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_서로의_용기다’연대하는 여성들
‘#우리는_서로의_용기다’연대하는 여성들
  • 이수진 수습기자
  • 승인 2018.06.07 00:51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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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 여성들은 사회로부터 억압된 감정을 표출했다. 여러 여성 혐오적 사건들, 특정성별에 대한 사회의 온도 차에 여성들의 상처가 곪아 터진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경향은 SNS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여성들은 ‘#우리는_서로의_용기다’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여 “직접 참여는 못하지만, 그들과 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는 왜 여성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게 되었는지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용히 있기를 거부한다
첫 번째로 열렸던 시위는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60여개 여성시민단체가 주최한 성차별·성폭력 4차 끝장 집회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이다. 이 시위는 지난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를 맞이해 신논현역에서 열린 추모집회이다.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복장은 검정색으로 통일하였다.
 
불꽃페미액션이 주최한 ‘달빛걷기’는 19일 저녁 신촌역에서 진행되었다. 시위참가자들은 흰 장미를 들고 “여성에게 / 밤길을 / 우리에게 / 일상을”, “우리는 / 여기 있다 / 우리를 위해 / 여기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신촌 밤거리를 행진했다. 여성에게는 밤거리는 위험하니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 하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밤거리를 여성이 되찾자는 취지였다.

홍대 불법촬영 사건의 이례 없는 빠른 수사절차에 대해 분노한 여성 1만 2천여 명이 모였다. 19일 혜화역에서 이뤄진 이 시위의 이름은 ‘불법촬영 규탄시위’이다. 다음의 한 카페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이 시위는, 분노를 상징하는 ‘빨간색’을 드레스 코드로 정했다. 구호는 “여자가 / 피해자면 / 신고 반려 / 집행유예 / 남자가 / 피해자면 / 적극 수사 / 강력처벌”로 성차별적 행보를 밟아온 수사기관과 언론기관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12차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는 여성모임 비 웨이브(Black wave)가 주최했다. 이는 20일 오후 3시 홍대입구역에서 진행되었다. 비 웨이브는 “나의 몸, 나의 인생, 나의 선택”이라는 표어를 가지고 시위를 진행했다. 이 표어는 여성의 임신중단에 대해 사회적인 개입이 과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가장 많은 이들이 모였던 불법촬영 규탄시위
사회, 언론, 여성들의 관심이 쏠린 시위는 ‘불법촬영 규탄시위’였다. 주최 측은 애초 참가 인원을 2,000명으로 예상했으나, 참가 인원은 집회 시작 전부터 이 인원을 넘어섰다. 집회 장소도 인도에서 시위 진행 절반이 지난 오후 4시 즈음에 이화사거리에서 혜화동 로터리 방면 4차선이 모두 통제됐다.

해당 시위에 참가했던 본교 A 학생은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남성 중심의 사회에 늘 불편함을 느꼈다.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당당히 드러내기가 두려웠지만, 더 좋은 세상과 나를 위해 용기를 내기로 했다”고 시위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또한 “어떤 성별도 대상화되지 않고, 성 권력관계가 없는 세상을 바란다. 더 나아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며 “시위에 참여하면서 ‘#우리는_서로의_용기다’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꼈다. 세상이 변하는 중심에 있는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같은 시위에 참여한 B 학생 역시 “시위에 참가하게 된 것은 수사에 온도 차가 분명히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불법촬영이라는 범죄 행위를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해 분노했다. 여성이 서로 연대함으로써 세상의 인식을 바꿔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는 세상이 남녀 구별 없이 행해지는 사회로 변모하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혼자 저항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연대감과 벅차오름이 나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앞으로는 세상이 조금씩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라고 밝혔다.

한편, 두 학생 모두 시위에 아쉬움을 표한 부분이 있었다. 그들은 “여성 서로 간의 연대를 밝히는 시위의 목적과 분위기는 좋았으나 일부 참여자들의 격한 저항 문구와 피해자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이 약간 아쉬웠다”며 “수사의 온도 차를 지적하는 것이지, 피해자를 조롱하는 것은 옳지 못한 행위”라고 했다.

“단지 동일한 수사와 처벌을 원한다”
불법촬영 규탄시위 관련 자세한 내용을 알기 쉽게 문답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질문에 대한 답은 단체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 측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와 참고 기사(KBS 단독 대면 인터뷰 등)를 토대로 구성하였다.

Q 여성 시위 최초로 1만여 명 이상이 모였다. 참가하지 못한 사람도 SNS 상에서 연대의 뜻을 밝힌 것까지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A ‘여성은 이 나라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공감대 형성이 많은 사람을 모일 수 있게 한 것 같다. 경찰과 일부 언론은 “홍대 사건 용의자와 장소가 특정되었기에 수사가 빠르게 진행된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 발언은 지금까지 발생했던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대답이다. 지금까지 용의자가 명확하고 사건 해결이 비교적 쉬워도 수사 거부를 당했던 여성은 허다했다.

Q 언론과 수사기관에 대한 분노가 많아 보인다. 또한, 시위 구호가 ‘여자가 / 피해자면 / 신고 반려 / 집행유예’, ‘남자가 / 피해자면 / 적극 수사 / 강력처벌’이다.
A 여성은 지금까지 발생한 대부분의 불법 촬영 범죄의 대상이었다. 피해자는 자신의 노출부분을 직접 찾아 그게 자신임을 스스로 밝혀야 했으며, 설령 밝혔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수사거부를 하는 등의 2차 가해가 발생했다. 일부 언론은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에게 ‘몰카녀’라는 호칭을 붙였다. 그러나 이번 홍대 불법촬영 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남성이었으나 언론은 피해자에게 ‘홍대남’이라고 하지 않고, 피의자에게 ‘몰카녀’라고 이름 붙였다. 여성은 피해자일 때도, 가해자일 때도 ‘몰카녀’일 뿐이다.

Q ‘불법촬영 규탄시위’는 언제까지 할 예정인가?
A 특정성별의 피해자들이 불법촬영 범죄에 대해서 ‘정말 내가 신고할 수 있을까’, ‘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불편한 용기’가 주최하는 ‘2차 불법촬영 규탄시위’는 6월 9일 오후 3시, 혜화역 2번 출구에서 열린다. 복장 규정은 1차 시위와 동일하게 ‘레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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