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문제, 기성 언론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나?
최저임금 인상 문제, 기성 언론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나?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8.08.29 00:29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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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보도했던 기성언론 사설 논조 분석을 목표로 한다. 사설은 해당 언론사의 주장이 가장 드러나는 글이기도 하다. 이에 기초하여 기성언론 3사의 공통된 의견과 차이를 발견하고자 하였다. 분석대상 언론은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이며,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이틀이 지난 7월 16일 자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발표된 8월 22일 자 사설을 각각 살펴보았다.

 

최저임금 결정 이틀 후, 7월 16일
경향 <최저임금 인상 혼란, 정부·정치권 특단 대책 마련해야>
경향은 “영세자영업자들의 충격을 과소평가하거나 무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소홀히 한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피해 책임이 정부와 정치권에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에게 ‘을들의 싸움’이 되지 않도록 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중앙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내려놓고 대국민 설득해야>
중앙은 최저임금을 경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로 접근한 것을 갈등의 원인으로 꼽았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정하지만, 비용은 시장이 감당”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지도자의 책무를 언급하면서는 “대선공약에서 비롯된 문제니 문 대통령이 직접 해결방안을 찾으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최저임금 8350원’ 갈등 해결, 정부·국회 사활 걸어라>
한겨레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소상공인 등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반발이 크다”며 “지난해보다 갈등은 더 첨예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영세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책뿐 아니라 이런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 해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세 언론 모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피해 사례를 집중 보도하며 갈등을 부각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원인을 정치적인 문제와 결부하였는데, 경향과 한겨레는 ‘정부와 정치권’, ‘정부와 국회’라 표현했다. 여당 야당 간 합의를 통한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반면, 중앙은 ‘정부’에 집중한 표현을 사용했다.
 
피해에 대한 대책 제시도 각기 다른 시각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경향은 △근로장려세제(*) 확대와 △기초연금 지급 한도 상향조정과 같은 자세한 사항을 언급했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을 제시하라고도 말했다. 한겨레 역시 근로장려세제를 언급하며, 보다 정확한 메시지로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제도적·구조적 정책을 확충하라고 했다.

(*근로장려세제: 근로연계형 소득지원을 통하여 근로 빈곤층의 근로유인을 높이고 실질소득을 지원하여 일을 통한 빈곤 탈출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
하지만 중앙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한반도 대운하’와 ‘노령연금 100% 지급’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사과한 바가 있다”며 문 대통령에게도 대국민 사과 혹은 설득을 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경향과 한겨레는 공통적으로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경향은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을과 을’, ‘을과 병’의 ‘약자 간 갈등’이다”라고 했으며, 한겨레는 “‘을’들의 싸움 속에 이익을 얻는 건 ‘갑’뿐이다”라고 언급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사회적 위치가 약자이며, 갑을 배제한 채 약자들끼리 싸우게 된 현재 사회 구조를 꼬집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발표된, 8월 22일
경향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제대로 집행해야 성공한다>
경향은 이번 발표를 “인상 전에 선제적으로 나왔어야 하지만 뒤늦게라도 종합 대책이 나온 것은 평가할 수 있겠다”라 평했다. 또한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큰 힘이 될 것, 하지만 올바른 정책으로 집행되는지는 지켜봐야 안다”며 정책을 제대로 집행할 것을 촉구했다.

중앙 <현실 외면한 청와대와 여당의 소득주도성장 집착>
중앙은 이날 발표된 지원 대책 대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앙은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를 보기 위해 많은 자영업자가 희생한다”라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두고 “잘못된 정책을 고집하는 일자리 예산 퍼붓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라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한겨레 <자영업자 ‘퇴로’ 고려한 종합대책 내놓아야>
한겨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은 좋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이 덜 구축되어 지원 대책에 문제가 생긴 것”이며, “자영업을 위한 해법은 사회안전망 확충을 전제로 자영업자의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모습에서 경향과 차이를 보였다.

논란 끝에 정부의 대책이 나왔다. 세 기성언론이 분석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은 그들의 제목과 일맥상통했다. 그중에서도 중앙은 눈여겨 볼만 하다. 중앙은 유일하게 현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소득주도성장’에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경향은 “야당도 정부의 ‘소득주도정책’을 비판만 하지 말고 여당과 함께 해결법을 찾아야 한다”며 여당을 외면하는 야당의 행동을 꼬집었다. 경향과 중앙, 두 언론사의 상반된 성격이 잘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는 경향과 비슷했다. “자영업 대책만이라도 중앙정부는 권한을 나누고, 지방정부는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는 태도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즉, 최저임금 인상으로 나타난 문제는 여야합의가 필수라는 공통된 의견을 밝혔다.

 

‘갑들은 왜 침묵하는가?’
기성 언론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부각하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대기업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 논란에 대한 대기업의 해결법을 물어보는 곳은 없었다.
지난 달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인 SNS인 페이스북에 “갑들은 왜 침묵하는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 “정작 가장 큰 책임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아무런 말이 없다”고 기업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무언의 동조이다. 그렇기에 중립언론을 표방하는 대표 기성 언론들이지만, 대기업을 따라 이미 갑의 반열에 올라서 있는 듯하다. 이는 기성 언론의 중립이 무너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언론은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매체이다. 이 때문에 언론은 어떤 것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언론은 기업의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는 일환이 아니다. 대기업이 자신의 이익만 챙기기 위해 침묵하고 있는 지금, 언론은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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