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범죄 처벌 강화 됐지만 대학가는 아직도 불안
몰카 범죄 처벌 강화 됐지만 대학가는 아직도 불안
  • 최지은 기자
  • 승인 2017.11.01 20:29
  • 호수 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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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2천412건, 2013년 4천841건, 2014년 6천635건, 2015년 7천615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된 ‘몰카, 인권침해 영상 시정 요구’역시 2015년 3천636건에서 2016년 7천235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그리고 2015년, 이른바 ‘워터파크 몰카’사건이 일어났다. 10분 정도의 영상에는 국내 한 유명 워터파크 내 여성 샤워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이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기며 ‘몰카’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렸다.

 이 때문에 올해 들어 대한민국 ‘몰카 범죄’의 법 구조망은 한층 강화됐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몰카예방법’을 발의, 정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도 등장했다. 그런데 대학가는 아직 몰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전략적인 점검을 시행하는 대학은 손에 꼽지만, 몰카 범죄가 적발되는 대학 내 사례는 양 손가락 개수를 가뿐히 넘어선다. 본교 또한 2, 3년 전 실제 몰카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이뤄진 대처가 안전하다 장담할 수 없다.



몰래카메라 범죄, 대학가는 안전할까?

 대학가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16일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는 여자 화장실에 침입해 몰카를 찍으려던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6월 명지전문대학교의 여성 화장실에서 학생들을 몰래 촬영하던 한 남성은 범죄가 적발되자 도주했다. 캠퍼스 근처도 다를 바 없었다. 9월 25일 대구에서도 대학 인근의 상가 여자 화장실에서 ‘볼펜형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서울시립대 주변에서 자취 중이던 여학생이 자취방 화장실에 설치된 몰카에 찍히는 사건도 있었다.

 몰카 적발 사례의 증가와 학생들의 불안감이 비례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심지어 몰카 때문에 화장실을 꺼려하는 ‘몰카 포비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대 안전공학과에 재학 중인 3학년 김지연 학생은 “화장실에 갈 때마다 괜히 불안하다. 나사 부분이나 구멍이 뚫려있는 곳을 자세히 보거나 옷으로 가리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게 된다. 칸막이까지 처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옷으로 가리면서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생각도 든다. 찝찝함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고려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3학년 이나경 학생도“학교 근처 지하철역의 화장실에서 같은 학교 학우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검거되는 일이 있었다. 이후 나 또한 몰래카메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래카메라 범죄 수법은 교묘하기 때문에 화장실 이용자가 조심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또 범죄자 때문에 나의 생리현상을 해소하는 일에도 주변을 살펴야한다는 점이 불쾌해 공공화장실 이용을 꺼리고 집 화장실을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는 몰카 범죄의 특성인 2차 피해를 우려한 결과다. 영상이 찍히면 일단 자료로 남게 돼 삭제가 어렵다. 인터넷에 몰카가 유출될 경우에는 각종 웹사이트로 공유될 소지가 있다. 확산 속도가 빠른 점, 이런 영상을 통해 수익을 얻는 웹하드 업체가 많은 점 또한 부수적인 논란을 양산한다.


“ 몰카 때문에 화장실을 꺼려하는‘몰카 포비아’현상도 나타나 ”


우리 학교도 ‘불안해요’

 지난 23일(월), 페이스북 ‘가톨릭대 대나무숲’페이지에도 몰카 관련 제보가 올라왔다. “중도 5층 여자화장실 칸막이입니다. 철제 칸막이에 애써 구멍까지 뚫어가며 설치된 몰카를 생리현상 때문에 화장실에 온 여학우들이 굳이 휴지로 막아야 할까요?(#48380)”라는 내용이었다. 중앙도서관 측에 확인한 결과 몰카가 아닌 휴지 거치대 설치를 위해 뚫린 구멍임이 밝혀졌다(1면 기사 참고). 하지만 교내 역시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학생들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송수경(사회과학부·1) 학생은 “몰카범죄에 관한 기사들을 많이 접하다 보니 계단을 오를 때나 화장실을 사용할 때 걱정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대나무숲 제보를 본 뒤 우리 학교에도 몰카 범죄가 발생할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몰카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다. 2014년 9월, 니콜스관 여자 화장실에 남학생이 침입해 몰카를 찍으려다 적발되었다. 이후 가해 학생에게는 무기정학 처분이 내려졌다. 그런데 당시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 뒤 교정교무위원회의 의결을 받고, 총장 승인을 받아 최종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7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이외에도 경비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예산 부족으로 CCTV 추가 증설만 이행하는 등 미흡한 대처가 지적됐다(276호 <도움없는 학교>). 이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2015년 5월에 교내 연구실에서 몰카 사건이 발생해 서명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276호 <반성폭력 위원회, 몰카 사건 대책 요구 서명 받아>).


