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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분장이 벗겨진 자리-<분장(2016)>
[311호] 2018년 09월 18일 (화) 22:27:38 박서연 기자 iangel0306@catholic.ac.kr
   

▲영화 <분장>의 포스터

“이해하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닌 타고난 성향이야”라며 동성애를 옹호하던 송준이었다. 그러나 친동생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만하지 않으면 죽여버린다”라고 소리치며 동생의 뺨을 때린다. 그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걸까.

영화 <분장>은 성소수자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비성소수자 송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그는 성소수자들의 아픔을 다룬 연극 ‘다크 라이프’에서 진정성 있게 연기를 펼치는 주연 배우이며, 친구 우재의 커밍아웃을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동성애는 정신병”이라고 주장하는 동료에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또한 송준은 트랜스젠더 이나와 어울리고 성소수자 모임에도 주기적으로 참석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처럼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확신하던 문제가 그의 가족과 결부되자 참을 수 없는 문제가 된다. 이해, 진실, 진정성으로 분장한 송준의 위선이 낱낱이 폭로되는 순간이다. 짙은 분장이 벗겨진 자리에는 송준 자신도 미처 몰랐던 속내만 남았다.

‘진정성’은 영화 <분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단어이다. 위선을 가리기 위한 말뿐인 진정성은 허황된 것이다. 송준이 자신의 이중성에 괴리감을 느끼는 모습을 통해, 무언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영화는 ‘한 발짝 떨어져서 이해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의 일로 닥쳐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꼭 동성애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평소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여 이해한다고 말했던 것이 나의 일이 되면 당혹스럽기 마련이다.

동성애 소재의 영화와 글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평소 같으면 이런 사람들을 보고,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그렇게 고리타분한 사고를 하는 거지?”라고 말하며 ‘쿨’한 척 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 송준에게서 나를 발견한 후에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특정 사안에 대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적어도 그들은 자신의 감정 앞에 솔직했음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극 중 트랜스젠더 이나는 송준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위선 떨지 마, 너 같은 새X 들이 더 X같아” 이 대사에 누구보다 뜨끔해 괜히 주변을 살핀 것은 내가 아직 멀었다는 증거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더욱 배워가고 알아가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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