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찻집] “여러분이 치열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찻집] “여러분이 치열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나영, 임윤아 기자
  • 승인 2018.08.29 02:20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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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어국문학과 송성욱 교수

본보가 310호부터 ‘사람’ 지면을 신설했다. 기존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던 인물 인터뷰를 정기 코너 두 개로 확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인생 찻집’과 ‘[ ]人’이다.

‘교수는 항상 권위적인 존재일까? 예상외로 차 한 잔 마시며 담소 나누면 푸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생 찻집’은 이렇게 시작했다. 강의실에서만 수업을 목적으로 만나던 교수를 차 한 잔과 함께 ‘다시’ 만나보는 콘셉트의 인터뷰다.

‘[ ]人’은 ‘화제 인물 인터뷰’다. 앞으로 [ ]人에서는 독자들이 궁금해할, 혹은 알아야 할 인물을 찾아갈 계획이다. 인물 특성에 구애받지 않으려 코너 이름에 공백 칸을 마련해두었다.

매호마다 다양한 이들의 삶으로 채워가길 기대해 달라. 인터뷰이를 제보해줘도 좋다. 취재 당시 촬영한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가톨릭대학보 웹 사이트 및 SNS 계정에 올릴 예정이다.


‘인생찻집’의 첫 인터뷰 대상은 송성욱(국어국문) 교수이다.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교무처장을 역임하였으며, 국어국문과 내에서는 고전소설의 대가라 불린다.

Q1 반갑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국문과 송성욱입니다.

Q2 국어국문학 전공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순히 문학이 좋아서 국문과를 선택했어요. 국문과를 간 순간부터는 작가의 길과 학문의 길, 두 가지 길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죠. 저는 작가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작가적 재능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작가처럼 살 자신이 없어 학문을 선택했어요.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고요.

Q3 고전소설 초입자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고전소설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고전소설은 초입자가 없어요! 우리 모두 유치원 때 구연동화로 보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교과서에 실려 읽게 돼요. 하지만 공부가 아닌 소설로써 감상할 수 있는 고전소설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저는 <구운몽>을 자신 있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고전소설은 대부분 작가가 없는데, 구운몽은 작가가 뚜렷하게 존재해요. 또 그 작가는 지위가 높아서 소설의 깊이가 남달라요. 제대로 읽으면 소설의 진수를 볼 수 있죠.

Q4 교수님은 제자들이 어떤 제자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열심히 사는 밝은 제자로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대학시절이 어떤 학생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가득하지만, 어떤 학생은 우울한 기억이 더 많은 학생도 존재해요. 그래도 그걸 다 떠나 대학시절이 본인에게 가장 의미 있고, 후회 없는 생활을 했던 기억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Q5 학생들이 교수님께 고민 상담을 할 때 학생들은 주로 어떤 고민들을 하던가요? 또 그 모습을 보면 교수님의 대학시절과 비교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대부분 학생들의 고민은 ‘무엇을 하며 먹고 살까?’입니다. 대학시절 84학번인 나와 주변 친구들은 ‘무엇을 하며 먹고 살까?’에 대해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고민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살까?’였지요. 하지만 요즘은 ‘어떻게 살까?’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는 분위기에요. 그런 것들을 보면 지금과 과거 대학 모습이 현저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요즘 학생들이 조금 측은해 보입니다.

Q6 교수님께서는 책을 쓰시기도 하시고 옮기시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본래 있던 책을 글로 다시 옮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구운몽을 번역할 때를 예로 들면, ‘17세기 구운몽을 읽은 사람들은 어떤 기분으로 읽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과거 17세기 사람이 구운몽을 읽는 방식과 21세기 사람이 구운몽을 읽는 방식은 상당히 다를 거예요. 그래도 나는 연구자이기 때문에, 17세기 사람이 구운몽을 읽었던 기분을 현대에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번역을 해요. 원작 그대로 읽는 게 좋지만, 현대 사람들이 원작을 그대로 읽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그래서 알기 쉽게 옮기면서도 조선시대 문학의 성격이 그대로 살도록 만드는 것을 주안점으로 하고 있어요.

Q7 학생들에게 대하소설은 다소 무겁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대하소설에 관한 책을 쓰실 때 교수님만의 글쓰기 비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대하소설은 장편소설이지 딱딱한 소설이 아니에요. 한국의 장편소설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우수하지만 대표적인 장편소설이 없어요. 그래서 저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하소설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가지고 어떻게 서사문화를 부각시킬까 고민합니다.
 
Q8 마지막으로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다른 거 필요 없이 치열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곳을 기웃거리며 경험하면서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어떤 길로 살아야 잘사는 것인가를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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