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고 우리는 말할 수 있다 - <아이 캔 스피크(2017)>
나는, 그리고 우리는 말할 수 있다 - <아이 캔 스피크(2017)>
  • 김명주
  • 승인 2018.08.29 01:09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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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영화들은 언제나 그랬다. 특정 사건의 자극적인 면모를 드러내어 사람들을 충격에 빠지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잘 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달랐다. 일본군 성노예를 소재로 한 여러 영화들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갔다.

영화는 가볍게 시작되었다. 한 할머니(배우 나문희)가 구청 민원실에 등장하는 순간, 모든 직원들이 혼비백산했다. 이 할머니는 구청에 20여 년간 무려 8000여건의 민원을 접수했다. 그만큼 직원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이 할머니를 ‘도깨비 할매’라고 부른다. 이런 고집스런 할머니의 모습은 억척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습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는 시각을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언제나 우리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을 보호받아야 하는 약한 존재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영화에서 할머니는 직접 소리 내어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로 표현된다. 이는 바로 이 영화 제목인 <아이 캔 스피크(2017)>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세상에 처음으로 ‘일본군 성노예’ 피해 문제가 알려지게 된 것은 1991년 8월 14일, 故김학순 할머니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일본은 할머니의 증언을 무시했다. 그 후 1997년, 일본계 미국인 혼다 의원 및 미 하원 의원들이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을 의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십년이 흘러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 결의안이 완전히 통과하게 된 계기는, 2007년 2월 15일,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있었던 이용수 할머니의 증언이었다. 실제로는 영어가 아닌 한국말로 말했지만 해외에서의 의사소통을 위해 열심히 영어를 배웠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의 이용수 할머니가 바로 영화 속 ‘할머니’의 모티브다.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면, 이 영화는 상업적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내용을 어떤 독립 영화보다도 더 잘 담아냈음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의 공감, 자신이 전할 이야기를 모두 전달하며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김명주 (의류2)

가벼운 웃음 뒤 깨닫는 날카로운 진실 같은 영화. 처음에는 단순히 킬링 타임용으로 영화 감상을 시작했다면, 영화가 끝난 후, 자신의 변화된 신념에 대해 놀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올해 새로 지정된 8.14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지가 늘어나는 것이 또 다른 나의 소소한 바램이다.

영화 속 대사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할머니와 친하게 지내던 동네 슈퍼 주인이 할머니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라는 사실을 안 후에 한 말이다. 피해자 할머니 분들께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이런 진솔한 사과 한마디가 아닐까.
“그 속이 썩어 문드러질 때 까지 얼마나 힘들었냐.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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