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주류 판매 금지 공문, “그 후 대학축제는…”
교육부 주류 판매 금지 공문, “그 후 대학축제는…”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8.06.07 00:29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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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 현장에 놓인 빈 소주병들
2018 아우름제는 교육부의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 협조’에 따라 ‘술 없는 축제’로 진행됐다. 이 공문은 “대학생들이 학교축제 기간에 주세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건전한 대학축제 문화 형성을 위해 협조해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5월 중 열린 각 대학 축제에서 주세법을 교모하게 피해 가는 편법이 등장했다. 주점을 찾은 학생들에게 술을 무료로 제공하는 ‘술 무료 나눔’, 주점을 찾은 학생들에게 심부름 값만 받고 외부에서 술을 사다 주는 ‘술 배달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주류 판매 금지에 대응하는 본교 모습은 어떨까?
축제 시작 전 소집된 확대운영위원회는 “학생회비로 구매한 술에 한해 학생회비 납부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나, 그 외 주류 무상 제공 행위는 금지한다”고 협의한 바 있다. 이는 주류 판매 금지에 따른 과도한 편법 발생과 학과별 주점 수익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한 처사로 보인다.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영어영문학부·프랑스어문화학과는 주점 시작 전, 과방에서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 대상으로 술을 나눠주었다.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안재현(중어중문·3) 학부장은 “매년 초 1년 동안 학부에서 사용할 술을 대량으로 구매하는데, 주점에 사용할 술을 판매하지 못하게 되어 술이 처치 곤란한 상태였다. 학생회비로 구입한 술이니 학생회비를 납부한 학생들에게 나누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윤선정(중어중문·3) 학생은 “과방에 있던 많은 술을 축제할 때 간식 행사처럼 학생회비 납부자에게 술을 준 건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고 말했다.

반면,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정한 규칙을 지키지 않은 학과도 있었다. 해당 규칙을 위반할 시 제재조치 마련 여부가 불투명했으며, 축제 당시 별다른 주류 무상 제공 행위 단속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학과가 등장했다. 법정경학부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공지 내용은 “학생회비 납부 학생에게는 술을 무료로 제공합니다”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본보 기자들이 법정경학부 주점을 방문했을 때, 해당 주점관계자들은 학생회비 납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술을 제공하고 있었다.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도 이와 비슷했다. 이들은 ‘소주 무한리필’이라는 점을 강조해 사전홍보하며, 주점을 찾은 모든 학생에게 술을 무료 제공했다. ‘학생회비 납부 학생에 한하여’라는 조건은 없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가 술을 무한리필로 제공하면서 안줏값을 올렸더라. 자신 학과에 한정하여 술을 제공한 타 학과들에 비해 주점 이익을 더 거둔 것이 아니냐”는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본보가 해당 학과장에게 다른 학과와는 달리 주점에서 술을 무상으로 제공한 이유를 묻고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술 판매 금지령! 다른 학교는?
교육부 지침에 따른 타 대학의 상황도 본교와 비슷했다. 서울대학교 일부 학과 주점은 메뉴판에 ‘물’은 ‘소주’, ‘아침 햇살’은 ‘막걸리’를 뜻하는 비밀암호를 설정하여 비밀리에 주류를 판매했다. 건국대학교, 세종대학교, 부경대학교 등에서는 학생들에게 심부름 값을 받아 술을 사다 주는 ‘술 배달 서비스’도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교육부 공문에 맞추어 주세법 위반을 피하는 대신,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수익 구조를 창출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을 위해 주류 판매 면허가 있는 학교 인근 마트와 협력한 학교도 있었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축제 참여자의 편의를 위해 ‘주류 매점’을 운영한다. 학교와 주류 판매 수익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또한,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사회학과 등은 과 회식을 즐기는 형태로 학과 학생들에게 술과 안주를 무료 제공했다.

축제 시즌, 대학가에서 이런 편법들이 등장하자 이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경향신문>의 ‘실효성 없는 대학축제 술 판매 금지(2018.5.17)’ 기사 댓글에는 “학생들이 주세법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니 너무 나쁘게 보지 말라”, “대학축제에서 술을 못 팔아 안달 난 거 같다. 차라리 술집을 운영해라” 와 같은 의견들이 보였다.

