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종교는 무엇일까?
김연아의 종교는 무엇일까?
  • 안 신 <세계종교이해> 강사
  • 승인 2010.06.22 14:50
  • 호수 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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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열린 2010년 동계올림픽 방송을 시청하면서 한국인으로서 뿌듯함과 행복함을 느꼈다. 과거에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및 피겨스케이팅에 참여한 한국 선수들이 있었지만 이번 경기만큼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한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은반 위의 요정’,‘ 신이 내린 선수’라 불리는 김연아 양의 종교는 무엇일까? 경기 전 묵주반지를 낀 손으로 십자성호를 긋는 모습을 보면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그녀의 세례명은 스텔라(별)이다. 나는 이러한‘제도종교’에 관심이 많다. 이번 학기 가톨릭대에서‘세계종교이해’를 조금 이른 시간에 가르치는데, 그리스도교, 이슬람, 불교, 힌두교, 시크교, 자이나교, 유교, 불교,신도, 무속, 신종교, 아프리카종교, 아메리카토착 종교를 강의할 계획이다. 흥미로운 점은 신앙인의 관점이 아니라 객관적이며 공감적인 태도를 가지고 세계의 다양한 종교들을 공부하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에 가졌던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종교가 없는 학생들도 한 번 수강해 볼 만한 과목이다. 종교학자들 가운데에는 무신론과 공산주의 심지어 민족주의를 종교로 연구하는 분들도있다. 다시말해‘, 제도종교’는 아니어도모든 인간은 나름대로‘개인종교’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김연아양의 개인종교는 피겨스케이팅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린 나이에 고된 훈련과 좌절을 경험하면서도 젊음을 어느 한 곳에 집중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면 그 대상은 아마도 신의 존재만큼‘궁극적 관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개인종교’에도 관심이 많다. 세계의 종교를 이해하기 위하여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며 강의도 하지만, 나는 학생들과 종교 공동체를 방문하고 영화를 감상한다. 과거에 이슬람성원(마스지드)을 방문하여 무슬림들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이 예배(쌀라트)하는 모습을 참관했고, 명동성당, 수녀회, 조계사, 천도교 교당, 무당이 굿을 하는 현장에도 학생들을 인솔하여 가본 일이 있다. 항상 하는 질문이지만‘왜 인간은 종교를 가지고 있을까?’세계인구의 80%이상이 종교인이라고 하지만, 종교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아직도 척박한 것 같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에는 일본종교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하고,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은 불교의 미학을 담고 있다. 내 강의에 참여하는 친구들은‘제도종교’와 ‘개인종교’의 차이를 알았으면 한다. 젊은 시절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도서관’이 종교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전공 공부하느라 밤을 새고, 취업준비로 머리를 싸매며, 친구와 밤새 삶을 이야기하고, 시간을 쪼개어 알바를 하면서도 졸업 후 진로를 모색하는 다양한 이유에서 도서관에‘사는’친구들이 있다. 인생을‘사는’동안 어느 곳에 있을 때 가장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가? 한번 각자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왜냐하면 이 물음이 바로 종교적 물음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의 연구주제는 이슬람과 그리스도교를 회심의 관점에서 비교하는 것이다.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비교하는 글도 함께 준비 중인데, 어렵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다. 선교, 포교, 홍교, 전도, 전교, 포덕이라는 개념에 응하는 아랍어는‘다와’인데‘초대’를 뜻한다. 초대된 사람이 종교인이 되는 과정은 긴 변화의 과정을 겪는데 사랑의 경험과 유사하다. 그래서 사랑을 해 본 사람이 종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을 편견 없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어떤 대상을 사랑하고 있는가? 아마도 그 대상이 바로 여러분의 종교일 것이다. ‘제도종교’ 이건‘개인종교’이건 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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