실질적 대책이 없는 지금

 그렇다면 현재 학교의 몰카 예방 대책안은 어떨까. 일단 각 건물 화장실에 붙은 포스터가 있다. 포스터에는 몰카 범죄 발생 시 대처법이 적혀있다. 잇따른 몰카 사건 이후 성폭력상담소 측에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포스터의 내용은 다소 실효성이 의심된다. 대처법 중에는 “주위의 도움을 요청하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몰래 촬영을 제지해 주세요. (뭐하는 거예요? 그러지 마세요)”와 같이 주변인의 ‘도움’이 해결방안으로 제시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본교에서 발생한 2014년 몰카사건 당시, “신고인이 피신고인을 2~3차례 쫓는 과정에서 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1~2명의 학생 외에는 상황을 지켜보며 방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266호 <수면 위로 드러난 몰카, 사전예방 및 사후대책에 더 힘써야> 中).


“ 이번 대나무숲 제보를 본 뒤 우리 학교에도 몰카 범죄가 발생할까봐 불안하다.”


 또한 포스터에는 범죄자가 직접 화장실에서 몰카를 찍고 있을 경우에 대해서만 대처법이 언급되어 있을 뿐, 화장실 내에 설치되어 있을 수 있는 몰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에 대해 성폭력상담소 김형옥 상담사는 “실효성이 낮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몰카 등 성범죄로 피해를 입었을 때 어디에 신고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또한 몰카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포스터 자체로도 범죄자들에게 경고 차원에서의 상징적인 효과를 가진다”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타 대학교나 외부에서 몰카 사건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본교는 ‘화장실 몰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의도 많이 온다. 이에 상담소에서도 학교 측에 문의를 했었다.시설관재팀 측에서 화장실에 몰카가 설치되어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CCTV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등 순찰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확인 결과 지속적인 화장실 점검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점검에 별도의 탐지기를 사용하지는 않고 있었다. 시설관재팀 측은 “몰래카메라 색출만을 위한 점검이 따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비상벨과 화장실 시설 점검 등이동시에 이뤄진다. 미화원 분들도 매일 청소를 하시면서 평소와 달라진 것이 있거나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으면 바로 알려주시고 있다”며 “현재 본교에 별도의 점검 장비가 없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을 해야 한다. 이렇게 점검을 하면 신뢰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성폭력상담소와 함께 관련 사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에서도 몰카탐지기를 구입해서 검사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외부에서 발생한 몰카 사건의 대처법 등을 보고,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 현재 본교에 별도의 점검 장비 없어 육안으로 확인을 해야”


타 대학의 예방법은?

 가장 일반적인 것은 경찰 및 보안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점검이다. 덕성여대의 경우 2015년 워터파크몰카 사건 이후 불안감을 느낀 학생들이 몰카 탐지를 요청한 결과, 담당 보안 업체인 ‘ADT 캡스’가 탐지기를 들고 교내를 순찰하며 몰카 여부를 확인했다. 강동대학교와 극동대학교는 음성 경찰서에서 학생회 임원과 학생처장과 합동해 여자 기숙사 및 강의동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학생들이 직접 발로 뛰며 예방에 힘쓰는 경우도 있다. 세종대학교 총학생회는 2016년 말부터 자체적으로 몰카 탐지기를 구매, 주기적인 점검을 실시하는 중이다. 연세대학교의 경우 총여학생회가 따로 있어 몰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거나,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직접 탐지기를 빌려주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몰카 사건은 사회적으로 매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공공기관이나 타 대학들은 대처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본교는 갈 길이 멀다. 학생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총학생회나 성평등위원회가 부재한다. 학교본부도 체계적이며 실질적인 대비책을 아직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본교는 조속히 몰카 예방 방안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고민이 필요한 시점은 이미 지났다.


 

 몰카 영상 삭제는 전문 업체에 의뢰할 경우 그 비용이 수백만원에 달한다. 이전에는 비용을 피해자가 부담해야 했지만, 현재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점점 늘고있다. 그 중 몇개의 기관을 소개한다.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디지털성범죄아웃(DSO) : 무료로 영상 삭제를 도와주고 있다. 피해 영상을 직접 찾기가 힘든 경우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요청 가능하다. 경찰 신고 및 증거 수집에 관한 도움을 준다.

- 해바라기 센터 : 전국 지역의 센터에서 무료 법률 지원안내를 받을 수 있다.

- 방송통심심의위원회 : 피해 영상을 발견했을 경우, 이곳에 직접 삭제 요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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