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를 다녀와서
뮤직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를 다녀와서
  • 지선영 기자
  • 승인 2018.06.07 00:23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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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플러그드(GREENPLUGGED)는 2010년을 시작으로 매년 5월 서울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뮤직 페스티벌이다. 록은 물론, 발라드와 힙합, R&B, 일렉트로닉, 대중 음악까지 다채로운 장르 실력파 뮤지션 라인업이 풍성하게 균형을 이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부터는 7월과 9월, 동해와 경주에서도 공연이 개최된다.

한동안 시커멓던 하늘이 걷히고 오랜만에 햇볕이 내리쬐는 주말이었다. 날씨 때문인지, 그린플러그드 덕분인지 한강 난지공원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어떻게 모두가 환경과 어우러져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부터 출발한 그린플러그드는 올해로 9번째 봄을 맞이했다. 어느새 봄을 대표하는 뮤직 페스티벌이 된 그린플러그드. 22일 일요일, 기자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직접 페스티벌 현장에 다녀왔다.

환경을 생각하는 뮤직 페스티벌
AM 11:00

공연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난지공원에 도착했다. ‘친환경’을 슬로건으로 갖고 있는 그린플러그드답게 입장부터 남달랐다. 타임테이블이 적힌 목걸이와 공연장 지도를 나눠주는 여느 타 페스티벌과는 달리 그린플러그드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어플) 안내 방식’을 선택했다. 어플만 깔면 공연 순서나 공지사항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축제 당일 사용된 뒤 버려지는 종이 낭비를 줄이겠다는 친환경적인 취지였다. 또한 1인당 쓰레기봉투를 자체 배급하여 쓰레기 최소화에도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장은 5개의 메인 스테이지인 MOON, SKY, SUN, EARTH, WIND와 2개의 서브 스테이지인 BUSKING, PICNIC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뮤직 페스티벌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공연장별 타임테이블 형식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페스티벌은 각 스테이지마다 동시간대에 오르는 뮤지션이 다르다. 따라서 자신이 보고 싶은 공연을 사전에 체크해 그에 맞춰 동선을 짠 뒤 움직이면 된다. 페스티벌 라인업과 타임테이블은 최소 일주일 전에 공지된다.

관람 구역은 스탠딩존과 피크닉존으로 나눠져 있다. 스탠딩존은 말 그대로 신나게 뛰어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뮤지션과 함께 호흡하고 반응할 수 있는 자리다.  가끔은 뮤지션들이 흥에 겨워 뿌리는 물도 맞을 수 있다. 반면, 피크닉존에서는 편하게 앉아서 공연 관람이 가능하다. 비록 가까이서 무대를 보지는 않지만, 돗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피크닉존만의 큰 장점이다.

한편 외곽에는 공연장 이외에도 푸드존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각종 이벤트 부스존 등이 마련돼 있었다. 맥주나 칵테일같은 주류는 물론이고 색다른 푸드트럭까지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돼 있었다. 말 그대로, 페스티벌이 열리는 난지공원 안은 음악과 함께하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던 셈이다.

'깃발'로 하나 되세요
PM12:00

EARTH 스테이지에서는 밴드 ‘문댄서즈’ 공연이 펼쳐졌다. 문댄서즈는 2017 K-루키즈 대상을 거머쥔 밴드답게 강렬한 메탈사운드로 무대를 가득 메웠다. 공연장 뒤편에는 힘차게 휘날리고 있는 문댄서즈만의 커다란 깃발도 눈에 띄었다. 멤버들의 얼굴이 그려진 회색의 깃발이었다.

이처럼 페스티벌하면 빠질 수 없는 문화가 바로 ‘깃발’이다. 각 뮤지션마다 제작된 깃발이 흩날리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라고 할 수 있다. ‘깃발 문화’는 모두 팬들이 자발적으로 행하는 일종의 페스티벌의 문화다. 뮤지션과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한 이유다. 깃발을 든 기수가 음악에 맞춰 깃발을 흔들면 공연장의 분위기는 한껏 더 달아오른다.

