를 중립자적인 입장에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무조건 길고양이 보호가 먼저라는 입장이 아닌, 불편해하는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입장을 주고받으면서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전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작년 4월, 설립 후 5개월 만에 준동아리 승격이었다. 이는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추어오의 길고양이 돌봄 및 보호 활동에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이며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 받은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동물보호’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사람과 동물의‘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사람들 입에서 거론되는 상황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도 동물보호법 강화인 점을 보면, 이러한 논의는 사회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와 법은 새로운 제도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의 반발심이 클 가능성이 높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대화와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본교의 캣홀릭도 이와 다르지 않다. 캣홀릭의 활동은 다른 소모임 활동과 달리 교내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본교도 길고양이 돌봄 및 보호에 관하여 구성원들의 합의가 필요함이 자명하다.

   ▲본교 내 길고양이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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