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천만시대
반려동물 천만시대
  • 지선영 기자
  • 승인 2018.05.22 11:53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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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반려동물 ‘천만 시대’다. 이제 반려동물이란 단어는 단순한 ‘사육’이 아닌 ‘가족’ 개념으로 들어섰다. 길거리만 거닐어도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모습을 종종 마주할 수 있고, 여러 대화에서도 ‘반려동물’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됐다.

김예빈(의류·2) 학생은 혼자 자취를 하며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그는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면 외로움이 덜 하다. 늦은 밤 집에 혼자 들어왔을 때 반려동물이 반갑게 맞아주면 정말 가족같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012년 17.9%, 2015년 21.8%를 기록하며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수치로 해석 가능하다.

 

1인 가구에서 더욱 뜨거운 반려동물 문화
우리나라는 다양한 인구 구조 변화를 겪으며 점차 1인 가구 형태로 귀결되고 있다. 우선 △싱글족과 1인 가구 증가 △딩크족(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부부) 보편화 △고령화 사회 진입 등이 가장 큰 인구구조 변화라 할 수 있다. 개인의 의사와 가치관이 중요시되면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진 까닭이다.

독거노인들 역시 곁에 없는 자식 대신 반려동물과 함께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늘었다. 통계청이 실시한 고령자 통계 주요 결과(2017)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13.8%를 차지하며, 2045년에는 47.7%로 증가할 전망이다. 증가하는 고령자 수와 함께 독거노인 비율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독거노인 비율은 151만 가구를 기록했다. 2010년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서는 65세 이상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전체 연령대 중 1위(27%)를 차지했다.

색다른 반려동물 콘텐츠가 뜬다
방송계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펫방’이라는 콘텐츠를 창설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EBS의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이하 세나개)>가 큰 인기다. 강형욱 반려견 행동치료 전문가가 반려견의 문제행동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 프로그램은, 시즌 3까지 진행되며 반려인들의 공감을 샀다. 실제로 ‘세나개’의 시청자 게시판을 살펴보면 방송을 통해 반려동물 교육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게시글이 상당하다. 이외에도, 채널A의 <개밥 주는 남자>, MBC의 <하하랜드> 등 여러 방송사들의 펫방은 지금도 여전히 성행 중이다.

반려동물 관련 신조어도 덩달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대표 사례로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 △펫코노미(반려동물 관련 시장 또는 산업) △펫티켓(반려동물을 키울 때 지켜야 할 사항) 등이 있다.

2020년, ‘6조원 시장’되는 반려동물 시장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규모가 2027년, 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실제, 2012년 9000억 원에서 2016년 2조 3000억 대의 변화율만 봐도 얼마나 가파른 성장세인지 짐작 가능하다. 매년 20% 이상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형 산업’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IT 기업들은 동물 병원 차트 시스템, 위치 모바일 어플 등 반려동물 시장에 기술을 접목하고 있으며, 보험사들은 애견 보험까지 내놓고 있다.

이중에서도 펫코노미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新 시장’으로 떠올랐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 구성은 사료(2970억 원), 의료(2790억 원), 용품(1800억 원), 서비스(900억 원) 순으로 시장 규모 역시 상당하다. 통계청 도소매업 조사 결과에서는 2014년 반려동물용품 관련 소매업의 매출액이 3,848억 원을 기록했으며, 2006~2014년 동안 연평균 12.6%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펫코노미 시장은 발전 가능성 사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가능성의 시장’이라는 닉네임답게, 반려동물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 시장은 IT, 외식업, 편의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가지를 뻗었다. △반려견과 반려인이 함께 탈 수 있는 펫 택시 △다양한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한 친환경 펫푸드 △미용 서비스와 반려동물 유치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복합된 애견호텔 등이 그 예시다. 이와 더불어 반려동물 사진만을 전문적으로 찍는 ‘펫토그래퍼’, 동물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동물 심리사’, 반려인 대신 반려동물의 산책을 함께해주는 ‘도그 워커’ 등 관련 직종 역시 생겨나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문을 열었다.

반려동물은 이제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모두가 집중하는 미개척 시장의 선두주자가 된 것이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라는 반려동물의 의미처럼, 사람들은 더 이상 반려동물을 소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에게보다 더 좋은 것을 내어주려 하고, 친구나 가족처럼 진정으로 그들을 대하려 한다. 마음으로 맺은 가족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무궁무진할, 반려동물 시장의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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