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과 사냥꾼", 당신을 무얼 택하겠는가
"농사꾼과 사냥꾼", 당신을 무얼 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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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2 11:38
  • 호수 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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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지나가고 5월이 되니 캠퍼스 곳곳에서 곧 다가올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생동감 넘치는 학생들의 얼굴과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열정에 흐뭇해지다 이들이 직면한 또 다른 현실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통계로 잡힌 청년실업률이 무려 10%에 달하고, 실제 청년들이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25%에 달한다고 하니, 한창 일해야 할 청년 4명 가운데 1명꼴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대학생 취업률 또한 2000년 이래 최악이어서 취업을 위해 작성하는 이력서 개수가 세자리수를 넘어섰고, 현실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황과 취업난을 해결할 대안으로 ‘창업’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은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대학생 창업을 독려해왔고, 이번 정부에서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한 축으로 창업을, 그 중에서도 대학생 창업을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정부 뿐만 아니라 지자체, 유관기관까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나서 ‘창업’을 화두로 각종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가히 ‘창업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창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정부와 지자체 및 대학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고 올바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창업을 위해 필요한 공간을 이리저리 찾아다니지 않도록 공간을 제공하거나 잡다한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은 좋은 정책이고 꼭 필요하다. 하지만, 창업이 사무실이나 책상, 복사기, 전기료 등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창업 실패에 대한 부담이 여전히 크고, 창업에 실패하면 기나긴 인생 경주에서 낙오하게 될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뿌리박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하겠다고 나서면 주위 대부분이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리기 십상이다. 역시나 창업은 시작이 어렵다.

하지만 대학생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대학은 앞으로 살아갈 기나긴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곳이고,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떤 분야 혹은 어떤 일에 흥미가 있고 재능이 있는지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 학생들은 창업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취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길을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대학 생활을 하며 반드시 경험해보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창업(경험)’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대학생이 ‘창업’을 경험하기가 가장 용이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창업’을 ‘경험’하려 하면 그 부담감이 학창시절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다. 많은 창업가들이 한결같이 대학생들에게 창업에 적극 도전하라고 하는 것은 실패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창업이 아니라 취업을 하더라도 훌륭한 ‘경험’ 역할을 충분히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농사꾼(직장인)으로 살아갈지 사냥꾼(창업가)으로 살아갈지를 40대에 이르러서 고민할 것이 아니라 대학을 다니는 동안 한 번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도 알지 못했던 사냥꾼의 DNA가 내 몸 속에 숨겨져 있을지 모를 일이니 말이다.

물론, 창업에는 위험이 따른다. 이를 감수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창업은 ‘모 아니면 도’식의 인생을 건 도박이 아니며,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창업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만들 수는 없지만, 창업은 너나할 것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특히, 대학생이라면 두말할 필요없이 ‘해봄직한 일’임은 물론 ‘꼭 해봐야 하는 일’이다. 인턴을 통해 직장생활을 경험하듯 창업을 통해 사업가로서의 삶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올해 창업대학을 설립하고 다양한 지원 제도는 물론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창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충분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여건은 마련되어 가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학기 중이든 방학이든 가리지 않고 다양한 직장에서 인턴을 하듯, 학기 중이든 방학이든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창업을 위해 노력하는 그런 대학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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