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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예술계는 어떠했나
[306호] 2018년 03월 21일 (수) 18:30:18 지선영 기자 dowobsy@catholic.ac.kr

   

 #MeToo의 시작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는 할리우드계 거물급 인사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를 보도했다. 이후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등 수많은 배우들이 그에게 당한 피해 사실을 연이어 증언하기 시작하며 그의 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 MeToo 제보를 받는다고 올린 에브리타임과 페이스북, 가대학보 페이지에서 공감을 88개, 좋아요를 35개 받았다. 주변인들이 지지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키워주는 'WithYou' 안에서 'MeToo'는 완성될 수 있다.
이후 배우이자 가수인 알리사 밀라노가 “나도 피해자”임을 고백하며, 연대하여 나서자는 ‘미투(MeToo) 운동’을 제안했다. 그의 트윗은 24시간 만에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지지받았고, 페이스북에는 1,200만 건 이상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들은 미투 운동을 통해 연대를 다지고 성폭력의 심각성을 전 세계로 알리기 시작했다. 함께 힘을 모아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지난 한 달 한국은 휘청였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일어난 미투는 충격적이었다. 문화예술계의 추앙을 받던 거장들이 가해자로 지목되자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들은 폐쇄적인 예술계 구조를 악용해 절대적 지위를 갖고 성폭행을 정당화시켰다. 그들의 말은 곧 법이 되었으며, 이를 거절할 경우 무차별 억압과 차별이 가해졌다. 실제로 지난 6일 방송된 PD수첩에 출연한 배우 A씨가 “성관계를 거절하자 억울하게 하차통보를 당했다”며 피해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였던 배우 조민기는 제자 10여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연희단거리패와 밀양연극촌의 연출가였던 이윤택은 자신의 단원들을 성추문한 혐의로 연일 화두에 올랐다. ‘천만요정’ 배우 오달수, 예술을 방패삼아 성범죄를 저지른 감독 김기덕과 배우 조재현까지.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미투를 외치기 전까지 대중들은 그들의 또 다른 얼굴을 알지 못했다.

늦은 외침이 더욱 가슴 아픈 이유
문화예술계 피해자들은 십수 년 전 학생, 견습생 시절에 당한 악몽을 폭로했다. 그 시절 그들은 철저하게 ‘을’이자 ‘약자’였다. 외부와 고립된 문화예술계 구조상 반복되는 악행들을 그저 ‘관습’으로 생각해야만 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거치는 단계로 강요받았다. 인맥으로 끈끈하게 연결된 문화예술계 내부에서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가해자들은 하비 웨인스타인과 같이 절대적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며, 누구나 치켜 세워주었던 예술계의 유명 인사였다. 실제로 오달수 사건의 피해자인 배우 엄지영은 “말 그대로 그는 천만요정인데 대중들이 내 말을 믿을지 두려웠다”며 미투를 망설인 이유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미투 운동으로 검은 속내가 드러난 문화예술계를 대학생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본보는 문화예술인이 되기를 바라는 두 학생을 만나 문화예술계의 미투 운동과 예술계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대상자는 교내 연극 동아리인 성심극예술연구회 회장 C학생과 A대학교 연극배우 지망생 K학생이다. 각각 진행한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했다.

Q. 다른 분야보다 특히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이 더욱 활발하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C: 첫째는 예술계 특성상 다른 분야보다 더 폐쇄적이고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 둘째는 가해자가 공론화되기 쉬운 유명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K: 예술계에서 기회를 잡는 것은 특히 중요하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꽤 오래 전부터 악용해 온 게 아닐까.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밝히면 기회를 놓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오랫동안 꿈꿔오던 길이 완전히 막힐까봐 혼자서 전전긍긍 할 수밖에 없다.

Q. 앞으로 예술계에서 활동하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번 사건을 겪으며 생긴 고민거리나 걱정이 있는가
C: 사건이 계속 터지면서 많은 친구들이 공시생, 취업준비생으로 진로를 바꿨다. 자신들이 그렇게 좋아하고 아끼던 꿈을 포기하고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K: 이번 사건은 나에게 배우로 가는 길에 대한 바리게이트가 됐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장래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졌으며 가족들의 반대도 더욱 심해졌다.

Q. 앞으로 예술계가 어떻게 변화되었으면 좋겠는지 말해 달라
C: 연대의 힘을 믿고 함께 해결해 냈으면 좋겠다. 한 번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조금씩 용기와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K: 사람들은 예술계가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다른 분야보다 더욱 철저하게 계층을 나누고 있다. 이러한 계층이 없어져야 더욱 좋은 예술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문화예술계 성추행 파문은 예술계를 꿈꾸는 사람들과 예술계 종사자 모두에게 큰 장벽이 되었다. 하지만 변화 없는 예술계 내 철저한 권력계층과 폐쇄적 구조는 그러한 장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예술계에서 학연·지연·혈연은 매우 중요했다. 또 학교나 극단에서 형성된 선후배나 동료 관계가 그대로 사회생활까지 이어진다. 자신의 미래를 함께할 공동체에서 피해 사실을 고발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집단적이고 위계적인 예술계 권력구조가 피해자의 외침을 더욱 늦춰지게 한 원인이었다.
 
한편 연극계 내 성폭력과 위계폭력에 반대하고 그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단체가 있다. 바로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이다. 그들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는 한국의 잘못된 성인식과 위계문화가 결합한 권력형 성폭력의 한 부분”이라며 “이번 사건은 예술계의 치중된 문제가 아닌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라고 바라보았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제도개선과 강력한 실천, 대중들의 인식개선이 해결방안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는 일이 가장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비단 문화예술계만의 문제점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점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들은 상처를 안은 채 꿈을 포기하기도 했다. 뒤틀린 첫 단추를 억지로 잠글 수밖에 없었던 그 심정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약자라는 이유로, 을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권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희망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당신과 함께 하겠다’라는 뜻을 가진 있는 ‘위드유(#WithYou) 운동’과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방관하지 않고 먼저 나서겠다’는 뜻의 ‘미퍼스트(#MeFirst) 운동’이 대표적이다. 김태리, 김옥빈 등 국내 배우들도 “미투 운동이 단발성 이슈와 처벌로 끝나는 게 아닌, 예방과 교육으로 이어지는 장기적인 플랜을 원한다”며 피해자들의 입장에 함께 설 것이라고 지지의사를 밝혔다.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동정과 걱정이 아니다. 그들의 용기를 한낱 이슈거리로만 여긴다면 또 하나의 2차 피해를 만들 뿐이다. 진정으로 그들의 편에서 ‘With you’를 외쳐줄 수 있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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