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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수 임용에도 적용되는 ‘최소 비용, 최대 효율’
[304호] 2017년 09월 26일 (화) 23:37:58 익명 cuknews@catholic.ac.kr
 상아탑이란 코끼리 어금니가 쌓여 만들어진 탑을 가리킨다. 오래전 사람들은 코끼리들이 죽을 때가 되면 비밀스러운 골짜기로 찾아간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상아탑이 존재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러한 상아탑은 어디에서도 발견된 바 없다. 상상의 산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세기 프랑스 문예비평가 셍트-베브(Sainte Beuve)는 현실과 거리를 둔 채 순수한 예술성을 추구하던 예술지상주의자들의 예술을 논평하며 상아탑이란 용어를 사용한 바 있다. 이후 그러한 순수성을 대학으로부터 기대할 때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즉 현실적 이해관계나 세속적인 이익으로부터 자유롭게 학문의 자율성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대학 공동체의 자체 노력과, 대학에 그러한 순수성을 기대하는 사회적 바람이 일치하면서 가능해진 것이 진리의 상아탑이란 표현인 셈이다.

 대학이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말이 요새처럼 공허하게 느껴졌을 때가 있었을까? 1990년대 후반부터 자본주의 경영 논리가 대학 사회를 잠식하면서 한국의 대학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본교는 지난 몇 년간 ACE, LINK, CORE 등 정부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여러 프로그램들을 운영했고, 이에 따라 교수들의 업무량이 증가하는 한편 업무 내용은 복잡해졌다. 그렇다고 적극적인 신임교수의 충원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므로 교육의 질적 저하와 연구업적의 하락은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학기 전체교수회의에서 총장단은 “가난하다고 죽만 먹이지 않고, 고기를 먹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실력 갖춘 교원들의 충원으로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방향을 내놓은 바 있다. 대학 발전의 동력이 교육과 연구역량 강화에서 확보되는 것이라 믿었던 교수들은 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8학년도 교원 충원 계획을 살펴보면, 이른바 ‘고기 먹이기 전략’을 기대했던 교수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총 31명 충원 가운데 정년트랙 전임교원은 8명에 불과하며, 23명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근로조건과 적정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교원 문제는 대학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본교는 최근 전임교원 내부에 차등을 두며 여러 형태의 교원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정년트랙 강의전담교원, 비정년트랙 교육중점교원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이 감내해야 할 열악한 임금 수준이라든가 많은 책임 강의시수, 까다로운 계약조건, 승진의 제한성 등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터이다. 그런데도 2017년 1학기 정년트랙 강의전담교원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2학기 비정년트랙 교육중점교원 제도를 도입하고, 2018년에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현실 개선의 의지가 없음을 방증하는 것이라 판단하게 된다.

 본부가 교수의 고용조건에 차등을 두어 교수 사회 내부의 분화를 촉진하는 까닭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적은 돈을 투자하면서 전임교수 비율을 늘려 대학 평가에서 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함일 터이다. 하지만 미래 사회의 구성원을 육성하는 대학의 운영 논리가 이윤추구를 최상의 가치로 삼는 기업의 운영 논리와 같아져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경쟁하고 갈등하라는 부추김에 맞서서 대학은 공동체의 가치를유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법 쥐어짤 필요 없이 그저 정도(正道)를 따르면 된다. 이게 왜 어려운가. 정부는 대학의 현실을 무시한 채 그저 일괄적으로 평가하고 일거수일투족 통제하려 들고, 대학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으로 근시안적 처방만 늘어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교육과 연구 영역은 증발해 버리고 만다. 전임교수의 충원 문제는 이 위에서 검토해야 한다.

 상아탑이란 상상의 산물이기에 현실 세계에 존재할 리 만무하다. 그렇지만 미래의 현실이 현재의 상황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기대가 진리의 상아탑이란 믿음을 태동시켰다. 대학은 현재를 미래로 이끄는 희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탐욕에 이끌리는 이들이 대학을 접수하는 순간 대학은 한낱 우골탑(牛骨塔)으로 전락하고 만다. 교육과 연구의 자율성을 이윤 증식의 논리로 맞바꾸고, 그 이윤 증식을 공동체의 공생과 협력의 가치보다 우위에 두도록 강요하는 우리 시대의 대학. 이러한 상황에서 상아탑을 지켜내기 위해 대학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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