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기숙사생과 직원 갈등 지속… 학생들 월세난민 자처해
[기획연재] 기숙사생과 직원 갈등 지속… 학생들 월세난민 자처해
  • 이나영 기자
  • 승인 2018.09.18 20:38
  • 호수 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묵묵부답인 경우 많아” 직원 입장 고려도 필요
▲김수현추기경국제관(IH) 본교 기숙사 입구. 학생들이 카드를 찍고 들어가고 있다.

월세난민. 자취방 월세로 생활비를 탕진하는 대학생을 일컫는다. 지방에 사는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서 거주할 수 있는 곳은 자취방과 대학 기숙사뿐이다. 하지만 자취방 월세는 한 달에 30-40만원을 웃돈다. 본교 기숙사는 한 달에 197,500원(4인실 기준)으로 자취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숙사를 포기하고 ‘월세난민’을 자처한 학생이 있다.

학생 曰 “기숙사 직원이…”, 직원들 입장은?
김가은(아동·2) 학생은 지난 1년 간 김수환추기경국제관(IH) 기숙사에 살았다. 하지만 현재는 기숙사 룸메이트와 함께 자취방에 거주하고 있다. 달마다 44만원을 월세로 지불하며, 기숙사에 살 때보다 약 20만원을 더 지출하고 있다. 관리비와 전기요금도 내야 하기에 식비를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숙사에 다신 입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번은 블라인드가 고장 나서 기숙사 층장에게 신고 했습니다. 직원이 올라와서 살펴보고는 ‘여학생 방이 왜 이렇게 더러워요?”라는 말을 남기고 갔어요. 그 후 ‘방이 더러워 월요일에 방 점검을 하겠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저희는 시설 고장으로 연락을 한 것인데, 갑자기 주말에 방 청소를 하라는 문자에 당황했습니다. 여학생 방은 더러우면 안 되는 건가요?”

당시 김가은 학생은 룸메이트와 함께 기숙사에 전화를 걸어 추가 점호를 받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고 한다. 이들의 반대로 따로 방 점검은 없었지만, 직원의 불친절한 태도에 기분이 상했다고 전했다. 이와 비슷한 불만이 익명 SNS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도 올라왔다. “기숙사에서 겪은 일 제보 받습니다(2018.6.24.)”라는 글에는 “부모님도 직원들의 태도에 깜짝 놀라 자취를 시켜준다”, “직원이 바뀌지 않는 한 기숙사로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학생들을 가볍게 본다”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현재 기숙사에 살고 있는 곽민우(사회과학부·1) 학생은 “1학기 퇴사 날 아파서 퇴사시간 가까운 시각에 짐을 빼러 갔다. 그런데 직원이 빨리 퇴사하라는 재촉 전화를 했다”며 “가족들이 다 듣고 있어서 민망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기숙사 운영팀 윤여진 부사감은 “나는 본교 출신으로 이곳에 직원으로 있지만, 때로는 선배로, 동문으로, 후배인 학생들에게 애정이 많다. 후배들에게 왜 불친절하게 대하겠느냐”며 반문했다. 또한 “익명 SNS에 올라오는 글들이 모두 사실은 아닐 것이다. 기숙사에 입사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직원들도 노력하고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학생들이 오해 할 수 있는 행동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 사생과 한국 사생, 차별대우?
본교 기숙사생 비율은 한국 학생 약 60%, 외국 학생 약 40%이다. 그런 와중에 “기숙사 직원이 외국 사생과 한국 사생을 차별하는 것 같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저번에 방을 같이 쓰는 중국 사생이 방 안에서 흡연을 하길래 사감에게 신고를 했다. 사감은 그 중국 사생이 다시 기숙사에 못 들어오게 하겠다고 했지만, 다음 학기에 그 사생을 기숙사에서 여러 번 마주쳤다”며 “한국 사생은 지정된 문으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퇴사시키면서 중국 사생한테는 왜 이렇게 후한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윤여진 부사감은 “모든 학생들에게 규칙은 공평하게 적용하지만, 퇴사시키는 기준은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퇴사를 1주일 앞둔 상태에서 강제 퇴사를 시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 융통성 있게 행동 한다”고 답했다. 이어 “외국 사생과 한국 사생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외국 사생이 생활 규칙을 어기면 경고장과 퇴사문을 엘리베이터에 부착해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도록 한다”고 했다.

또한 윤여진 부사감은 “한국 사생, 외국 사생 모두 정해진 국제학사 규칙을 잘 지켜달라”며“저번에는 새벽에 통행이 금지된 문을 억지로 열고 몰래 나가려던 학생이 있었다. 제발 그런 행위는 삼가 달라”고 호소했다.

벽이 갈라지고, 한 쪽으로 기울어진 기숙사?
학생들은 기숙사 건물 내 시설에 대한 불만도 많다. 에타에는 “기숙사 건물 벽에 금이 가서 불안하다”, “방바닥이 기울어져 있어 냉장고, 의자 전부 기울어져 있었다” 등 시설 문제와 관련된 불만 게시글이 올라오곤 한다. 기숙사 운영팀의 <생활조교 일일 점검일지>에 따르면 실제 야간에 들어오는 기숙사 방 시설고장 신고만 30개(7일 기준)가 넘는다고 한다. 생활관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마련된 ‘시설고장 및 신고’란에 접수되는 신고와 방문 접수를 합하면 신고 개수는 더욱 늘어난다.

신고를 접수한 직원들은 출근 직후 학생들의 방을 찾는다. 하지만 윤여진 부사감은 “수업으로 방을 비운 학생이 많고, 사전공지를 해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많아 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고가 들어와 직원들이 올라가면 5분도 못 기다려 짜증을 내는 학생들이 있다”며 “일처리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늦을 수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에브리타임’과 ‘가톨릭대 대나무숲’보다 방문접수가 효과적
한편 윤여진 부사감은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집과 같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홈페이지나 방문접수가 아닌 SNS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학생이 많다. 그래서 학생들의 불편함을 알고자 ‘에타’와 페이스북 ‘가톨릭대 대나무숲’ 페이지를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즘 SNS가 익명이라 불편한 점을 다 해소해줄 수 없다. 만약 어떤 학생이 익명으로 신고해서 당사자를 찾아가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럼 제보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고, 사실인지 파악이 안 된다”며 학생들에게 “불편함 해소는 익명 SNS가 아닌 직접 와서 신고하는 게 빠르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 3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은 <대학생 월 평균 생활비>를 주제로 2,739명의 대학생에게 설문을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대학생의 월 평균 생활비는 51만 4천원으로 나타났다. 월세로만 30-40만원을 지출하는 학생들이 ‘월세난민’으로 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학생들이 ‘월세난민’에서 벗어나기 위한 주거 형태는 한 달에 20만 원(본교 기숙사 기준) 남짓의 대학교 기숙사가 제격이다.

기숙사는 단체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4층부터 15층까지 한 건물에 수용하는 학생만 해도 1,068명이다. 이중에는 단체 생활이 어려운 학생도 있고, 기숙사 건물이나 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도 존재한다. 하지만 담당 직원들이 학생들의 편안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기숙사생과 직원 사이 갈등이 지속된다면 어떨까.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기숙사에서 갈등은 불화와 불신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익명으로 신고하는 것은 상호 간의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오해의 간극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공식 건의’이다. 학생들은 기숙사 내에 불만이 있다면 직원들에게 직접 표출해야 한다.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것은 아무 효용이 없다. 다만, 기숙사 직원들도 학생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지금 기숙사는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가 절실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