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성 감독의 <나는 길고양이로소이다>
조은성 감독의 <나는 길고양이로소이다>
  • 김민형 기자
  • 승인 2017.09.13 19:14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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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대만의 ‘三猫三色’ 이야기

조은성 감독 프로필

<영화>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2016 (감독)
- 무현, 두 도시 이야기, 2016 (제작/기획)
- 그라운드의 이방인, 2014 (제작/주연)
- 60만 번의 트라이, 2013 (기획)
- 고양이의 보은, 모노노케 히메, 붉은 돼지, 천공의 성 라퓨타 등 10개작 (마케팅)


<텔레비전>

- 시네마 천국 (극본)


 이력이 참 다채롭다. 야구부 선수에서 방송 작가, 애니메이션 마케터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 부천 미디어센터 2층 복도 끝, 조은성 감독의 작업실은 고양이 사진으로 가득하다. 그의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장면 속 주인공들이다. 그가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내디딘 새로운 발걸음에는 고양이가 함께 했다. 길고양이‘를’다룬 영화지만 길고양이‘만을’위한 작품은 아니다. 영상 속에는 그 길고양이들 곁에서 살아가는 우리, ‘사람’도 있다. 지난 8월, 고양이를 특별히 아끼는 한 사람을 만났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찍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과거에 고양이 학대 사건들이 언론에 여러 번 보도된 적이 있었죠? 그걸 보고 참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부당함을 해소하고자, 사람들에게 동물권이 무엇인지 알리고 싶었어요. 동물 복지의 필요성을 말할 방법은 굉장히 다양해요. 기부나 강연, 다수가 참여하는 캠페인 등이 있죠. 제 방법은 ‘영화로 말하기’입니다. 발로 직접 뛰며 담아낸 이야기를 하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평소 길고양이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으셨나요?

 “제가 이십대 초반일 때 어머니가 식당을 운영하셨어요. 그때부터 고양이를 키웠죠. 당시 고양이는 그저 쥐를 잡는 수단이어서 지금처럼 동물을 품종을 따져 고르지 않았어요.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고양이를 묶어 기르는 사람도 많았잖아요. 삼십대 이후로는 집에서 독립해 저 혼자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치료해준 적도 있는데, 그 아이들 중 지금 저와 함께 사는 친구도 있고요. 생각해보면 아주 예전부터 이런 방식으로 고양이에 대한 호감을 키워왔던 것 같아요. 고양이는 언제나 제 곁에 있던 존재였으니까요”


 영화 배경의 선정 과정이 궁금한데요.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외국의 길고양이들까지도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과 대만, 일본에서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는 굉장히 달라요. 쉽게 말해 인식의 차이죠. 일본 아이노시마섬, 대만 허우통 골목 주민들은 길고양이들과 공존하며 살아요. 촬영할 적에 아이노시마섬 이장님이 “난 고양이가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고양이들을 소유하거나 죽일 권리는 없으니까”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크게 감명을 받았죠.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함까지 강요하기는 어렵지만 ‘존중’할 수는 있는 거죠. 외국의 길고양이들은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아요. 사람에게 공격받지 않기 때문이에요. 길고양이들이 꽁꽁 숨어 다니는 한국과는 다소 다르죠. 이런 점을 비교함으로써 오늘날 한국의 실태가 어떤지 드러내고자 했어요”


 영화에 고양이를 돌보는 많은 사람이 나옵니다. 그분들이 누구신지, 어떻게 취재하게 된 건지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보통은 누구를 취재할지 사전에 다 정해두지만 이번에는 현지에서 연락해 바로 촬영한 경우가 많았어요. 다큐를 찍으려면 돌파력이 중요해요. 원래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무작정 연락한 뒤 문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의 하나니까요. 한국사람 특유인 불굴의 의지가 이런 데에서 드러나는 게 아닐까요. 촬영 중 우연히 찍게 된 사람들도 많았죠. 대만에 있는 고양이 카페가 바로 그 사례예요. 마을 산길을 걷다가 발견한 카페에 들어가서 영화에 대해 설명 드리고 촬영을 부탁했죠. 대부분은 저희한테 적극 협조해주세요. 고양이로 엮이는 사람들 간의 동지애를 ‘묘애’라고도 하죠?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김하연 작가님의 길고양이 사진에세이 <하루를 견디면 선물처럼 밤이 온다>를 선물하고는 했어요. 사진에세이는 언어 장벽과 관계없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니까요. 책을 받은 분들은 한국 길고양이들의 삶이 어떤지 자주 물어보시곤 했어요. 그런 질문을 들을 때면 부끄러운 마음도 조금 들더라고요. 한국 고양이들은 다른 나라의 고양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잖아요. 한국 사람들은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평등 대신, 수직적이고 주종적이라고 생각하죠”


 고양이를 바라보는 ‘태도’면에서 중국과 일본, 대만의 사람들과 한국 간 차이가 있을까요?

