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무기력'
  • 장현진 수습기자
  • 승인 2018.05.22 11:41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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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심리학개론 수업에서 교수님이 여담으로 하신 말이 있다. 스쳐 지나가듯 들었는데, 주제가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건 기억이 난다. 이는 사람이 힘든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 극복하려는 시도 없이 상황만 모면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단어는 우리 사회와 꼭 맞다. 너무 높은 장벽들이 우리 앞에 줄줄이 서있기 때문이다. 장벽의 예를 들면 취업, 내 집 마련, 결혼, 인간관계 등이다. 대한민국의 현재에 사는 사람들은 높은 곳을 향해 몇 번이고 뛰다가, 결국 단단한 장벽에 부딪혀 주저앉고 만다.

지난달 국가통계포털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1,628만 9천 명 중 202만 명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 ‘그냥 쉬었음’을 꼽았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의사가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한편, 이중 65세 이상을 제외하면 2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학습된 무기력이 젊음, 패기, 도전을 상징하는 20대에게조차 깊이 배어버린 걸까.

내 주변에도 취업 스트레스로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지인은 화려한 스펙을 가졌지만 계속된 불합격에 지쳐 힘들어했다. 그는 우울증으로 인해 2년 간 집 밖으로 나오지 않기도 하여 주변인의 걱정을 샀다. 이런 경험이 들려올 때면 순간 가슴이 턱 막힌다. 나 또한 장벽 앞에 무기력하게 영원히 주저앉을까 무섭다. 대학에 오기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현실은 달랐다. 스펙을 아무리 높게 쌓아도 취업이 어렵단다. 

현 사회의 우리에게 무기력은 쉽게 상처가 된다. 그리고 학습된 무기력 탓에 상처가 영원히 아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하지만 상처가 났다면, 일본 드라마 제목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처럼 잠시 ‘도망치는 것’을 추천한다. 당신은 역량이 부족해 주저앉는 게 아니다. 상처는 아문다. 단지 새 살이 돋을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앞으로 장벽 앞에 서게 될 당신에게 찾아올 무기력이 너무 깊지 않은 상처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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