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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
[306호] 2018년 03월 21일 (수) 23:28:15 김다은 기자 somnk357@catholic.ac.kr

고등학교 3학년 때, 나는 일주일에 세 번은 집 근처 편의점에 가곤했다. 학교에서 마실 커피 음료를 사기 위해서였다. 카페의 커피는 비쌌지만, 편의점 커피는 1+1, 2+1 이벤트 행사 덕에 저렴한 가격으로 여러 개를 살 수 있었다. 커피는 바닐라 라떼, 초콜릿 라떼 등 달달한 맛으로만 골라 담았다. 아메리카노는 굳이 먹고 싶지 않았다. 너무나도 쓴 아메리카노를 왜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는 19살이었던 나에게 어른만 먹는 ‘어른 전용 음료’였다.

처음 아메리카노를 만난 건 스무살이었다. 언니가 남긴 아메리카노에 물을 왕창 타서 보리차처럼 먹은 연한 아메리카노는 꽤 맛이 좋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엄청 연하게 타주세요'를 주문하게 된 것도 그 즈음부터였다.

스물 셋이 된 내게 아메리카노는 ‘HP 포션(게임에서 캐릭터가 죽지 않기 위해 먹는 음료)’이 됐다. 고등학교 땐 편의점의 두 배 가격이었던 카페 아메리카노가 카페의 메뉴 중 가장 저렴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아메리카노를 들고 수업에 들어가면 책상 중앙에 아메리카노를 세워두고 잠을 쫓는다. 행여 아메리카노가 없는 오전수업은 잠을 쫓기 위한 사투의 시간이 된다. 커피의 카페인이 잠을 쫓는 건지, 커피를 사는 것만으로도 잠이 달아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1일 1아메리카노'는 졸음을 쫓기 위한 부적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와 달리 지금 다른 커피를 찾는 이유는 내 입맛이 변했기 때문이 아니다. 팍팍하던 고3, 달달한 맛의 편의점 커피를 찾은 이유는 내 일상에 부족한 달콤함을 채워주기 위해서였다. 스무살은 어땠던가. 아메리카노는 어른이 되어간다는 나만의 상징이 되었다. 습관처럼 진한 아메리카노를 들고 강의실에 들어가는 지금, 나는 하루하루 '깨어나려고' 하는가 보다. 내 입맛이 변한 게 아니라 내 환경이, 내 마음이 변하고 있었던 거다.

돌이켜 보건대 내게 커피는 삶의 궤적이었다. 커피를 고르고 사서 마시기까지 모든 커피의 과정들에 매번 의미를 부여했던 시간이었다. 고3의 상징은 달달한 편의점 커피였고 스무살의 상징은 보리차 같은 아메리카노였고 하루하루 깨어있는 지금 내 상징은 진한 아메리카노인 것이다. 달달한 맛의 편의점 커피부터 쓴 맛의 아메리카노까지 넓어진 맛의 폭만큼 혼자 감내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는, 곧 성숙함의 증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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