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콘, 이제는 실패담을 공유할 때
페일콘, 이제는 실패담을 공유할 때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8.05.22 11:27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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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콘은 창업경험 실패담 공유시스템으로, ‘Fail(실패)’과 ‘Conference(회의)’가 합쳐진 단어다. 말 그대로 창업자와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이 경험한 일들을 밝히며, 자신의 실패담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페일콘은 실패와 실수에 주목하며, ‘지금의 실수가 더 큰 혁신을 낳는다’는 가치관을 확립하게 한다.

미국의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팔’의 창업자 맥스 레브친(남성·42)은 실제 실리콘밸리 페일콘 무대에 참여한 만큼 페일콘에 관심이 많다. 그는 “내 첫 번째 회사는 엄청 크게 실패했다. 두 번째 회사도 실패했지만, 첫 번째 보다 덜 실패했다. 세 번째 실패는 견딜만할 정도로 실패했고, 네 번째 회사는 거의 실패하지 않아 그런대로 괜찮았다. 다섯 번째로 차린 회사가 ‘페이팔’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는 여기서 그가 성공담 대신 ‘실패담’을 공유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아직 국내에는 페일콘이 정식으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이와 비슷한 형태의 ‘실패담 공유 문화’는 사회 각기에서 점차 퍼지는 중이다.


차근차근 시작되는 ‘실패담 공유’
본교 박종한(중문) 교수는 2017년에 ‘실패담 공유’ 방식의 수업을 시행했다. 학생들의 ‘실패’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학생들은 다양한 실패 사례를 연구하여 나온 교훈을 도출해 개인적 사례에 접목했다. 박종한 교수는 “20대는 특히 실패경험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실수는 다분한 일이다. 실패를 줄이는 것이 학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가짐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며 20대에게 실패담 공유가 필요한 이유를 꼽았다.

수업 내 실패담 공유에 참여한 김예림(중문·4) 학생은 “내 실패 경험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얘기한다는 게 부끄럽고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 같이 실패담을 공유하니 간접적으로 다른 경험을 한 느낌도 들었다.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개인적으로 여러 기업과 제품의 실패사례 연구가 사고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예전과 비교 하면, 특정 사건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시야가 크게 확장됐다. 원인을 진단해 내고, 진단을 통해서 결론적으로 교훈을 찾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페일콘의 본래 가치관처럼 실패담 공유는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실패담을 이야기하면서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나 극복 방법을 찾을 수 있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학습한다. 서울대 이정동(산업공학) 교수의 저서 <축적의 길>에는 “도전적 시행착오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정동 교수는 “어떤 시도의 결과를 ‘실패’로 기록하고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패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 대신 시행을 중시하는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당당하게 맞닥뜨릴 수 있어야 한다. 우리와 같은 20대들은 ‘경험 쌓기’ 자체에 의의를 두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다. 우리가 겪는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길이자 모든 과정이 시행임을 알아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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