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하는 사이···젊은 층 파고드는 사이비
'앗' 하는 사이···젊은 층 파고드는 사이비
  • 오명진 기자
  • 승인 2018.04.27 18:58
  • 호수 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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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지어다!”
“믿습니다!”

작년 하반기 사이비 스릴러 장르로 주목받은 드라마 유행어다. 바로 OCN에서 방영한 드라마 <구해줘>. 드라마는 작은 소도시 무지군에서 일어나는 사이비 종교 집단 ‘구선원’에 대한 얘기를 다뤘다. 가족이 구선원에 미혹돼 강제로 종교 집단 내 감금된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구하려는 4명의 친구 중심으로 전개된다. 한편, 구선원은 실제 존재하는 사이비 종교 구원파와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해줘>를 봤던 김연주(법정경학부·1) 학생은 “평소 사이비 종교 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기에 사람들을 그렇게 홀릴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구해줘>에서 사이비 종교가 나약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걸 보고 ‘사이비에 빠지는 것은 정말 한순간이구나’하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15년 3월에는 CBS TV 특집 다큐멘터리 <관찰보고서-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이 신천지의 반사회적 행태를 세상에 고발했다. 이에 신천지가 CBS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억울한 신천지’같은 이미지는커녕, 오히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뒀다. 사회 곳곳에서는 ‘사이비(似而非) 종교’ 관련 문제들이 여실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순천대학교 박예슬 (식품영양·2)학생은 사이비 종교 집단에 대해 “평소 종교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혐오감이 들었다.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포교하거나, 믿지 않는 사람들을 도리어 이상한 취급하는 것, 종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행동들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사이비’의 사전적 정의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본질은 완전히 다른 가짜”이다. 이에 비춘다면, 사이비 종교 집단은 종교로 위장해 반사회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사기 종교’다. 


젊은 층을 노리는 그들
사이비 종교는 젊은 층을 주요 전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젊은 층이 포교 활동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일꾼’이기 때문이다. 구리 초대교회의 신현욱 목사는 CBS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상은 대학생이다. 대학생은 ‘활동 가능한 젊은 일꾼’이라는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성구도 외우고 다시 복음방에서 가르치기도 해야 하니, 학교 다니는 청년을 좋아하는 것이다. 노인을 전도하면 일 시킬 수 있겠나”라며 그들이 대학생을 공략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작년 9월에는 신천지 유관 단체가 대학가에 직접 침투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전국 대학 건물 내부에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에서 대자보를 동시다발적으로 부착한 것이다. 본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학생지원팀 지영철 차장에 따르면, 신천지 단체의 대자보 부착은 처음이었지만, 과거 학원복음화협의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의 포스터 부착과 물리적인 홍보 활동은 자주 있었다고 한다.

지난 1년간 가톨릭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와 익명 SNS 에브리타임에는 약 한 달에 한 번 꼴로 사이비 포교 관련 제보가 꾸준히 올라왔다. 제보된 사이비 포교 사례는 △학내  IYF 해외 단체봉사단 모집 포스터 부착 △대곡역, 영등포역, 신중동역, 학교 정문 앞 가톨릭대 심리학 전공생 사칭 심리테스트 △잡지사, 방송 언론사 사칭 인터뷰 요청 △학내 기독교 동아리 CCC 사칭 홍보 △학내 건물(김수환추기경국제관 16층 스카이라운지, 학생회관 학생식당 등) 집단 출몰이다.

사회 곳곳에 사이비가 본격적으로 성행한 것은 2015년 CBS 특집 다큐멘터리 이후로 짐작된다. 2015년 본교에 재학 중이던 익명의 졸업생은 “당시 특집 다큐멘터리가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다”며 자신이 본교에서 보고 들은 사례를 설명했다. “사이비 단체들이 아기 돌봄, 기타 배우기 등 종교와 무관한 동아리로 포장하기도 했다. 여러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었는데, 그 포스터들에 적힌 대표자 번호들이 모두 똑같았다”고 당시 목격한 상황을 말했다. 또 “교목실에서 활동할 때 외부에서 같이 성경 공부하자며 참여하신 분이 있었다. 그분이 어느 날 ‘내가 연구한 건데 들어보라’며 MBTI(성격유형검사)에 기반을 둔 성경 인물 분석을 하더라. 그런데 기존 성경 내용과 달라 이상함을 느꼈다. 결국, 그분은 교목실 내부에 분열을 일으키고 나갔다. 의도적인 목적을 가졌던 듯하다”고 경험을 밝혔다.

