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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You, 용기 있는 외침에 동참해야
[306호] 2018년 03월 21일 (수) 23:07:31 오명진 기자 ckrgksaudwls@catholic.ac.kr

   

“나름대로는 깨끗하고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오면서 공직사회에 적응을 해왔습니다. 그것 때문에 상사들이나 동료, 그리고 후배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소위 말하는 인사 때마다 중요한 보직에 배치되면서 그렇게 순탄하게 공직생활을 해왔습니다…저의 교만을 회개합니다.”               

-2017년 10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간증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 중심의 권력 질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입니다…미투 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야 합니다.”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호소

사회 모범 표창상 수상자 소감이 아니다. 성추행 가해자들이 내뱉은 말이다. 알고 보니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상황과 정반대 목소리를 힘껏 내고 있었다. 1월 29일 서지현 검사 폭로 이후, 한국에서도 용기의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이른바 성추행·성폭력 피해자가 “나도 당했다”며 진실을 밝히는 미투(#MeToo) 운동. 지금 미투는 성폭력 피해를 말하는 하나의 언어로 발전했다. 그리고 ‘남성 중심 권력 질서’로 가득한 한국 사회를 들이받았다. 

 ‘나 말해도 돼?’를 왜 묻나
경기도 내 한 여자고등학교 남자 선생은 최근 들어 “무서워서 뭔 말을 못 하겠네!”를 자주 말한다고 한다. 19살 G 학생은 “이 선생님은 수업 시간마다 ‘미투 때문에 뭔 말을 잘 못 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담을 마무리 지을 때면 꼭 ‘아, 또 이런 말 하면 안 되나?’를 덧붙인다. 내가 미투 피해자는 아니지만, 여고 선생님이 미투를 유흥 소재로 삼는 게 불쾌했다”는 경험을 전했다.

이는 일상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펜스 룰(Pence Rule)’이다. 펜스 룰은 미투 운동이 사회 각계각층으로 퍼지자 미국 펜스 부통령이 한 말, “아내 이외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에서 비롯되었다.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받지 않기 위해, 가해자로 지목당하는 것을 피하고자 남성들이 형성한 일종의 자체 보호막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펜스 룰은 미투 운동의 본질을 곡해하는 위험한 발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공적 자리에서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직장 내 회식, 출장에서 여성을 제외하는 것으로 성희롱을 ‘예방’한다고 생각하면,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일상적이든 공적이든 펜스 룰은 여성이 이제야 찾아낸 발언권을 빼앗는 무기가 된다. 그리고 이는 권위주의적 근대사회로 후퇴하게 만든다. 남성과 여성, 강자와 약자, 갑과 을의 이분법적 도식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미투가 확산되자 동시에 논란되고 있는 것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다.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307조 1항)고 명시했다. 하지만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예외 조건도 있다. 사실을 말하더라도 그것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면 죄가 된다는 해당 조항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본교 이홍민(법)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것의 타당성 문제와 미투 운동 당사자들이 제307조에 의해 처벌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라며 “행위자의 주된 목적이 공공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개인적 동기가 있다 해도 제310조 위법성 조각사유적용을 긍정하는 것이 판례의 태도”라 말했다. 또한 “미투 운동에서 가해자를 고발하는 문제는 피해자 개인 문제를 넘어선 사회적인 문제, 처벌되지 않는 상황에 해당한다”는 개인적 생각을 전달했다.

 

 대학생이 채우자, ‘3.8 대학 공동 행동’
3월 6일(화), 전국 대학 내 여성주의 소모임, 동아리, 총여학생회가 연합으로 ‘3.8 대학 공동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대학생으로서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합은 총 72개 단체, 개인 517명으로 이루어졌으며, 본교 여성주의 소모임 ‘적시는 비’도 참여했다.

   
동국대학교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쿵쾅’의 예진은 “대학생들이 권력형 성폭력에 저항하고 요구하는 것은 ‘더는 지난날의 침묵은 없으며, 여성을 억압하는 권력 구조와 체제에 맞설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미투로 드러난 범죄 가해자를 비난하고 처벌하는 것을 넘어 피해자가 다시 공동체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야”함을 주장했다.

소모임 ‘적시는 비’는 미투 운동에 대해 “자신의 피해사실을 외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주변인들이 오히려 나서 피해자가 안심하고 고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마지막으로는 “미투가 반갑고 본인에게 용기를 준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당신들이 더 용기 낼 수 있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우리는 함께 하겠다. 언제나 당신들을 지지하고 연대하겠다”며 응원했다.

미투 제보자들이 피해를 당한 나이는 대부분 20대다. 20대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기이다. 한 치 앞 미래를 예상할 수 없지만, 숱한 꿈을 꾸며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믿는 시기이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사회에서 맨살로 힘듦을 겪어낸다. 시대마다 그 힘듦은 달랐을 테지만, 모든 시대의 젊은이들은 ‘어찌할 방도가 없는 상황’을 고통스러워했고 ‘어찌할 방도가 없어’ 혼자 전전긍긍했다.

