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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노동에 성별이라는 이름표가 필요할까요?
<징검다리 : 차별을 건너다>
[304호] 2017년 09월 26일 (화) 23:07:06 달래(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cuknews@catholic.ac.kr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진로는 어느 쪽으로 가려고? 졸업해서 뭐 할 거니?”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는 꾸준히 진로, 직업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을 받기도 하고, 스스로 답을 찾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그 답을 빈 칸으로 남기고, 그런 누군가도 언젠가 성취하고픈 목표 혹은 설레는 꿈으로 그 답을 고쳐 적기도 할 텐데요. 그러다 주어진 조건, 환경에 따라 결정을 바꾸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여성은 어느 시점부터 ‘여자에게 좋은 직업, 직장’을 꿈꾸게 되는 걸까요?

 다음에 나올 문장들은 흔히들 쓰는 말이라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여자에게 좋은 직업, 직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여자는 결혼해도 안 잘리는 안정적인 직장이 제일 좋지”, “애키우면서 돈도 벌어야 되니까 월급이 적어도 일이 많지않은 곳이 좋아”, “ 아침엔 남편 밥차려주고, 애 챙기고, 저녁엔 집안일도 해야 하니까 출근은 늦게, 퇴근은 일찍 할 수 있는 직장이면 좋겠네”, “ 여자 인생은 일로 성공하는 것보다 남편 내조 잘 하고, 애들 잘 키우는 게 최고야.”

 ‘2017년인데 아직도 저런 얘기를 하나’싶기도 할 테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얘기인지라 고개가 끄덕여진다거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소름 돋게 극사실주의적인 이 문장들 아래 깔려있는 인식들이 바로 OECD 성별임금격차 1위인 이 나라의 위엄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서 잠깐 팩트를 짚고 넘어가자면 OECD에서 각국의 성별임금격차를 조사한 2002년부터 한국은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으며, 2위와 압도적인 격차로 굳건히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위의 문장들이 보여주는 것은 여자가 다니기 좋은 직장이란 결혼하여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해 살아가며 남편 대신 독박살림, 독박육아, 독박돌봄 하는 삶을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결혼/출산/육아를 계획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수의 여성은 채용, 승진, 업무에서 차별을 겪고 있고, 이는 저임금, 경력단절이라는 결과로 나타나며, 경력단절이후에 여성이 얻을 수 있는 직업은 청소, 마트, 돌봄 노동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모여 우리나라의 성별임금격차 지수 36.7%를 가리킵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영국의 배우 엠마 왓슨은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받는 데 75년, 아니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 여성들이 돈 얘기를 하면 까다롭다거나 공주병이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말도 받아넘기는 분위기가 생겼다 ‘. 그래, 공주병이라고해라, 페미나치라고 해라, 까다롭다고 해라.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라.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옳은 일을 하려는 걸 막을 순 없다’처럼. 왜냐하면 (임금격차에 관해 말하는 것이) 나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고요. “상대 남자배우의 개런티보다 늘 10% 정도 적은 금액을 받아왔다. 하지만 남자배우보다 많은 금액을 받고 못 받고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공정하게 받느냐가 중요하다. 이제 모든 여배우들이 동등한 출연료를 받기 위해 싸워야 할 때이다.”  이처럼 성별임금격차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프랑스, 영국, 미국 등에서는 이미 뜨거운 사회적 이슈이고, 독일과 아이슬란드에서는 차별 없는 임금을 위해 임금을 공시제를 법제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성별임금격차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차별에 의한 임금 격차가 만연한 사회에선 차별사례가 성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청년의 취업/노동 조건이 청년만의 문제(요즘 젊은이들은 능력은 부족하고, 게으른데 눈만 높아서 문제)라고 이야기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성별임금격차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들이 권리에 대한 이야기임에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성별임금격차는 노동에 대한 이야기이고, 노동 이후 주어지는 임금으로 삶을 상상하고,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차별·평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7년, 민우회는 광화문 광장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성별임금격차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신촌 거리에서 랩과 퍼포먼스, 노래를 하는 등 대중들에게 유쾌한 방식으로 다가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다양한 인식과 의견이 담긴 인터뷰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이렇게 성별임금 격차를 알리는 활동들을 하다 보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남성노동자가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노동자는 63.3만원을 받는, 36.7%의 성별임금격차라는 현실은 결코 당연하지 않고, 부당하다고 인식하는 것, 그렇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이것을 더 많이 알리는 것이개인이 만들어내는 가장 멋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엠마 왓슨과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말처럼, 이제는 차별을 두고 보지않고, 싸워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이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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