그는 현재 종교 관련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사이비 단체의 대학가 침투에 대해 “취업, 학업 등 불안한 상황 속 청년세대의 약점을 역이용해 파고드는 것 같다.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접근하는 사례가 많지 않나. 실제 우리 학교에서도 혼자 학식 먹고 있는 학생에게 친절하게 다가가 개인적 관계부터 형성한 다음, 성경공부 하자며 꼬드겼다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기’는 알고 당하는 것이 아니다
작년 여름, 여느 때와 같이 평일 아르바이트를 하던 24살 휴학생 H씨는 이상한 일을 겪었다.

“아이스크림 매장 아르바이트 중 손님으로 왔던 어떤 아줌마에게 친절하게 대응한 적이 있다. 그런데 너무 고맙다며 연락처를 달라고 하더라. 예전에 경찰로 일했다는 말도 했고, 말끔하게 생긴 사람이라 별일 없을 것 같아 연락처를 알려줬다. 정말 괜찮다고 수십 번 거절했지만, 끈질기게 연락이 와 결국 카페에서 만났다. 심리테스트를 해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선행이겠구나’ 싶었다. 다음날에도 카페에서 만났는데, 결과 분석가라며 못 보던 아줌마를 데려왔다. 그런데 결과 해석이라기보다 아기를 다루듯 칭찬만 해서 이상함을 느꼈다. 이후 계속 문자, 카카오톡, 전화가 와서 모두 무시했다. 생각해보면 아르바이트 매장에서 그 아줌마와 같이 왔던 학생도 꼬임에 넘어간 것 같았다.”

사기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속임에 당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평소 ‘당하지 말아야지’하는 의지만으로는 대처가 어렵다. 마이클 셔머는 자신의 저서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에서 ‘믿기를 원하는 인간의 심리’가 책 제목에 대한 답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즉석 만족 △단순성 △도덕과 의미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현재 대부분 사람은 도덕과 의미에 대한 과학 체계와 비종교적 체계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불만족”해 하는데,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든 세상살이를 단순하게 설명해 주면, 그 믿음에 대해 아주 쉽게 즉석 만족을 얻는다”는 것이다. 실제 사이비 종교 집단의 특징도 이에 해당한다. 특히 사이비 종교 집단의 성경 해석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시원함’을 제공한다. 보편적인 종교 해석과 달리 자극적이며, 화려한 언변으로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듯 말하기 때문이다.

신앙심 깊은 사람인 양 과잉친절을 베푸는 것 역시 그들의 특징이다. 앞서 인터뷰한 H씨는 “우선 맹목적으로 친절을 베풀었다. 나와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 어떤 상황이라도 만들려 노력했다. 자신들의 목적은 밝힌 적이 없었고, 친절함으로 무조건 포장했다. 그러다 나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듯이 어떤 얘기를 꺼냈는데, 다른 사람들도 이때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경험에 비춰 사이비 종교 집단의 행동을 설명했다.

결국, 사기 종교에 대응하는 방법은 ‘단순 수비를 넘어선 적극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곧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이다. 신천지전국대책연합은 CBS 특별 다큐멘터리에서 “수비 아닌 공격이 필요하다. 사이비 종교 집단이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가르치고, 어떤 걸 가르치는지 많이 알려야 한다. 사람들이 알고 피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처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는 당신의 전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색다른 방식의 전도 거부 운동이 나타났다. 바로 자유사상 대학 연합 동아리 ‘프리띵커스(Freethinkers)’가 제작·배포한 ‘전도 거부 카드’다. 전도 거부 카드는 2013년 대학가에 첫 등장했으며, 성황에 힘입어 2017년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5월내에 배포될 예정이다. 전도 거부 카드는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간단하고 신사적인 방법으로 명확히 의사전달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궁극적으로 “공존 공동체 확립”을 목표로 삼는다.

▲ 프리띵커스 전도 거부 카드, 2017년(좌)과 2018(우) 시안

실제 프리띵커스의 전도 거부 카드는 유의미한 효과를 거뒀다. 프리띵커스는 “아직 카드를 받고 반발감을 느끼셨다는 분은 없었다. 오히려 쌀쌀맞게 가는 것보다 점잖게 대응해주는 것이 고맙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도 거부 카드가 화제가 된 뒤, 전도 문제 자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학내 담론이 형성됐다. 긍정적인 현상 같다”고 했다.  

프리띵커스는 대학 내 포교 문제를 학내 구성원 모두의 문제라 본다. “보통 종교 문제는 민감하게 다뤄지지 않나. 그래서 ‘프리띵커스’가 아니면 공론화가 힘들 것 같았다. 물론 무차별적 전도행위가 사라지거나, 대학 학생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준다면, 굳이 우리가 이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는 이런 사회가 오기를 기대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현재 프리띵커스에서는 카이스트,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14개 대학에서 2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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