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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노
[306호] 2018년 03월 21일 (수) 23:35:04 김신규 기자 stormhawks@catholic.ac.kr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나는 수많은 메뉴 중 무조건 가장 위에 놓인 아메리카노를 고민 없이 주문한다. 예상 가능한 맛이고 가장 저렴한 메뉴이자 무난한 커피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메리카노의 이 무난함이 아메리카노를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커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름에서부터 그 무난함과 보편적인 성격은 드러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큰 대륙 '아메리카'를 이름으로 넣은 것도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커피라는 방증이 아닐까.

아메리카노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이탈리아에서 점령군으로 있던 미국 군인들이 에스프레소를 먹기 좋게 희석시킨 데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메리카노의 고향은 사실 이탈리아인 셈인데 에스프레소였던 아메리카노는 미국으로 건너와 순식간에 '아메리카노'가 되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국가 이름까지 달고 널리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아메리카노가 가진 무난함이 사람들 간 만남의 매개체이자 대화의 수단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커피 한 잔 하자'는 좋은 대화의 구실이 비단 한국만의 것이겠는가. 이탈리아에서 점령군으로 지내던 미군들에게도 '커피 한 잔'의 시간은 숨을 돌리는 시간이고, 미국의 한가한 오후 'Want some coffee?'는 그럴싸한 만남의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러시아 총리는 '아메리카노'의 이름을 러시아식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실제로 아메리카노를 '러시아노'로 부르는 일도 많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커피가 곧 만남이 된 시대에 습관처럼 언급하는 커피 이름에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도 알 만하다. 커피에 큰 흥미가 없는 내가 혼자서 커피를 사먹는 일은 흔치 않다. 주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커피를 먹다보니 커피에 대한 내 기억은 누구와 언제, 어떤 이야기에 대한 것들이다. 군대 가기 전 동기와 함께 마신 커피 한잔은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보고 가자는 이야기 대신이었고 재수하는 친구의 학원 앞에서 한잔 마신 커피는 힘내라는 응원의 말 대신이었다. 누구에게 주어도, 누구와 마셔도 이상하지 않은 아메리카노는 어쩌면 그래서 더 사랑을 받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하자는 낯간지러운 말을 커피가 없었더라면 무슨 말로 대신할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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