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액션 머리어깨무릎발> #몸무게연대기
<월간액션 머리어깨무릎발> #몸무게연대기
  • 윤소(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 승인 2017.09.13 22:34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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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우회의 <월간액션 머리어깨무릎발>은 손가락 털, 손등 주름, 귀 모양, 헤어라인 등 여성의 몸의 모든 부분을 관리하도록 압박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균열을 내기 위한 액션입니다. 어떤 몸이어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몸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를 상상합니다.

 여자 몸무게는 48kg?

 “사장님이 여자 몸무게 앞자리에 5가 있으면 안 된다고 해서 40kg대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어요”  어느 걸그룹의 멤버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걸그룹 멤버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여자 몸무게’에 대한 말들은 차고 넘친다. '여자 몸무게는 48kg'과 같은 말이 여전히 떠돌고 있는 지금, 여성의 몸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고 싶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7월 트위터에서 ‘#몸무게연대기’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었다. 이 해시태그 액션은 말할 수 없었던, 혹은 말하기 싫었던 여성의 몸무게를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보자는 차원에서 기획되었다. ‘아무도 참여하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우려와는 다르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몸무게와 관련된 이야기를 온라인 공간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사실 난 말하자면 몸무게가 70이 넘는다. 사람들은 나보고‘살은 언제 빼냐, 너무 뚱뚱한 거 아니냐’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옷을 사러 갈 때가 무섭고 회피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 맘에 들고 싼 옷을 찾아도 나한테는 안 맞지 않고 예쁜 거 사려면 ‘살 좀 빼자. 여자애가 너무 뚱뚱해도 못 써’이런 식의 말을 듣기 때문이다.”

 “성인시기 내내 삼십 키로 중후 반대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난 살찌고 싶단 욕망을 주위에 드러내기도 힘듦. 사람들은 마른 몸에 대한 코멘트는 덜 실례라고 생각하는지 조심하지도 않는다.”  '비만인'들의 성토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저체중'이기에 듣는 폭력적인 말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이렇게 모인 이야기들을 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몸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몸무게와 관련된 말을 듣는 것은 특정한 어떤 몸이어서가 아니었다. 어떤 몸을 가졌던 집, 학교, 직장에서 부모, 친구, 직장동료/상사를 막론하고, 타인의 몸과 관련된 말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외모 코멘트는 몸무게뿐만 아니라 얼굴, 화장, 옷차림, 머리스타일 등 외형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다. 한국사회에서 '타인의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문화'는 지나치게 만연하며, 매우 심각한 수준 이지만 사소하게 취급된다. 외모에 대한 언급은 단순히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은 아니다. 이는 외모에 의한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게 하고, 이를 내면화하여 끊임없이 강박적으로 외모 관리를 만들도록 하기 때문에 결코 사소하지 않다.


 '용모단정'이라는 외모 차별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때를 떠올려보자. 채용공고에“용모단정”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면접에서는“여자는 안경을 쓰면 안 된다”“성격은 좋은데 외모가 아쉽다”“체중 조절은 하지 않느냐”“너무 말라서 유니폼이 볼품없다. 가슴이 작다”, “외모도 서비스다”등 면접 시 업무 능력과는 관계없는 외모 지적을 듣기도 한다. 면접 후 채용이 되어도 이러한 상황은 반복된다. “화장은 왜 안 했냐”“화장이 왜 이렇게 진하냐”“살이 찐 것 같다. 일이 편하냐”등의 말을 수없이 듣게 된다.

 법에서 모집·채용 시 외모 차별 금지조항을 명시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이로 인해 처벌 받는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은 발언이 문제라는 것은 알지만, 문제제기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이런 말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탓하게 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외모관리를 직무능력과 연결되어 평가받기 때문에, 끊임없이 외모 관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일주일

 이처럼 외모에 대한 발언이 없어지지 않는 한, 외모에 의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여성민우회는“외모에 대해 말하지 않는 일주일 살아보기”를 함께 하기를 제안해왔다. 비난은 당연하고, 칭찬도 하지 않아야 한다. 칭찬은 칭찬받지 않는 누군가에게는 비난이며, 칭찬받을 수 있는 상태를 지속해야 한다는 강박을 심어주기도 한다. 칭찬도, 지적도, 이제 그만! 개강을 맞이하였을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외모 코멘트를 했거나, 들었을 것이다. 분명 이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음으로 우리에게 찾아오는 변화는 분명히 있다. 오늘부터 함께 실천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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