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바라보는 사회, 청년이 생각하는 정치
청년이 바라보는 사회, 청년이 생각하는 정치
  • 고유정 수습기자
  • 승인 2018.06.07 00:49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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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가 답이다>의 저자 오세제(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는 “청년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라며 청년의 사회 참여를 촉구했다. 최근 증가 추세인 청년 투표 참여율과 발맞춰 몇몇 정당들은 공약 1순위로 ‘청년 정책’을 내걸었다. 이러한 기조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적극적인 정치 및 사회 참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에 본보는 재학생 중 사회 참여가 비교적 활발한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인권 단체 ‘두런두런’에서 활동하는 김종빈(사회복지·3) 학생, 국회사무처 소관 청년 단체 ‘청년과 미래’에서 활동하는 박찬흠(식품영양·3) 학생이다. 인터뷰는 각각 진행하여 대담형식으로 정리하였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김종빈입니다. 현재 ‘두런두런(Do Learn Do Run)’이라는 인권 단체에서 남부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안녕하세요. 박찬흠입니다. 국회사무처 소관 사단법인 ‘청년과 미래’ 조직관리실장으로 ‘청년과 미래’의 회원, 회비, 지역별 지부 기타행사의 서포터즈 등 인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2 사회활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입니다. 당시에는 군인이었는데, 그때 페미니즘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후에 이퀄리즘에 대해서도 듣게 됐는데, ‘그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의문을 가지고 전역을 하고 학교생활을 하던 차에, 두런두런 단체의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습니다.

활동을 시작하고 세미나, 토론을 진행하니 마음속에서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던 그 무언가가 언어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시작해서 올해로 2년째네요.

: 평소 정치에 어느 정도 관심은 있었지만 무겁고 멀게 느껴져 깊게 파고들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외활동 사이트를 통해 청년과 미래를 접하게 되었고, 올해 3월부터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치에 더 관심을 두기 위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3 때때로 20대 청년층에게 정치가 어렵고 먼 주제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정치가 꼭 정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만을 말하는 걸까요?
: 정치는 본인이 혹은, 자신이 속한 이익단체가 이득을 얻기 위해 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들이 정치를 어렵고 멀게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기성세대와 사회가 정치를 멀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 사회 운동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시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활동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당장 저를 예로 들면,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저희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대화는 매주 주말 2시부터 4시에 열립니다. 저는 당연히 갈 수가 없습니다. 만약 입사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이 하루 내려놓고 광화문에 나갈 수 있을까요? 채용 비리 사건 터졌을 때,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취업피해자들, 공무원 준비하시는 분들 다 거리로 나갔어야 했지만, 왜 그러지 못했는지는 아시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참여에 자신의 에너지를 쏟을 여유가 없어진 것 같아요.

: 정치가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정치가 ‘자신과는 관계없는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끼리의 권력다툼’으로 인식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시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매일 타고 다니는 지하철의 요금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자신의 집이 고시원이 될 수도, 아파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는 의식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젊은 세대들이 정치를 조금 더 가깝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4 최근 언론들은 총학생회가 부재한 대학이 늘어나는 현상에, ‘교내 민주주의’가 사라져 간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반면에 청년들의 중앙정부 선거에 대한 관심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캠퍼스 정치와 일반 정치 참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청년들이 정치에서 멀어진 것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입사 시험 준비에 바쁜데 학생회를 할 여유가 없는 거죠. “야, 학생회 시간 뺏기게 왜 하냐” 1학년 때 학부학생회를 잠깐 했었는데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 ‘뺏긴다’라는 말이 ‘그 시간에 차라리 토익을 하고, 공기업 시험 준비를 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학생회에 참여하고 학교에 요구해서 얻는 이득보다 당장 지금 나를 위한 투자를 해서 얻는 이득이 좀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결국은 ‘우리가 이렇게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있을까?’ 하는 정치 효능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총학생회의 부재에 대해 말해보자면, 우선 학생들이 학생회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에브리타임이나 대나무숲 등 교내 커뮤니티에서 후보자들의 현재는 보지 않고 과거를 찾아내 욕하기 바쁘죠. 또, 임기 중에 학생회가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한 번이라도 치면 몰려들어 욕을 합니다. 그런 것들이 반복되면서 학생들이 ‘후보가 나와봤자 무관심으로 인해 떨어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가 캠퍼스 정치에는 관심이 없지만 일반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요인은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인 것 같습니다. 학생회 부재로 소소한 복지의 혜택이 사라지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그 정도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감수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축제나 새내기 인성캠프마저 총학생회의 부재 속에서 별 탈 없이 이루어지는 것 또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중앙정부는 의식주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참여가 활발한 것 같습니다. SNS의 발전도 중앙정부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Q5 자신이 바라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가요?
: ‘차이의 차별을 금지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내건 슬로건입니다. 좌우명 같은 것은 아니지만, ‘어떤 사회가 됐으면 하냐’하면 저는 이것을 원합니다. 차이가 차별이 되는 순간, 그 사회는 반드시 붕괴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상대방의 소수자성, 약자성을 잡아낼 것입니다. 홀로코스트, 마녀사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여태까지는 그것이 여성, 장애, 인종이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대게 소수자에 ‘나’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소수자성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들을 때마다 ‘꿈 좀 깨시라’ 이런 생각을 하는 편이고.

사회를 보수(補修)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회는 무너져도 공동체는 남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특성, 특징에 대해 ‘그러려니’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 사람이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떻고, 다른 젠더를 가지고 있으면 어떻고, 장애인이면 뭐 어떨까요?

Q6 청년층에게 필요한 정책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 선별적이 아닌, 보편적인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빈곤은 사람을 병들게 하는 가장 큰 악이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합니다. 대학생들은 생활비를 위해서 평일 아르바이트,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고 직장인분들 중에도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시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다른 데에 투자하면 분명히 저 사람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 좀 더 나은 위치에 갈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기본소득도 사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살고 있지 않나요? 그 행복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초석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주거나 취업에 관한 것이요.

Q7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청년들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 많은 청년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단체에서 하고 있는 세미나 혹은 기본소득 운동, ‘민달팽이 유니온’의 주거정책문제, ‘청년복지국가네트워크’의 복지국가에 대한 문제, ‘행성인(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나 ‘띵동’에서 행해지는 성소수자 인권운동, 페미니즘 단체로는 ‘페이머즈’ 등. 이주 난민·이주여성, 비건,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까지 많은 청년 운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것보다는 ‘위에 분들이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혐오 발언이나, 비판 아닌 비난으로 청년들의 발언 자체의 동력을 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정치 혹은 정책이 본인들의 삶과 직접 관련되어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선거기간에는 최소한의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참정권을 행사하는 투표 참여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Q8 주변에서 청년층이 진보를 하나의 트렌드처럼 생각하거나 정책이 아닌 정치인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경우를 본 적이 있나요?
: 진보를 트렌드처럼 생각하는 것은 못 봤습니다. 정책이 아닌 정치인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분이 누군가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힐 때 저는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정치인, 고위공직자, 흔히 ‘공인’이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이 정치적 스탠스를 밝히거나 누구를 지지할 때는 지지의 이유를 설명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지지를 표할 때는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검열에 가깝다고 봅니다. 문재인이 잘 생겨서 지지하든, 홍준표의 터프함이 좋아서 지지하든 그걸 ‘굳이 알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가 제 견해입니다.
: 이런 경우가 우리 사회에 지배적인 것 같습니다. 본 적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성향을 보수라고 밝히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정책과 관계없이 단순히 보수진영을 욕하는 등의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갖추고 지지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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