 일본의 경우 NPO(Non-Profit Organization)가 잘 발달되어 있어요. 일본의 어떤 길고양이 보호단체는 일본 전역 순회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으로도 유명해요. 그들은 길고양이 구조와 중성화만큼이나 사람들의 인식 개선을 중요시해요. 적적한 시간을 달래고자 모임에 오셨던 분이 세미나를 들은 이후에는 길고양이에 관심을 가지시는 경우도 많아요. ‘길고양이가 생각보다 해롭지 않네?’라는 의견도 많이 나오고요”


 한국 길고양이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우리나라에서의 상황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개개인의 인식 개선이에요. 교육도 한 방법이겠죠? 저는 ‘어렸을 때부터 길 동물들이란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자랐는지’가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해요. 고양이와 인간, 각자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내가 한 생명을 죽여도 된다는 잘못된 특권의식을 버려야 해요.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자는 거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죠. 길고양이는 소유하거나, 멋대로 쉽게 죽여도 되는 존재가 아니에요. 길고양이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전부 돌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해요. 어느 집단, 어느 곳을 가도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요. 개인 한 명 한 명의 인식 개선에 초점을 두고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 한국은 길 동물들에 대한 교육이 활성화되어있지 않아요. 동물 복지법도 빈약한 상태고요”


 영화가 개봉된 지 약 두 달 가까이 흘렀네요. 영화를 내신 감독님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영화가 상영된 이후 걱정이나 부담을 느끼진 않았던 것 같아요. 예상했던 만큼의 많은 관객께서 저희 영화를 찾진 못하셨지만 적은 분들이나마 저희의 활동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분들이 제게는 ‘앞으로도 고양이에 대한 작품을 더 만들어야한다’고 용기를 주셨죠. 제가 이 영화를 통해 관객 분들께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널리 퍼졌으면 좋겠어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후속작은요?

 "고양이와 관련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돌보며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집사로소이다>를 촬영하려고 해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가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이자 관점이었는데 이번에는 반대예요. 인간이 길고양이를 만나 새로워지는 거죠. 최근 몇몇 학교들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소모임, 동아리 단위로 그렇게 활동을 한대요. 그에 관한 정보들도 모으는 중이에요.

 비록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수익을 많이 남기지는 못했지만, 촬영 중에 느낀 바가 있어요. 모든 사람, 그중에서도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오늘날 청년층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 그 일 자체가 발전의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개인 단위로 길고양이 문제를 고민했다면 이제는 그 걱정을 공동체에서 나누고 해결하는 게 맞다고 봐요. 지금이 바로 발전적인 관계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니까요. 저 역시 여러 동물 보호 모임과 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다른 방법들도 탐색하는 중이에요. 다른 분들도 저희와 함께해주시길 바라요”

 연출뿐만 아니라 마케팅, 방송작가 등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최근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작은 영화제를 하나 기획하고 있어요. 고양이 영화제란 뜻의 ‘양필름’입니다. 올해 11월 개최로 추진 중이에요. 고양이를 주제로 한 영화들을 모아 3일 내외 동안 상영할까 해요. 영화관 바깥에 사진을 전시하거나 고양이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도 판매하면 어떨까 싶고요. 고양이 보호 모임이나 단체 같은 곳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공동 상영을 의뢰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조은성 감독님께 다큐멘터리란?

 “다큐멘터리는 스포츠와 같아요. 스포츠가 재미있는 이유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 아닐까요? 정해진 결말이 없는, 변수가 존재하는 인간사를 담아내는 게 다큐멘터리니까요. 사람 사는 이야기는 사람만이 담아낼 수 있죠. 생각해보세요, 로봇이 인간 대신 운동 경기를 하면 얼마나 재미없겠어요? 인간 외의 것으로대체할 수 없는 영역 중 하나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이죠.다큐멘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다큐멘터리 제작자는 ‘물어보는 사람’이죠.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건 참 어렵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눈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제 귀로 들어주는 일, 그 자체가 최선을 다하는 거니까요. 다큐멘터리도 그래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일은 어려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사회에 의미 있는 무언가를 전한다면 그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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