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은 반려동물, 조금만 더 배려해요
가족 같은 반려동물, 조금만 더 배려해요
  • 지선영 기자
  • 승인 2018.05.22 11:58
  • 호수 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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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만큼 반려동물에 관한 이야기 거리와 논란 역시 증가하고 있다. 매년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로 손꼽히는 유기견 문제나 대형견 상해사고 등이 그 예다.

데려올 땐 가족, 싫증나니 남?
2017년 한국펫사료협회가 진행한 반려동물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양육 중인 애완동물 종류로는 ‘개(전체 응답자 기준 22.7%)’가 가장 많았다. 이처럼 반려견은 반려동물 중에서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매년 유기견 문제 역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한 생명이나 다름없는 반려견을 별다른 결심 없이 충동적으로 입양해 싫증이 나면 그대로 유기해 버리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구절에 못지않게 유기견의 비율 역시 10만 마리의 수치를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유기견은 2015년 5만 9633마리, 2016년 6만 3602마리로 매년 증가했다. 이는 인터넷이나 펫샵 같이 구매 경로가 다양해지고 구매 장벽이 낮아진 이유 덕분이기도 하다. 대부분 단순히 아이가 떼를 쓰기 때문에, 혹은 외관상으로 귀엽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하는 사례도 많다. 이렇게 책임감 없이 시작된 분양은 결국 파양과 유기로 끝을 내린다. 몸집이 커져서, 털 날림이 심해서 등과 같은 핑곗거리가 주된 이유다.

반려동물은 원할 때만 갖고 놀 수 있는 물건이나 장난감이 아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생명이며 상처와 아픔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존재다. 한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책임감이 뒤따른다. 반려동물의 분양과 입양 전, 자신이 진정으로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결심은 꼭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生을 함께한다는 ‘반려’ 개념 자체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찰 역시 필요하다.


서로 간 배려가 필요한 반려동물 문화
동물을 무서워하는 대학생 이 씨는 “어릴 때 큰 개가 달려든 적이 있어 아직도 개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며 “길을 거닐 때 개를 마주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움츠려든다. 주인들이 알아서 목줄을 채우고 다녔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처럼 지나친 애견(愛犬)에 반대하는 ‘혐견권(嫌犬權)’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혐견권은 애견권과 반대되는 말로 ‘개를 싫어할 권리’를 일컫는다. 공동 주택에서 발생하는 개로 인한 소음이나 상해 사고 등이 혐견권 주장의 이유다. 이들은 “개를 좋아할 권리가 있다면, 개를 싫어할 권리도 있다”며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혐견권이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해 9월 가수 최시원의 반려동물이 한식당 대표를 물어 숨지게 한 사건이 있다. 이후 반려동물 관리와 관련 법률에 대한 많은 여론이 일었고, 반려인도 주인의식과 에티켓을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는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논쟁 양상도 생겨났다. 

 

펫티켓, 법률도 강화돼
‘최시원 사건’ 이후 반려견 상해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펫티켓에 관한 법률 역시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서울시는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우지 않을 시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하며, 3개월 이상의 맹견은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필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반려동물의 배설물 관련 법규나 운송수단별 반려동물 동승 규정 또한 존재한다. 이외에도 외출 시 맹견임에도 불구하고 입마개와 목줄을 하지 않는 경우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펫파라치’ 제도 역시 실행 여부를 논의 중이다.

펫티켓은 비반려인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반려인의 허락도 없이 반려동물을 마음대로 만지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8년째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한 씨는 “물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강아지를 만지는 사람들 때문에 산책이 꺼려진다”며 “그러다가 물리기라도 하면 내가 모든 피해를 뒤집어쓸 게 뻔하다”며 반려동물에 대한 예의를 갖춰줄 것을 언급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가 조금씩만 배려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반려인은 갑이 될 수 없으며, 비반려인이 천만이나 되는 수의 반려동물을 피해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역지사지로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방법만이, 그들 사이 간극을 점차 좁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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