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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기수제와 군기 문화···이제는 타파할 때
[307호] 2018년 04월 27일 (금) 18:02:22 지선영 기자 dowobsy@catholic.ac.kr

신입생들이 들어오는 새 학기가 되면 대학가는 어김없이 수많은 악습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일명 ‘똥 군기’라고 불리는 ‘군기 문화’는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곤 한다. 군대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군기는 어느새 대학 내 폐단의 주범이 되어버렸다.

“진한 색조화장 금지. 선배들과 이야기할 때는 ‘다나까체’를 사용한다”

군대나 교도소 규칙이 아니다. 놀랍게도 대학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군기 문화의 한 단면이다.

타 대학도 논란됐다
대학으로 스며든 군기 문화는 더 이상 수면 아래 머물러 있지 못했다. SNS, 소셜 커뮤니티 활성화와 함께 일명 ‘제보체계’가 확립되었기 때문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 강압적인 PT체조를 요구하고 협박한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사건 △신입생 대상으로 필요 이상의 금액을 걷거나 두발과 복장에 제약을 둔 연세대학교 사건 △후배들에게 불합리한 집합이나 신체적 체벌을 가한 인천대 사건 등, 군기 문화와 관련된 수많은 비인도적인 사건들은 학교나 과와 상관없이 대학 생활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또한 군기 문화의 폐풍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야 하는 ‘전통’으로 쉬쉬되고 있었다. 실제로 알바천국이 2월 19일부터 3월 5일까지 전국 대학생 1,028명을 대상으로 <대학 군기 문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이 넘는 57.6%의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 선배의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하였다.

우리학교에도 군기문화가?
신입생들의 ‘대학 군기 문화’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 학교에나 있다. 본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종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입학식이 있기도 전에 군기 문화와 기수제에 관한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기수제 있는 동아리가 무엇인가요?”, “군기가 심한 동아리는 어디인가요?”, “어디 들어가고 싶은데 무섭네요”과 같은 질문이 올라오는 한편, “선배에게 ‘내가 너희 때 그렇게 했으면 토끼뜀을 뛰어야 했다’, ‘내가 선배들한테 네 얘기를 하면 학교생활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냐’라는 말을 들었다”는 등 실제 동아리 부원의 고발 글도 게시됐다. 이에 당사자들이 등장해 맞서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논란은 한층 불거질 뿐이었다. 이번 논란은 신입생들의 동아리 선택에 있어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역기능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동아리는 이전의 악습을 고쳤음에도, 이미 찍힌 ‘낙인’으로 인해 신입생 유치에 피해를 본 것이다. 익명 제보 중 ‘-예전에 그랬다더라’ 글이 게시돼 논란이 일었지만, 이에 대한 해명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그러했다.

사진동아리 샤프(SHARP)는 기수제와 군기문화가 심하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샤프는 “40년이 넘은 동아리이고, 암실 작업같이 신중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 군기 문화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군기문화를 없애고 가입연도 구분을 위한 기수제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교내 커뮤니티에 이전 상황이 올라오자 신입생 다수가 군기에 대해 물었습니다. 군기 문화를 없애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지만 진상 확인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영자신문사는 이전 기수들의 악습을 인정한 후,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자신문사 기자 일동은 “기존에도 내부적으로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여론을 통해서 관습 변화의 필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현재는 기자 간 합의를 통해 논란이 된 관습을 모두 없앤 상태입니다. 이에 개인 간의 호칭이 자율화됐으며 서로 존중하는 동아리가 되고자 모두가 노력 중입니다. 덧붙여 군기문화로 인해 피해를 보셨던 이전 수습기자분들께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모두가 노력해야 할 ‘대학 군기 문화’
군기문화가 생긴 원인으로는 예(禮)를 중시하던 유교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장유유서(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사회적 순서와 질서가 있음)와 상명하복의 원리(윗사람의 말에 아랫사람이 따름)는, 현대 사회에 접어들며 권력을 이용한 군기 문화로 변질되고 말았다.

또한 선후배라는 이름의 인간관계, 자신이 겪었던 악습들을 후배에게 똑같이 겪게 하고 싶어 하는 ‘보복심리’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가해자들은 “우리 땐 더 심했어”라는 말을 좋은 핑계거리로 삼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잘못된 폐단을 깨트려야 한다. 자신이 당했기에 그대로 되갚아주겠단 마음가짐은 결국 똑같은 가해자 역할만 자처할 뿐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군기 문화의 강도는 학생들을 두려움의 구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매년 어김없이 터지는 대학 내 군기 문화 사건은 결국 ‘고질병’이라는 별명까지 얻어버렸다. 배움의 장이라 불리는 대학이 어느새 무서움의 대상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나이와 경험 정도는 강자와 약자를 나누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서로를 존중해 주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우리 모두가 군기 문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뿌리 깊은 폐단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자 노력한다면, 군기 문화의 척결은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몇 동아리들의 변화된 행동을 시발점으로 삼아 건강한 학교와 사회의 건설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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