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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근본에 충실하라
[306호] 2018년 03월 22일 (목) 00:12:00 . .

 유난히도 춥던 겨울이 지나가고 나니 캠퍼스에도 여기저기 봄의 기운이 물씬 피어나는 듯하다. 지리하게 이어지던 겨울 가뭄의 끝자락에서 맞이한 반가운 봄비는 계절의 순환을 알리는 자연의 전령사가 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여느 때와 달리 캠퍼스의 3월은 늘 분주하다. 기대감과 두려움이 중첩되고 설렘과 회환이 교차되기도 한다. 이제 갓 입학한 새내기들의 더없이 밝은 웃음소리는 졸업을 앞둔 고학년 선배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섞이기도 한다. 이 땅의 어느 대학 캠퍼스에서라도 이는 우리가 마주하는 가장 익숙한 풍경 중의 하나이리라. 그러나 계절은 분명 바뀌었지만 대학은 여전히 혹독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어디 비단 우리 대학만의 문제이겠는가.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모든 대학들은 엄청난 시련기를 맞이하고 있다. 가히 위기의 시대인 것이다. 대학으로서는 학령인구의 급감에 따른 대학운영의 절박함이 이제 일상의 탄식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재정지원과 정원감축을 무기로 내세운 구조조정의 압력은 대학운영의 방향키를 극도로 혼란케 만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례 없는 청년 일자리의 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은 취업시장의 처절한 정글로 내몰려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입시경쟁에서 겨우 벗어났나 싶었더니 이제는 더 고통스러운 취업경쟁의 현장으로 내몰린 셈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절박한 현실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입학생이든 재학생이든 학생들로서는 보다 원론적인 차원에서 ‘학생 본연의 일’이라는 것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이 대목에서 한번쯤 반추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 것이 정말 존재한다고 본다면 오히려 이러한 위기의 시대에 그것들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져 보자면 그 ‘일’에는 실로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 같다. 학문적 원리가 사회현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대학교육의 목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는 일은 장차 사회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귀중한 자산에 해당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부모의 힘을 빌어 의존적 존재로 살아왔다면 이제는 주체적 존재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훈련을 해야 하는 귀중한 시간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나와 인간사회를 비판적 안목으로 살펴본다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깨달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서적으로, 물질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독립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인지하고 나의 행위와 판단에 대한 책임감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훈련을 쌓아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대학은 삶의 목표와 의미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립하여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설정해야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실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원론적인 바탕을 굳건하게 마련함과 동시에 전공을 공부하고 나아가 이를 토대로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없이 귀한 시간이며 중요한 시간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의 대학 현실은 이러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모든 것이 경쟁체재로 전락해버린 이 나라에서 원론과 원칙을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구태의연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유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그런 연유로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학점 경쟁으로 내몰리게 되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어마어마한 취업의 무게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가야 하는 것이 이 땅의 슬픈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런 가운데 더욱이 우려스러운 일은 원칙을 저버린 대학교육의 파행적 운영이다. 취업기관으로 전락한 소위 ‘대학의 학원화’는 그러한 파행적 대학운영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문제는 위기의 시대에서 그러한 파행은 자연스럽게 그 위기를 돌파하는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현장에서 무엇보다 지표와 실적은 달콤한 유혹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대학운영의 주체들은 늘 그러한 유혹에 취약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너무도 당연한 말 같지만 지표와 실적은 대학운영의 정도가 아닌 하나의 변칙임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변칙은 경우에 따라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허용되어야 하며 어디까지나 원론에 대한 보조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위기를 틈타 단기 성과라는 미명 하에 그러한 변칙이 대학의 원칙으로 돌변한다면 대학의 미래, 나아가 국가의 미래는 암울함을 넘어설 것이다. 위기일수록 그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근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은 그동안 누차 지적되어 온 금언이기도 하다. 이제 막 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대학운영의 당사자들뿐 아니라 학생들 그리고 교수들 모두가 한번쯤 다시 상기해볼 사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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