공연 때만큼은 모두가 친구

PM3:00
푸드존에서 국수와 컵밥으로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뛰어놀 준비를 했다. 오후로 접어들자 더 많은 사람들이 무대로 모여들었다. 메인 스테이지였던 MOON, SKY의 피크닉존은 어느새 발 딛을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새소년, 전기뱀장어, 잔나비 같은 밴드들 역시 속속들이 공연을 시작했다. 이들은 인디계 리스너들 사이에서 잔뼈가 굵기로 유명하다.

인기 있는 뮤지션의 무대에서는 뮤지션들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는 것이 아니다. 관객들이 서로 함께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일명 ‘떼창’이 항상 함께한다. 밴드 잔나비의 대표곡인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 나오자 현장은 더욱 뜨거워졌다.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며 둥그렇게 원을 만들고 손뼉을 치거나, 신나는 곡이 나올 때 서로의 등을 잡고 원을 그리며 도는 ‘기차놀이’를 하기도 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순간만큼은 관객 모두가 친구였다. 아마 페스티벌의 가장 큰 매력은 이러한 관객 퍼포먼스가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공연을 보며 같은 마음을 가진 팬들이 하나가 될 때. 바로 이 순간이 관객들로 하여금 페스티벌을 다시 찾게 만드는 원동력일 것이다.

서브 스테이지인 BUSKING, PICNIC존에서는 밴드다섯, 다린과 같은 차세대 인디 밴드들의 공연이 펼쳐졌다. ‘음악 페스티벌로서의 진정한 의의를 잊지 않겠다’는 그린플러그드의 주체성에 걸맞게, 인기 높은 주요 뮤지션 이외에도 신인을 위한 무대가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밴드다섯의 버스킹 무대는 매력적인 보컬의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은 더욱 뜨겁게!
PM8:00

날이 어두워져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이승환, 윤도현 밴드(YB) 같은 헤드라이너들의 무대가 시작됐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션의 무대가 진행되자, 앉아있던 관객들까지 모두 일어서며 신나게 공연을 즐겼다. 헤드라이너 공연은 ‘슬램(slam)’이 주된 묘미로 손꼽힌다. 슬램은 관객들이 서로의 몸을 부딪히며 리듬을 타는 행위로 깃발과 함께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문화다. 강렬한 슬램 퍼포먼스 이후 윤도현 밴드(YB)의 <잊을게>와 <나는 나비>같은 대표곡들이 이어진 뒤, 뜨거운 분위기 속 이틀 간 진행된 그린플러그드가 막을 내렸다.

작년 여름 이후, 오랜만에 참여한 페스티벌이었다. 표를 예매한 뒤, 과제다 대외활동이다 쌓여있는 할 일 때문에 잠깐 페스티벌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갔다 오니 오히려 나는 새로운 변화를 겪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맞은 주말의 햇빛과 신나는 음악, 또 친한 친구와 시간을 함께한 덕분이었다.

지친 일상에 재충전할 기회를 갖고 싶다면, 혹은 즐겁고 신나는 단체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다면, 올해가 가기 전 꼭 페스티벌을 즐겨보길 바란다. 분명 당신의 삶이 새롭게 굴러갈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이 되어줄 것이다.

*앞으로 가 볼만할 페스티벌 일정
그린플러그드 동해 (07.21 ~ 07.22)
: 한 여름, 청량한 바다가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즐기는 음악 축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08.10 ~ 08.12)
: 10년 넘게 개최되고 있는 락 페스티벌의 대표주자
월드클럽돔 코리아 (09.14 ~ 09.16)
: “The Biggest Club In The World”, 전세계가 열광하는 WORLD CLUB DOME 아시아 최대규모의 EDM 페스티벌
랩 비트 페스티벌 (09.15)
: 탄탄한 라인업으로 힙합 페스티벌 역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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