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윤리학과 신경윤리학
나노윤리학과 신경윤리학
  • 이 상 헌 교양교육원∙교수
  • 승인 2010.06.22 15:00
  • 호수 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의 연구실

 과학기술은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 자체가 인간을 위해 봉사하고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오용으로 인해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고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산업화의 대가로 환경오염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원자폭탄의 공포를 지난 반세기 동안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인류에게 봉사하는 과학기술, 행복을 주는 과학기술을 만드는 것은 우리들 자
신이다. 그러기 위해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적 반성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보조를 맞추도록 해야 한다.
 최근 주목을 받는 두 가지 과학기술이 있다. 바로 나노기술과 신경과학이다. 나노기술은 나노미터, 즉 10-9미터 수준에서 물질을 다루는 기술이다. 나노미터는 분자 혹은 그 이하의 물질 단위이다. 나노기술의 발전이 예상대로 이루어진다면 그 혜택으로 인간생활 전반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더 이상 암은 걱정거리가 아닐 것이며 환경오염 문제도 어렵지 않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혁신적이고 위력적인 기술일수록 이득에 비례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나노기술로 예상되는 위험은 상상 이상이다. 나노기술의 공포를 극단적으로 표현한 레이 커즈와일이나 빌 조이는 나노기술이 야기하는 문제가 극복불가능한 성질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나노물질인 탄소 나노튜브는 지금까지 알려진 어떤 물질보다도 월등한 물리∙화학적 특성 때문에 자동차 연료통, 전투기나 탱크, 연료전지, 평면 디스플레이, 스포츠 용품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2003년 미국 화학회에서 나노튜브의 독성을 경고하는 보고를 하였다. 탄소나노튜브가 주입된 쥐의 폐 조직에서 심각한 조직 손상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기존의 물질에 첨가하여 사용하면 물질 특성을 다양화하고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나노입자들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나노입자를 흡입한 쥐가 질식사하였다. 같은 물질이라도 미세 입자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노기술에 대해 윤리적으로 검토하는 나노윤리학(nanoethics)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의 등장으로 전기를 맞고 있는 신경과학은 21세기를 뇌의 시대로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뇌의 구조와 기능, 신경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증진과 새로운 첨단장비들의 등장은 인간이 자신의 뇌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뇌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은 점차 확대되어 획기적인 신경과학적 치료술들이 등장할 것이며, 신경이식술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도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경과학에 대한 윤리적 검토는 생략해서는 안 될 중대한 일이다. 이른바 신경윤리학(neuroethics)의 과제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함의에 대한 논의는 꼭 필요하다. 어떤 종류의 과학기술의 연구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과학기술이 불러올지 모를 위험을 최소화하고 그 혜택을 최대화하기 위해서, 또한 그 혜택을 효과적으로 배분하여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과학기술의 목적은 인류의 행복 증진에 있다. 인간의 지식 추구의 정당성과 과학기술자의 자긍심은 바로 이같은 과학의 목적에서 비롯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적 논의는 자칫 잊어버리기 쉬운 과학기술의 목적을 다시금 상기하게 만들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