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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장벽을 허물어야 하는 이유
[311호] 2018년 09월 18일 (화) 23:14:05 박서연 기자 iangel0306@catholic.ac.kr

배리어프리(barrier free)란 쉽게 말해 장애인과 노약자도 살기 좋은 사회가 되도록 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이는 건축학 분야 보고서에서 유래되었다. 대표적 사례로는 휠체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없앤 문턱, 키가 작은 사람도 잡을 수 있게 만든 낮은 지하철 손잡이 등이 있다. 2000년 이후에는 건축계뿐만 아니라 법, 제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장벽을 허물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영화계도 배리어프리에 주목하는 추세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에 상황 해설을 첨가하는 형식이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해설을 넣는다. 해설 내용은 주로 화자 및 대사 소개, 음악, 소리 정보 전달이다.

세계는 지금… 폐쇄형 배리어프리 영화 선호
최근 선진국에서는 장애인의 문화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독일 영화 지원기금’의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배리어프리 규정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독일 영화 지원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할 경우, 시청각 장애인을 위해 배리어프리 형식 영화로 의무 제작해야 한다.
 
또한 배리어프리 영화는 기존의 개방형 방식에서 벗어난 폐쇄형을 선호하고 있다. 더욱 효율적인 지원방식이기 때문이다. 개방형은 상영관에 앉은 모두가 장애유형과 관계없이 해설을 보고 듣는 형식이며, 폐쇄형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조기기를 제공해 각자 필요한 정보만을 수신받게 하는 형식이다. 이는 장애인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비장애인과 함께,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일례로 미국의 최대 극장 체인 리갈 엔터테인먼트는 2013년부터 소니의 자막 안경을 6000개의 상영관에 도입했다. 안경을 착용하면 스크린의 대사와 동기화된 자막 텍스트가 렌즈에 뜬다. 화면 해설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헤드셋이 제공된다.

 

 

도가니가 시작이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장애인들의 ‘영화 관람 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2011년 영화 <도가니>가 개봉했을 때였다. <도가니>는 청각장애인들의 인권문제를 다룬 영화이나 정작 청각장애인들은 그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영화에서 수화를 하는 장면만 자막이 제공되었을 뿐, 별도의 자막은 제공되지 않았다. 이는 영화가 철저히 비장애인의 시각으로 제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전국 <도가니> 상영관 640곳 중 배리어프리 자막을 제공하는 상영관은 18곳에 불과했다.

이러한 일이 있은 뒤 우리나라도 장애인 영화 관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움직였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4월 16일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 화면해설 상영 사업 2018년도 공동 업무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번 협약은 앞서 언급한 폐쇄형 시스템의 도입을 다루었다. 이와 더불어, 영화진흥위원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청각 장애인 영화 관람에 대해, 전 국민의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다졌다.


배리어프리영화 직접 관람해보니
배리어프리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사이트에 접속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찾고 또 찾다가 마침내 서울시 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보기로 했다. 가격은 무료였고, 배리어프리 영화를 관람하러 온 사람은 기자를 포함해 5명 안팎이었다. 관객은 주로 노년층이었으며 영화를 보러 온 장애인은 없었다.

배리어프리 영화가 시작되고 처음 몇 분 동안은 산만했다. 세세한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해설은 영화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하지만 점차 이러한 형식에 익숙해져 눈을 감거나 귀를 막고 감상해보았다. 그제야 배리어프리 영화의 배려가 느껴졌다.

 


▲50플러스센터에서 상영한 베리어프리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자막해설]
경쾌하고 장난스러운 음악이 흐른다
[음성해설]
“민재가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구청장에게 인사를 한다”

음성과 자막 해설은 관객에게 무한한 상상의 여지를 주었다. ‘장난스러운 음악’이라는 자막을 보면 머릿속에는 각각 자신만의 장난스러운 음악이 재생됐다. ‘화를 내며 다가온다’ 같은 음성해설이 들릴 때면 그 장면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다.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사는 것은 먼 미래에 본인이 약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높은 장벽을 함께 허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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