한국사회는 성별, 권력, 계급, 지위로 인해 고통 받는 청년들이 혼자가 아니란 것을, 도와줄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더는 개인이 혼자 감당하게 두어선 안 된다. 

 

우리도 #MeToo, #Withyou   
대학가는 미투와 함께 개강을 맞이했다. 이에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는 미투 운동 전용 대나무숲 페이지를 개설했다.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는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배포했다. 본보는 미투 제보를 받기위해 페이스북에 #MeToo #WithYou 태그를 걸어 글을 올렸다. 업로드 30분 후,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가 메시지를 보냈다.

#익명 제보자, “15학번 새내기 시절 아우름제 사회대 클럽에서 성추행 겪어”
“풍문으로 듣긴 했지만 실제로 저에게 일어날 줄 몰랐습니다. 최대한 당하지 않고 놀기 위해 지인들과 뭉쳐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누군가가 제 신체를 만졌습니다. 순간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이를 목격한 여자 선배가 다가와서 달래주었고요. 하지만 잡을 수 없었습니다. 억울하고 속상했으며 모멸감이 들었습니다.

나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라며 유일한 학교 커뮤니티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에 관련 글을 제보했으나 필터링 당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후, 대나무숲을 보니 2016년 아우름제에서 성추행이 일어났더군요. 댓글에도 피해자가 많았고요.

성추행 피해자는 예전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 같습니다. 당시 날 달래줬던 여자 선배도 누군가 자기 엉덩이를 움켜쥐고 갔다고 했습니다. 그날, 그 안에서 벌써 두 명의 피해자가 나온 상황이죠. 축제가 끝났어도 한동안 성추행당할 때 손의 촉감이 계속 생각나 소름 끼쳤습니다.

‘사회대 클럽에서 많이들 당한다더라’ 식의 말이 떠돌 정도였으면 이미 다들 알고 있는데, 사건이 크게 일어나지 않는 이상 넘어갔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일뿐만이 아니었다. 교내 성폭력 상담소 김형옥 선임상담원에 따르면 본교 성희롱·성폭력 신고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2017년에는 전년도 대비 확연하게 신고율이 증가세를 보였다고 한다. 김형옥 선임상담원은 신고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학생들 개개인의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고, 성희롱·성폭력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공동체 분위기와 맞물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피해 사례 유형은 ‘학생과 학생 간’ 피해 사례가 매년 가장 많이 신고 접수된다고 한다. 선후배 혹은 동기 사이 사건이 다수를 차지하며, 다른 대학 사례와 유사하게 일상적인 활동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일상적인 활동 공간은 동아리방, MT와 축제를 비롯한 학생 행사와 봉사 활동까지를 포함했다. 

김형옥 선임상담원은 “성희롱, 성폭력은 피해자 잘못이 아니다. 우리 사회 일상에 맞닿아있는 힘(권력)의 문제와 성차별적 문화의 산물로 우리 공동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사회 구조적 문제”라며 사회적 함의를 분석했다. 이어 “최근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우리 대학 구성원이 함께 그 의미를 성찰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홀로 마음 앓고 있을 피해자들에게는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성폭력 상담소에 주저하지 말고 먼저 문의해 주길 바란다. 전화, 이메일, 방문상담 모두 가능하다. 신고인이 사건 신고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원하며 사건 관련 상담 내용은 비밀이 보장된다”라고 전했다.

미투를 계기로 한국은 변화를 맞이했다. 사회에서도, 대학에서도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신고를 두려워하던 이들이 용기 냈기 때문이다. 성추행·성폭력 사건을 바라보는 제3자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사건 발생 원인을 피해자로 바라보던 시선이 가해자에게로 옮겨갔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들도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 밑바탕에는 지지와 연대가 넓게 퍼져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해자가 성희롱·성폭력을 하는 순간에 가장 좋은 예방법은 주변인의 저지와 눈초리라고 한다. 이상하리만치 굳은 잘못된 성 인식이어도 ‘손가락질’ 받으면 움찔거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외침에 주목해야 한다. “당신과 함께하겠다” 말하며 외침이 향하는 곳을 응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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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성폭력 상담소(N124)
-니콜스관 1층 학생생활상담소 내에 위치. 본교 구성원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
-성폭력 사건 접수(전화, 이메일, 방문상담 모두 가능), 신고인을 만나 상담, 사건지원 및 -신고인에 대한 심리적 지원 등 적절한 지원방법 찾아 지원.
-심리적 지원 원할 경우 학생생활상담소와 연계해 진행.
-신고인 보호(2차 피해 방지)를 위한 필요 조치 마련.
-해결은 신고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
이메일 : counsel@catholic.ac.kr(이메일상담), cukgcc@catholic.ac.kr(일반 문의)
전화 : 02-2164-4640 
이용시간 : 월~금 9:0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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