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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선언 네트워크 조돈문 교수 인터뷰
“공존 상생 인정해야… 권력독점 시 괴멸은 역사의 순리”
[311호] 2018년 09월 18일 (화) 21:52:01 이수진 기자 sujin8283@catholic.ac.kr

 

지난 7월 발표된 <정부의 사회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에 조돈문(사회) 교수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8일(토) 조돈문 교수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조돈문 교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조돈문(사회) 교수

 

Q1 진보 지식인들이 문재인 정부 비판 성명서를 냈습니다. 어느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했나요?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개혁 실종 가능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선언문을 내게 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먼저 제안했고, 처음엔 100명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추진했는데, 진보 학계 중심으로 성명서가 유포되면서 참여자가 300명을 넘게 됐습니다. 여러 학회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회원들이 참여했습니다.

Q2 이번 진보지식인 합동 성명서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촛불의 명령을 망각하지 말고 촛불 정부의 소임을 다하라는 겁니다. 사회경제개혁이란 내용에 대해선 의견 차이가 별로 없었고요. 다만 접근방식에 약간의 이견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부를 비판하지만, 규탄은 아니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출했고요. 강도 높게 규탄하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최종확정 모임에서 우리는 “비판과 견인이다. 사회경제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정리했습니다. 인적 청산에 대해서도 고민했습니다. 청산 대상자 이름을 거론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1차 성명서에서는 자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Q3 정부와 노동계 간의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며, 최저임금 등 사회문제개혁에 노동계의 개입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대선공약은 기존 법 제도와 관행의 전제하에서 최저임금을 만원으로 인상하는 것이었습니다. 최저임금 계산법을 바꾸겠다는 얘기는 없었어요. 그런데 국회와 정부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로 포함한 겁니다.

이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고, 정부의 대선공약 집행 의지에 의문을 갖게 했어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할 최저임금산입범위를 국회가 결정하게 한 것 자체가 문제라 봅니다. 위원회에서 산입범위를 정리하지 않은 건 노동계와 참여 주체들도 책임질 부분이 있음을 의미해요.

Q4 큰 기대를 걸었던 세바퀴 경제를 현재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세바퀴 경제의 혁신성장은 기업과 노동, 자본의 몫이며 정부의 역할은 조력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정부의 책임이 큽니다.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증가하면 내수시장 강화와 수요증가로 생산증대를 가져오는 중장기적 관점의 선순환 원리입니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대는 즉각적으로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와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경제정책들이 추진되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죠. 경제부처는 무능했고 이윤주도 방식에 안주했던 겁니다.

Q5 이번 2019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인상위원회에서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위원이 잇따라 불참했습니다. 또한 “영세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지급능력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 없이 그저 인상률 올리기에 급급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최저임금인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부이기에, 정책적 성공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질서 확립이 선행되어야 하고, 복지국가 제도 수립이 필요했습니다. 사회안전망 강화, 육아휴직 제도, 보육·요양서비스의 사회적 제공 등이 선행하거나 적어도 동시에 진행됐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부정적 결과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인상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OECD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이윤율이 아주 낮습니다. 시장거래 질서가 대단히 불공정한 거지요. 수출주도성장은 재벌에 편중된 경제력에 의존하고, 그 성과 또한 재벌이 독식하는 전략입니다. 중소 영세기업에 돌아가는 낙수효과는 없지요.

그래서 ‘납품단가 후려치기’ 같은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를 못 하도록 규제해야 합니다. 이렇게 시장질서를 바로잡아야 원·하청 관계의 하청 중소기업 이윤율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하청기업에 재정적 여유가 생기면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급할 여력이 커집니다. 지금은 중소기업 스스로 기술혁신을 해도 재벌기업에 빼앗기는 경우가 많아요.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기술탈취로부터 보호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상가 임대차법도 개정되어야 합니다. 불합리한 상가임대료 인상을 규제하고 임차인들이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Q6 친기업적 경제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가 오랜 기간 지속되었지만 이것을 해결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고착화된 친기업적 경제정책을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선언했던 소득주도성장은 ‘우리 사회가 해방 이후 지속했던 이윤주도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파격이었어요. 친기업적 이윤주도 성장정책을 소득주도성장으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은 쉽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문재인 대선후보와 경제정책을 수립한 인물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테고요. 그래서 소득주도성장의 마스터플랜을 만든 다음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는 정교한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죠.

경제부처 수장인 부총리와 고위관료들은 여전히 이명박, 박근혜 시절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들은 경제정책추진에 실패한 무능한 관료일 뿐 아니라 개혁 의지도 없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정책실장을 지낸바 있는 이정우 교수는 “고위 경제관료는 경제개혁을 할 수 없다”고 얘기했는데, 이러한 충고를 대통령은 듣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Q7 우리 사회의 ‘을’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는 하나의 갑과 무수히 많은 을이 존재합니다. 몇몇 재벌그룹 총수들과 그들의 비호세력이 갑질을 하고 있고, 중소영세자영업자와 노동자, 이들 중에서도 비정규직과 여성 노동자 같은 노동시장 취약집단들이 대표적인 을입니다. 우리 사회 갑들은 공존과 상생의 질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요.

스웨덴은 노동계급과 자본계급 모두 세계최강인 나라입니다. 스웨덴은 2008~2009년 세계금융 위기에서 OECD 국가 중 가장 큰 타격을 입었지만, 가장 빠르게 극복했어요. 그 비결이 노동과 자본의 ‘상생 전략’입니다. 자본은 노동을 속이지 않아요. 노조는 기업의 주요 정보를 공유하며 ‘기업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업 회생에 발 벗고 나선 겁니다. 그렇게 위기 기업의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합리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면서 의기투합하여 기업 살리기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나라는 자본이 일방적으로 노동을 지배하려고 하지만 이제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노동계가 일방적 지배를 거부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공멸의 대립·갈등 상황을 벗어나서 공존·상생하는 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자본을 포함한 우리 사회 갑들은 변화된 상황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봉건적인 일방적 지배 방식으로 권력독점을 고집한다면, 그것이 재벌이건 대학이건 국가권력이건 앙샹레짐의 ‘바스티유 감옥’처럼 분노한 시민들의 습격으로 괴멸되겠지요. 그게 역사의 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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