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의류학과의 ‘새벽 4시’는 빛난다
오늘도 의류학과의 ‘새벽 4시’는 빛난다
  • 김민형 기자
  • 승인 2017.09.13 23:22
  • 호수 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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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에 꽃다발을 든 채 자리에 앉는 관객들의 웅성임, 무대 준비에 분주한 스탭들, 홀을 가득 채운 음악 소리. 의류학과 학생들의 제37회 졸업작품패션쇼 ‘4:00AM - 우리들의 새벽 4시’가 열리는 삼성역 섬유센터 3층 이벤트 홀을 찾았다. 이번 쇼는 오후 4시와 7시에 두 번 진행되어, 시간 여유가 없는 관객들이 패션쇼의 개막시각을 놓치는 불상사가 보다 적었다.

 쇼는 ‘새벽 4시’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의미, 그리고 이를 해석하는 네 가지 관점을 테마로 삼아 전개됐다. 본 행사를 통해 60명의 의류학 전공생들은 17개의 주제로 총 121개 작품을 선보였다. 주제는 ‘MAX’,‘ AVANT-GARDE ZEN’, ‘ CHAOS’, ‘VISION’,‘ NEW ROMANTIC’, ‘ VINTAGE’, ‘DISTOPIA + VANDALISM’, ‘MASKISM’, ‘DISMANTLE’,‘ NIGHTMARE’,‘ CHALLENGER’, ‘LAZY MORNING’, ‘ 夢中夢(몽중몽)’, ‘ 一見鍾精(일견종정)’, ‘ ECOLOGISM’, ‘ THE CLASSIC’, ‘花楊年華(화양연화)’였다.

 정기 패션쇼는 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교외에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의류학과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학과장을 포함한 해당 학과 교수 전원이 작품 지도에 참여했다는 사실에서 그 의미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3학년에 결성된 졸업준비위원회가 작품의 주제를 선정하고 난 뒤, 제작은 작품지도 교수진의 강의와 병행된다. 그리고 6월 말 중간점검, 2학기 개강일 최종검사를 거쳐 마무리된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한 작품만이 졸업작품발표회(패션쇼)에 출품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본 공연은 LINC+의 지원 하에 <2017 창의인재육성 패션디자인 경진대회>와 함께 진행됐다. 작품 심사를 위해 의류 브랜드 ‘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대표를 포함한 심사위원단들이 본 행사에 참여했으며, 상은 교수진의 평가 점수 40%, 심사위원단의 점수를 60%로 합산한 채점 결과에 따라 수여된다.

 남성복 분야를 지도한 의류학과 이경화 교수는 “쇼를 처음 준비하는 학생들에겐 작품 구상이 어렵기 마련이다. 또한 최근 교외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는 학생이 많아져, 교수와 학생 간 일정이 맞지 않은 적도 허다하다. 패션쇼 참가생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졸업작품 발표를 준비한다. 작품 발표를 보는 입장에서 학생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면 감회가 새롭다. 발표회를 통해 학생은 패션에 대한 열정을, 교수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새벽은 하루가 시작하는 시간이다. 관객 여러분들에게 ‘새벽 4시’는 어떤 의미인가? 시작에 대한 성찰, 앞으로 펼쳐질 멋진 미래 설계에 본 작품 발표회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며 행사의 의의를 밝혔다. 학생들에게는 “여러분의 卒作(마칠 졸)은 拙作(못날졸)이 아니라 傑作(빼어날 걸)이었다. 열심히 쇼를 준비해온 우리 4학년 학생들, 그 60명의 디자이너 모두가 정말 자랑스럽다. 이번 작품 발표회를 계기 삼아 학생들 모두 멋진 사회인이 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한 솔(의류·4)학생은 “작품 주제로 ‘돌연변이(CHALLENGER)’와 ‘夢中夢(몽중몽)’을 골랐다. 내가 하고 싶은 주제로 작품을 만들었고, 그게 맞는 일이라고 본다. 자신의 결점을 숨기기보다는 그 점을 강조해 드러내는 자신감이 ‘돌연변이’주제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또한 ‘꿈속의 꿈’을 의미하는 ‘夢中夢’을 구상할 때는 몽롱하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작품을 연출하고자 여러 색을 중첩해 디자인하기도 했다”고 선정 계기를 밝혔다. 이어 “패션쇼? 다시 준비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크다. 일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몰두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졸업 작품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성심여대 시절 본교 의류학을 전공했던 김지영(49)씨는 졸업 이후 처음으로 의류학과 패션쇼를 찾았다. “모든 작품들이 다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한복 테마의 색감과 하늘거리는 소재의 웨딩드레스가 인상적이었 다. 과거 패션쇼 작품들은 정형적이고 교과서에 충실한 디자인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작품 스타일이 다양해져 좋다. 앞으로 의류학과 학생 여러분은 자기가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스타일을 찾아 활동하길 바란다”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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