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시] 정년퇴임
[투고시] 정년퇴임
  • 김석신 식품영양학 교수
  • 승인 2017.12.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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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김석신

새 학년 새 노트 곱게 쓰던 이름
선생님 부르시면 네! 대답했었지
세월 흘러 그 이름 부르심 받아
나도 귀한 이름들 하나하나 부르는구나
빈 교실에서 나지막이 불러본 내 이름
지금껏 날 지켜준 그 이름 유난히 고맙구나

세상사 거칠고 험해도 학교는 무릉도원
정든 교정 둘러보니 안 어렸던 나무 없네
별 나무도 별 사람도 없는 세상에서
난 무슨 덕 있어 무릉도원에 불리었나?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마냥 살게 해주신 분께 너무나 고맙구나

어느덧 여름 가고 저 쪽에 나가는 문 보이는데
돌아보니 학생이 주연 난 조연
그래도 정녕 끝이 마지막이 아님을 굳게 믿고
새롭게 데뷔하러 기차타고 찾은 바닷가
되찾은 주연을 위하여! 아니 첫 주연을 위하여!
바람과 파도의 건배사 참 시원하구나

젊어선 마음 가는대로 지금은 마음도 몸 가는대로
끝없이 배우고 원 없이 가르치다 지친 몸
이제 태엽은 그만 시간 줄 놓고
나 이제 간다 훌훌 털고 간다
실컷 놀다 한바탕 웃으며 떠난다
내 삶의 어엿한 주연으로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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