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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가 서툰 당신을 위로해줍니다
[307호] 2018년 04월 27일 (금) 19:11:40 오명진 기자 ckrgksaudwls@catholic.ac.kr

서툰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작가 김신회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옆집에 사는 동네 언니처럼,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재밌는 교수님처럼 이야기를 펼쳤다. 가톨릭대학교 어딘가에 있을 서툰 어른들에게 작가 김신회의 보노보노식 ‘위로’를 전한다.

제목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다.
보노보노처럼 살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만화책 <보노보노>에는 여타의 인생을 논하는 책보다 느낄 거리가 많다. 사람 관계와 삶, 꿈, 마음에 대해서. 보노보노는 소심하고, 용기 없어 머뭇거리는 동물이지만 잘 살아간다. 간혹 독자 분들과 얘기해보면 그들은 ‘이미 김신회는 그렇게 살고 있다’고 믿는 듯한데, 나 역시 바람일 뿐이다. ‘이렇게 살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평소 에세이와 집필 방식이 달랐나.
원서로 된 41권짜리 <보노보노>를 한 달 반 동안 읽었다. 그리고 원고는 한 달 동안 굉장히 빨리 썼다. 원고를 넘기고 나니 친구와 헤어진 듯 허전함이 꽤 컸다. 만화를 계속 읽고, 대사를 곱씹으면서 보노보노라는 캐릭터가 내 삶의 중심에 서게 돼버렸나 보다. 그리고 내 얘기만 쓰던 전과 달리 ‘협업’ 느낌이 강했다. 사람은 아니지만 같이 작업하는 듯했다. 아무래도 억지로 끼워 맞추게 될 것 같아 초반에 방황한 적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글이 많다. 가장 중요한 자세는?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을 보면 얘가 얼마나 이상한 행동을 하건, 말을 하건 그 자체를 재단하거나 평가하지 않는다. 흥분해서 참견하는 걸 좋아하는 너부리조차 그러려니 하는 면이 있다. 심리학 용어로는 ‘통제 강박’에 해당한다.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남과 자신을 통제하는 행위다. 이는 가족, 우정, 사랑 관계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흔한 예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화가 나면 기분을 풀어주려 애쓰지 않나? 그러다 문득 ‘왜 이렇게 짜증을 내지?’ 하며 같이 짜증을 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과 지나치게 동일시하려 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다른 것을 분리하지 못하고, 상대의 감정을 자신이 통제하려는 이상한 강박에 갇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하는 잔소리 “너 이거 하지 마”가 싸움으로 번지게 된다. 차라리 어차피 다른 사람, 같을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그러려니 하며 한 발짝 물러나는 게 편하다. 

책을 관통하는 소재가 ‘어른’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좋은 점만 보여주려 하지 않나. 그래서 ‘어른은 모자란 부분, 나쁜 부분까지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자세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에세이 작가로서 솔직하게 글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던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런 건 얘기하면 좀 안 좋을 거 같아’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솔직함 하나만 보고 썼다. 창피하지만 가족 얘기와 어떻게 연애해왔는지에 대해서도 털어놓고. 구질구질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성장의 과정이었다. 내가 보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작업이지 않았나 싶다. 어른은 그런 거 같다. 모자란 부분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람, 그리고 이를 창피해하지 않는 사람.

작가님이 추구하는 삶의 자세는 ‘여유’ 같다. 대학생 중 취업난 속 여유를 좇다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다 잘하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 한두 가지에만 집중하자는 거다. 나도 잘하는 건 거의 없지만 유일하게 ‘이 정도 할 수 있다’ 자부하는 게 일본어와 글쓰기다. 그런데 이 두 개로 먹고산다. 따지고 보면 좋아하는 게 없는 사람은 없다. 꾸준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유지하려 해도 현실에 부닥치는 경우가 있지만 말이다. 못 할 뿐이지 없는 건 아니다. 한두 가지에 집중해서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게 또 여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취업’이라는 사회문제도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수십 가지를 준비한다. 그들은 너무 많다 싶어도 ‘그 수십 가지의 조건이 마련되지 않으면 취업 자체가 안 되니까’라는 이유로 준비에 몰두한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취업하면 행복할까?’ 대답하기 쉽지 않을 거다. 일단 좋아하는 거 한두 가지에만 집중을 해봤으면 좋겠다. 이런 과정이 너무 생활에 어려움을 끼치면 생각해 볼 문제지만.

나는 조금씩 좋아하는 걸 찾게 된 경우다. 막연히 언어가 좋아 진학한 일문과, 그러다 시작한 방송작가, 자연스레 관심 가지게 된 글쓰기까지. 물론 좋아하는 게 직업으로 연결됐다는 것은 행운이지만 그 행운의 과정에는 가지치기가 있었다. 대학 시절 다른 학생들처럼 토익을 공부하거나 취직을 준비했으면 난 이도 저도 안 됐을 것이다. ‘돈을 못 벌고 삶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하고 싶은 게 뭘까’ 했더니 글쓰기였다. 그렇게 글을 쓰자고 시작한 게 10년이다. 작가가 1년 동안 글을 쓰고 책을 내놨는데 안 팔리면? 정말 슬프다. ‘그런데도 책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난 ‘그렇다’고 대답하기 바쁘다. 너무 이상하다. 그만큼 좋아하는 건 시간이 지나면 발견하게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기다. 조급하겠지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수업을 듣다 한 학생 분의 발표에서 ‘브런치’를 접한 적 있다. 책 출판이 꿈이라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자 한다고 했다. 작가님의 작품도 올라와 있던데.
요새는 그런 얘기도 많이 하지 않나. ‘자기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바다. 종종 SNS에 일상다반사를 올리기보다, 주제를 잡고 짜임새 있게 올리는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다. 후에 포트폴리오처럼 쓰려는 취지인 듯하다. 이렇게 연결할 능력이 있고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권하고 싶은 방식이기도 하다. 자기 자신을 나타낼 때 무언가 하나를 딱 보여준다는 것. 이런 생각, 이런 작업을 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요즘 20대, 작가님의 20대와 많이 다른가.
아주 다르다. 하지만 20대 탓이 아니다. 잘난 애들만 너무 잘나가고, 조금이라도 부족한 애들은 자괴감을 느끼는 시대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학생들은 자기감정에 솔직한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간접적으로 돌려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연애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 ‘썸’을 타는 동안 서로 ‘아직 잘 모르겠어’ 하며 조금 뒤로 빠져있다가 상대가 다가오지 않으면 흐지부지 끝내지 않나.

요즘은 디엠(앱 인스타그램의 ‘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디엠으로 연애를 끝낸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이상하게 수동적인 문화가 만들어졌다. 상대적 박탈감도 하나의 원인 같다. 방송작가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성행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오디션들도 사회적 문제라 본다. ‘쟤는 저런데, 나는 뭐했지. 되게 바보 같아’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그 속에 나오는 ‘일부’ 재능 많은 애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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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작가, 방송작가)
-1978년생
-망설이는 것이 많고 떠나는 일에 능숙하지 않다. 아쉬울 것 없이 살고 싶지만 늘 정리 안 된 마음으로 산다. 그럼에도 매일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기로 결심한다. <모든 오늘은 떠나기 전날>, <서른엔 행복해지기로 했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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