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 (臥薪嘗膽)
와신상담 (臥薪嘗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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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22 14:50
  • 호수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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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학교 비판기사를 담은 중앙대 교지 <중앙문화> 58호가 학교 측에 의해 강제 회수 되었다. 문제가 된 내용은 ‘기업은 대학을 어떻게 접수했나’라는 제목의 기사와 총장을 희화화한 만화였다. 교지편집위원회의 반발로 교지는 재배포 되었지만 2010년 1월 <중앙문화>는 학교측으로부터 예산 전면 삭감을 통보받는 사실상의 교지 폐지 통지를 받았다. 이 외에도 명지대 에서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려는 <명대신문>의 내용을 학교측에서 임의로 삭제해 신문의 한 면이 백지로 나가는 사태가 발생 하였으며, 2006년 동덕여대에서는 학보사기자 전원이 해임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렇게 큰 사태가 아니라 하더라도 현재 다수의 대학 언론은 학교 측의 직간접적인 간섭을 받고 있다.

학교의 간섭은 학교에 소속된 기관으로 신문 발행비를 지원 받는다는 이유로 권력관계에서 낮은 단계에 위치한 학생들을 위협하며 계속 되고 있다. 이런 학교 측의 횡포는 대학언론이 비판기능을 다하지 못하게 한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대학생 기자들은 비판기사가 나올 때마다 매번학교의 이해 당사자와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라 도 논조를 약하게 조절하거나 비판 기사를 망설이는 기자 스스로 ‘자체검열’하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학내 언론기관은 이제 학교의 이익에 따라 순응해야만 하는 것인가. 학보는 학내문제와 더불어 사회문제를 학생의 시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할 의무를 지녔는데 말이다.

비교적 자유로운 본교 학보사는 그 동안 학생을 위한 신문으로 학내문제 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본보 역시 위의 학교들과 같은 상황이 닥치면 과연 제대로 대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 이해 당사자들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학보사 내부의 기자들 간에도 학보에 대한 각기 다른 생각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토론의 부재, 사회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부족과 더불어 사회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기존의 언론과 차별화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학보에서는 사회문제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측에서 언론탄압을 가하면 저항은 커녕 순응하고 말것이다.

학생 기자의 입장에서 학교에 맞서 싸우기가 쉽지 않다. 발행인이 총장이니 만큼 기사 작성 시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 아무런 여과 없는 기자의 순수한 비판은 힘들다. 하지만 학보의 존재는 무엇 때문이며 기자의 본분은 무엇인가. 학보는 학생의 권리를 대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외부의 압력에 맞서야 한다. 학내의 문제를 학생들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동안 얼마나 학교와의 타협 아닌 타협에 익숙해지고 무감해 졌는가. 학내 언론 기관 으로 자유로운 비판을 과감하게 감행하지 못하고 몸을 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비판 기능을 상실한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 할 수 없다. 기존의 언론들에 맞춰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현실과 타협하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학보는 외면 받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학교에 당당히 맞서야한다. 아니 맞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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