교내 노·주점 수익이 하락했어요
술 판매 금지령은 학생회 재정 적자 문제로도 번졌다. 보통 축제 주점의 수익은 주류 판매율로 결정되고, 이는 학생 복지를 위한 예산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술 판매가 금지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학생 대표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주점을 열었던 인문학부 임재오(국어국문·3) 학부장은 “이번 주점 수익이 많이 감소했다. 본래 술을 팔아 이익을 거두었는데 주점에서 술을 팔지도, 안주 가격도 급격하게 올릴 수 없는 상황에 처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공문이 좀 더 빨리 내려왔더라면 충분히 대처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라며 아쉬운 심정을 전했다.

사회과학부 노점관계자인 심리학과 양윤정(심리·3) 학생대표 역시 “심리학과는 재작년부터 칵테일을 판매해 항상 흑자를 보았는데, 무알코올로 칵테일로 판매하니 수익이 현저히 떨어졌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번 축제가 개교기념일에 열려 사람 수가 훨씬 적었다”며 수익이 줄어든 또 하나의 이유도 꼽았다.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 교내 노·주점과는 달리, 주류 면허가 있는 학교 주변 가게들만 이익을 얻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실제로 본교 정문 옆에 위치한 편의점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축제 당일 주류 판매가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었다”며 “보통 소주를 기준으로 한 박스가 들어오면 며칠을 판매하는데, 그 날은 축제를 예상해 세 박스를 들여놨는데 전부 팔렸다”고 했다.

술 판매 금지된 2018 아우름제, 만족하시나요?
본보가 진행한 <축제 만족도 설문조사> 중 “교육부의 대학축제 주류 판매 금지” 문항에 학생들은 어떻게 답했을까. 많은 학생은 대체로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문에 참여한 379명의 학생은 ‘주류 판매 금지 공문’에 대해 ‘매우 동의한다’ 11%(44명), ‘약간 동의한다’ 34%(130명), ‘약간 반대한다’ 26%(101명), ‘매우 반대한다’ 17%(66명)로 응답했다. 별생각이 없다’는 10%(38명)였다.

기타 의견으로는 “교육부 공문에 반대하지만, 술을 밖에서 사 오기 때문에 더 저렴하게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술을 사 가야 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원하는 술을 적당량으로 마실 수 있어서 불편함보다 만족감이 더 컸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눈 가리고 아웅이다. 술 판매만 하지 않았지 서비스로 다 나오는 게 과연 실효성 있는 법인가?”라며 교육부 공문의 한계점을 꼬집은 이도 있다. 그리고 “어차피 편법으로 주류가 유통되는 축제였는데 쓸데없이 겁만 주는 것 같다”, “다양한 꼼수가 넘쳐나던데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는 건 큰 문제라고 본다. 분명 아우름제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법을 잘 숙지해 학생 대표자들에게 알려야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술 금지령을 계기로 대학축제 음주문화가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 이도 있었다. 이에 해당하는 의견으로는 “술을 마시고 발생하는 문제들을 조금이나마 예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축제 때 음주로 인한 사고가 많았다. 술 금지령으로 인해 앞으로 차차 사고가 줄어들기를 바란다” 등이 제기됐다.

축제에 참여한 박서우(철학·3) 학생은 “술을 주점에서 판매만 하지 않았지 작년처럼 술을 마시면서 놀았다. 오히려 외부에서 주류를 사와 먹고 싶은 술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술 금지보다 각자 술을 절제하고 조절하는 것이 낫다”며 “갑작스러운 지침보다는 올바른 음주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축제란 단비와 같다. 술 한 잔을 기울이며 학과 선후배와 친목을 도모하고, 교수님들과 진솔한 대화도 나누는 자리가 바로 대학축제이다. 이렇듯 주점에서 술 판매가 금지되었다고 해서 대학축제가 갖는 본연의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교육부 공문에 따른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진정 건전한 대학축제 문화를 형성하는 것은 ‘술 판매 금지’가 아닌 학생들의 인식변화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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